자유베트남이 공산 베트남에 패망한지도 어느덧 3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봄 햇살이 뜨겁게 쏟아지던 지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평화의 빌딩에서 '짜빈동 작전의 영웅'으로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예비역 해병대 소장 신원배 장군을 만났다.

 월남 패망 30주년에 즈음해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쑥스럽게 무슨 인터뷰냐고 한사코 사양 하는 장군을 어렵사리 만난 것이다. 노타이 차림으로 인터뷰장으로 나온 장군은 예의 소탈하면서도 군인다운 무뚝뚝한 자세였지만 전투이야기가 나오자 당시 월남상황과 더불어 진지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갔다.

▲ 신원배 장군

 신원배 장군은 월남전이 한창인 66년 해병소위로 참전해 68년 귀국할 때까지 해병대 청룡부대에서 소대장으로 베트남 전사에 길이 빛나는 짜빈동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함으로서 다시 한번 귀신잡는 해병의 신화를 창조한 장본인이다.

 특히 장군은 이야기 중간 "왜 우리가 자유의 소중함을 아직도 인식하지 못한 채 이미 물 건너간 사회주의에 연연하며 소위 사회의 지식층이란 사람을 포함해 젊은이들이 좌경화에 심취되는지 모르겠다"며 "자유를 수호하고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이역만리에서 싸운 참전용사를 폄하하고, 서해교전에서 생명을 바쳐 전사한 영웅들에게 정부가 홀대하는지, 그렇게 해서야 어디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칠 군인이 어디 있겠느냐"며 정부와 사회에 쓴소리를 해댔다.

 신 장군은 또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참전단체가 하나로 통합하지 못함으로서 국가유공자 예우나 권익을 찾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런데 신원배 장군(당시 계급: 소위)이 혁혁한 전과를 세운 짜빈동 전투는 월맹 정규군 최 정예부대인 2사단 제1연대와 지원 및 차단부대인 21연대를 합한 약 4,600여명의 부대와 아군 청룡부대 11중대가 육박전을 병행한 전투를 벌인 혈전으로 이 전투에서 신 소위는 특공대를 조직, 직접 적 무반동총 진지를 파괴하고 적의 주력을 섬멸함으로써 전술기지를 방어한 베트남전사에 길이 빛나는 작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전투결과 한국해병대는 막강한 전투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신화를 남긴 해병'이라는 또 하나의 별명을 남기게 되었다.

 청룡부대 11중대는 그 공로로 67년 대통령 부대표창과 장교를 제외한 전 중대원 191명이 일계급 특진의 영예가 주어졌으며 신원배 소위에게는 군인의 최고영예인 태극무공훈장이 수여되었다.

 다음은 신원배 장군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임.

 - 신원배 장군하면 짜빈동 전투의 영웅으로 기억되는데 먼저 전투내용부터 말씀해 주시죠.

 67년 2월 15일 구정 휴전이 끝난지 3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입니다. 우리부대는 전술기지로서 청룡부대 전초의 임무를 부여받고 있었기에 적이 미군부대를 공격하거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부대가 위치한 지점을 통과하게 되어 충돌은 불가피 했습니다.

 사전에 적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던 우리는 가(假)수면 상태를 유지하면서 교통호를 중심으로 대비하고있었는데 새벽 4시경 철조망을 끊는 소리와 동시에 월맹군이 새까맣게 몰려 들었죠.

 헤아릴수 없는 병력이 인해전술로 공격해 왔습니다. 이른바 모택동 전술이었습니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계속 일어나듯 1파가 들어오다 꺾이면 2파가, 2파가 좌절되면 다시 3파가 뒤를 이어 밀려드는 격이었습니다. 아군의 사기도 충천했지만 적들도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용감한 해병전우들의 기세는 멈출 줄 몰랐습니다. 정말 생사를 초월한 전투였습니다. 그리고 승리했습니다.

 - 이 전투의 결과로 1계급 특진과 태극무공훈장을 수상했는데요?

 전투 다음 날인가 사령부에서 전과 확인차 부대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정일권 국무총리와 김성은 국방부장관 등 정부요인들이 격려차 방문하였습니다. 티우 대통령도 방문했구요. 병사들은 1계급 특진했으며, 중대장님과 제가 분에 넘치게도 태극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월남은 언제 가게 되었습니까? 파병훈련은 또 어디서 했는지요?

 파병은 65년 최초로 군수지원업무를 담당하는 부대가 파병되었으며 전투병력은 66년부터 파병 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또 그 때가 월남전 사상 가장 치열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월남전에 파병해 전사자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66년 사관학교를 졸업후 그해 기초군사반 교육을 받던 중 3개월만에 파병되었습니다. 파병 전 훈련은 포항에서 했습니다.
 
