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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할 단어- '고객'

Written by. 이상흔   입력 : 2007-02-11 오후 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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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KTX(저는 이 요상한 열차 이름도 우리말로 새로 지어야 한다고 이곳 기자수첩 102번 글에서 쓴 적이 있습니다)를 타고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열차 안내 방송을 듣고 있자니 대충 아래와 같은 말이 흘러 나왔습니다.
 
 "저희 열차는 부산발 서울행 열차입니다. '고객'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립니다."
 
 하루는 은행에서 번호표를 빼고 기다리는 데, "oo번 고객님"하고 부르는 겁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려고 하니 "고객 여러분께 알려 드립니다"하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휴대전화 업체에 전화를 하니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하고 아가씨가 상냥하게 받았습니다.
 
 저는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쓰는 '저희'라는 말 다음으로 이 '고객'(顧客)이란 말을 듣기 싫어합니다. 고객이란 말에 밀려 '손님'이란 단어는 일부러 찾아서 듣기조차 힘이 들 정도입니다.  '고객 사은 대잔치' '알뜰 고객 대박 찬스' '고객과 함께 하는 어쩌고 저쩌고'…….
 
 이런 말을 쓰는 것은 한자어로 구성된 '고객'이란 말이 왠지 ‘손님’이란 단어보다 고상하지 않을까 하는 심리 때문입니다. 실제 손님이란 말은 작은 규모의 영업장이나, 집들이 등 일상 생활 용어에만 쓰이는 경향이 있고, 대기업이나 은행 관공서 백화점 등에서 영업활동을 할 때는 손님 대신 고객이란 말을 주로 씁니다.
 
 '손님'도 '손'의 높임말인데, '고객'이란 일본말을 우리의 '손님' 보다 더 높임말로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구나 '고객'이란 말은 우리가 식민지 시절부터 사용해 오던 다른 많은 일본어 한자말과는 달리 최근에 더욱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말에서 한자어로 된 높임말은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집을 댁(宅)으로, 밥은 진지로, 나이를 연세(年歲)로 하는 식입니다. 이는 우리 역사와 문화가 文을 숭상하는 양반 중심으로 흘러왔고, 이들 지배층들이 말을 고상하고 고급스럽게 하려다보니 굳어진 현상입니다.
 
 때문에 이를 두고 나쁘다 좋다 할 것 없이 그냥 국어의 하나의 특징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러나 '고객'이나 '식사' 같이 해방 전후 일본에서 들어온 말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이런 일본말이 엄연하게 존재하는 우리말을 몰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倫理'니 '哲學' 이니 하는 수많은 학문 용어도 일본에서 들어왔으니 사용하지 않아야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용어는 비록 일본에서 들어왔지만, 일본에서 조차도 없던 新개념의 용어였습니다. 또한 일본인이 서양학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든 상당수의 학문용어는 감탄스러울 정도로 잘 만든 것이 많습니다.
 
 이런 용어는 우리보다 서양학문을 먼저 받아들여 연구를 한 일본 학자들의 일종의 학문적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 좋은 말을 만들지 못하는 한 이를 받아들여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임과 동시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우리에게 개념도 없었던 학문적 용어를 들여와서 사용하는 것과 '고객'이니 '식사'니 '야채'니 하는 식으로 우리말이 있는데 일본말을 사용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은행, 관공서, 백화점이 고객이란 일본말을 지금처럼 계속 사용한다면, 머지않아 국어사전에 '고객은 손님이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실릴 날을 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손님'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일본말 아래에 두고 싶지 않다면 하루빨리 '고객' 이란 말을 추방해야 합니다. 현재 사용하는 '고객'이란 말을 모두 '손님'으로 바꿔 써도 영업하는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後記:
 혹 제가 쓴 윗글에서 우리말이 있는데 일본말을 쓴 것이 있더라고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학교에서 단 한 번도 체계적으로 어느 것이 일본말 찌꺼기 인지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집중적이고, 반복적으로 일본말 찌꺼기를 구분하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상흔(hanal@chosun.com)
 출처:월간조선닷컴 http://month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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