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돕다 불의사고' 13년 고통의 삶
93년 화곡시장 광란의 질주 피해자 김동필씨
의사상자 신청…"호의 베풀다 다친 사람 인정 선례 남기고 싶어"
"13년 전 광란의 질주를 기억하시나요. 남을 돕다가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죠"
김동필(35ㆍ회사원)씨는 요즘같이 추운 날 길에 쓰러져 있는 취객을 보면 `그 날'이 떠오른다.
1993년 3월11일 밤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서울 신정동 골목길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신모(당시 52세ㆍ환경미화원)씨를 발견하곤 `영하의 날씨에 동사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가까스로 일으켜 세워 정신을 차리게 한 뒤 택시를 함께 타고 신씨 집 부근 화곡시장으로 갔다.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신씨를 부축해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인도로 돌진해 김씨를 치고 그대로 달아났다.
사고 승용차는 결혼 실패를 비관한 건설업체 사장 설모씨가 만취 상태로 몰던 것으로 설씨는 김씨를 비롯한 행인 3명을 치고 차량 6대를 들이받는 `광란의 질주'를 벌여 당시 언론에 크게 보도됐었다.
김씨는 척추가 골절되고 이 2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육군병원에 입원했고 만기 제대할 때까지 꼬박 네 달 동안 침대 신세를 져야 했다.
김씨 뒤에 있었던 덕에 전혀 다치지 않은 신씨는 사고 다음날 문병을 다녀간 뒤 다시는 얼굴을 볼 수 없었고, 군에서도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김씨는 "두 달 동안 전혀 움직이지 못해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가 대소변을 받아냈다"며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억울하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신씨에게 부담을 줄까봐 지금까지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또 군병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치료비 한 푼 지급받지 못했다.
제대 후 2년에 걸쳐 사고 승용차의 보험사를 상대로 `나홀로 소송'을 벌여 후유장애 보상금 4천500만원을 받은 게 전부였다.
평생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하는 몸으로 허리가 쑤실 때마다 `좋은 일 하다 그런 건데...'라며 스스로를 달래오던 김씨는 지난주 자신이 의사상자(義死傷者)로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청서를 서울 강서구청에 냈다.
그는 "취객을 돕다 다친 사람도 의사상자로 볼 수 있는지는 보건복지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의사상자 신청을 낸 것은 돈을 몇 푼 받으려는 게 아니라 남에게 호의를 베풀려다 불의의 사고로 다치거나 죽는 사람에게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어서였다"고 밝혔다.
월세 생활을 하는 등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김씨는 "지금 모습은 28개월 된 아들에게 그리 자랑스러운 아버지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아빠가 의로운 사람이라는 것만은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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