 - 당시 월남은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오랜 전쟁으로 인해 국민들은 모두가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되든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어떤 통일된 집념이 없었습니다.
 사회 전반에 베트콩, 공산군과 내통하는 간첩들이 자리잡고있었습니다. 티우 대통령 비서실에도 간첩이 침투해 있었으니 할말 없는 것 아니겠어요? 이런 말을 하면 뭐합니다만 당시 베트남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확고한 신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쉽사리 나라가 붕괴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또 승려들의 분신이라든가 월남 사회단체의 데모가 연일 발생해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지요.

 - 특히 베트남전은 정글전투였기에 어려운점 이나 그로 인한 양민학살 등과 같은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요?

 베트남은 6·25 한국전쟁과는 달리 전후방이 따로 없는 전쟁이었습니다. 정글 속에서 주간에는 숨어있거나 양민으로 위장하다 밤이면 활동하는 어쩌면 제주 4·3사건과 같은 그런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 한국군은 초대 주월사령관이신 채명신 장군님의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양민을 보호해야한다'는 방침에 따라 작전을 하는데 있어서도 양민을 보호하는데 우선을 두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적들은 양민으로 위장해 아군을 공격하고 아군전사자의 팔이나 귀를 자르는 등 의 행위도 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치 못할 상황에서 양민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저들은 또 '따이한이 무고한 양민을 사살했다'며 선무 심리공작을 펼치며 월남 국민들이 연합군을 싫어하도록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베트남이 시행한 게릴라 전이기도 한것입니다. 

 - 베트남 파병을 폄하하는 발언이 우리사회에서 나오기도 하는데요?

 지금 사회일각에서는 북한이 남침한 6.25전쟁도 북침이라고 주장하는데 좌경화된 사람들이 베트남전에 대해서 그렇게 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주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가 6.25때 미국을 비롯한 우방 16개국이 참전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줌으로서 오늘의 번영된 사회를 이룩하는 밑바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당시 월남이나 미국이 우리나라에 지원요청도 했지만 만약 자유월남을 지키지 않으면 이지역에 공산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해서 월남에서 우리정부에도 요청한 것 아닙니까?

 파병의의를 지금에 와서 오늘의 잣대로 용병이다 어쩐다 하는 것은 한쪽만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이지요. 우리가 6·25때 16개국에게 받은 은혜를 갚고 월남의 공산화를 막기위한 자유의 십자군으로서,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측면에서임을 다 아는 사실인데도 억지주장을 펴며 매도하는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이라크파병문제도 그렇습니다. 국민 누가 얼마나 파병하려고 하겠습니까? 다만 한미관계 등 거기에 수반되는 국가의 이익을 고려한 차원이 가미되는 것이지요.

 -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한 미망인이 미국으로 떠난 사실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도 신문을 봤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에서도 나왔지만 지난 2003년 6월 북한이 NLL을 침범하자 우리해군이 즉각 작전을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꽃다운 젊은이들이 6명이나 전사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정부의 대통령이나 각료, 국방장관은 어떠했습니까? 누구도 추모행사에 참석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여론화하거나 적대시되면 북한을 자극하게 될것이고 그러면 남북회담이나 협상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 아닙니까?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 핵 문제도 그렇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무슨 진전이 있습니까? 한미동맹관계도 점점 소원해져 가고있습니다. 지금도 60만 우리 군은 나라를 위해 국토수호에 진력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목숨바쳐 싸운 이들을 이렇게 홀대한다면 어느 누가 조국을 위해 싸우려 하겠습니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서해교전 당시의 참수리 2호도 통제된 해병2사단에 놔둘것이 아니라 전쟁기념관에 갔다놓고 전시해야 합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쳐 주어야합니다.
정부가 미온적이면 재향군인회나 성우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 최근 우리사회의 좌경화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체험한 세대로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상당히 우려되는 사항입니다. 물론 다수의 젊은이들은 '이제는 이게 아니구나' 하고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철없는 세대들이 그저 풍요한 삶 속에서 분별력 없이 치기 어린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안선이나 육로로 간첩이 침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대 간첩작전 한반 없습니다. 물론 없어서 좋은것도 있겠지요. 하지만 국가는 외부의 침략에 의해서도 무너지지만 내부의 내환에 의해서도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 신원배 장군은 1966년 해군사관학교 20기로 임관, 66년부터 68년까지 월남전에 참전했으며, 제주방어사령관과 해병 2사단장,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을 마치고 1997년 해병소장으로 전역했다. 전역 후에는 재향군인회 조직국장으로 일한바 있다. 현재는 전쟁방지협의회 상임위원, 베트남참전 전우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