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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지다'와 '삐치다' 구분해서 써야

Written by. 윤재열   입력 : 2007-01-18 오전 1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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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일 새해 첫날 MBC에서 일일연속극 ‘나쁜여자 착한여자’가 시작되었다.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세영(최진실)과 건우(이재룡) 부부, 그리고 서경(성현아)과 태현(전노민) 부부가 함께 사이판으로 세미나 여행을 떠나면서 볼거리를 풍성하게 풀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불륜 관계인 남녀가 비행기 안과 호텔방 등에서 밀회를 나누는 파격적인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특히 이 시간은 가족이 저녁을 먹고 TV 앞에 앉은 시간대로, 호텔방에서 부적절한 관계인 이재룡과 성현아가 노출이 많은 상태에서 다정하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방영되어 보기에 민망했다.

 급기야 서울시의사회가 제동을 걸었다. 즉 가정이 있는 남녀 의사의 불륜을 다루고 있어 의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직업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어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법원에 호소를 했다는 보도다.

 그런데도 ‘나쁜여자 착한여자’는 시청률면에서는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하며 계속 순항하고 있다. 이유는 뭘까. 필자는 그 힘을 최진실과 그 주변의 등장인물에서 찾아 보았다.

 대개 불륜 드라마의 특징은 착하게 성실하게 산 배우자를 버리고 남편은 한 눈을 판다. 그것도 아주 죄질이 나쁘게 말이다. 여기서도 역시 남편 송건우(이재룡)는 집안에서도 전화로 밀회를 즐기지만, 이세영(최진실)은 착하고 성실하다.

 세영(최진실)은 치매에 걸린 건우의 할머니를 극진하게 모신다. 때로는 더러운 옷가지도 빨고, 할머니가 사고를 쳐놓은 것을 불평 한 마디 없이 깔끔하게 처리해 낸다. 세영(최진실)은 친딸을 안 키우면서도 딸에게 친엄마 이상으로 하고, 집안을 활기차게 이끌어간다.

 세영의 헌신적인 가족 보살피기와 함께 시어머니 이경선(이효춘 분)과의 관계도 시청률을 올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둘은 고부 간의 관계지만, 세영은 시어머니를 친정엄마처럼 대하고, 경선은 친딸 이상으로 며느리를 아끼고 고마워한다.

 그러면서도 시어머니는 세영이 아직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에 은근히 압력을 주고 있다. 며칠 전 상영분에서도 둘은 함께 산부인과에 가면서 서로 정다움을 뽐내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세영(최진실)은 시어머니(이효춘)에게 "어머님, 삐지셨지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삐지다’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의미상 여기서는 ‘삐치다’를 사용해야 한다. ‘삐치다’는 ‘성이 나서 마음이 토라지다.(그렇게 조그만 일에 삐치다니 큰일을 못할 사람일세./잘 놀다가도 석형 얘기만 나오면 저렇게 삐치고 다투니 언제 철이 들는지…….≪이영치, 흐린 날 황야에서≫)’라는 뜻이다.

 참고로 ‘삐지다’는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 내다.('김칫국에 무를 삐져 넣다'라는 뜻의 동사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주의할 것이 있다. 아무리 ‘삐치다’가 바른 표현이라고 해도,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어머님, 삐치셨지요’라고 하는 것은 공손 어법이 아니다. 이 말은 동년배나 혹은 아랫사람에게 하는 표현이다. ‘어머님, 마음에 안 드시는 것이 있습니까?’ 등 정중한 어법을 사용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

 ‘삐치다’를 쓸 자리에 ‘삐지다’로 잘못 쓰는 경우는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신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5일자 조선일보에 ‘동인문학상 심사위원 물러나는 박완서씨와 새로 위촉된 오정희씨’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 중에 박완서씨 대담에 "거론도 하지 말아달랄 때 삐졌던 마음이 싹 가시고 나의 신인시절, 그때는 일간지마다 다달이 그 달의 문예지를 장식한 단편소설에 대한 월평이라는 걸 실었었는데, 그때 내 작품이 거론되면 가슴 먼저 울렁거리던 그 신선한 충격까지를 그리움으로 회상하게 되었다" 라는 표현을 보았다.

 여기서도 의미상 ‘삐쳤던 마음이 싹 가시고’가 바른 표현이다. 이것이 박완서씨의 잘못인지 기자의 잘못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명백한 오류로 독자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하나 더, 이 드라마의 제목이다. ‘나쁜 여자 착한 여자’는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관계로 띄어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하나의 단어처럼 붙여 쓰고 있다. 제발 바르게 띄어 썼으면 한다. 붙여 써놓으니 문법에도 맞지 않지만, 답답하기도 하다.

 최근 ‘나쁘다’는 형용사가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이 드라마도 가족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 치고 다소 선정적이기 때문에 ‘나쁘다’라는 평가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담당 PD는 “이 드라마는 서서히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중간의 과정을 자르고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 상황을 제시하기 위해 처음에 조금 강하게 표현된 것 뿐이고, 이제는 일상적인 장면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그 대답은 이제 일반 보통의 드라마로 자리 잡는다는 이야기인데, 언어 표현도 바르게 하고, 특히 어른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어법도 모범적으로 표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재열/ 국정넷포터·수원 장안고교 교사(tyoonkr@yahoo.co.kr)
 출처: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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