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소녀의 홀로 졸업식
졸업식장을 찾을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산골마을에서 6년동안 다리가 불편했던 아들을 등에 업고 학교에 데리고 다녔던 아버지의 이야기다.
때마침 졸업하는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아버지가 아들을 업고 학교에 갔다오는데 세상을 덮을 듯한 눈이 펑펑 쏟아졌다.
졸업장을 들고 기뻐하던 아버지와 아들의 눈은 하늘에서 내린 눈과 섞여 눈물이 됐다.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은 어느 어린이용 잡지의 별책부록에 실려 있던 줄거리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와도 기쁨의 눈물을 찾기 어려워진 요즘에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예전같은 아쉬운 표정을 찾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서아름양의 졸업식은 내게 특별했다.
아름이는 중동부전선 최전방지역인 강원도 화천군 봉오초등학교를 얼마전 졸업한 어린이다.
학교 들어가는 진입로는 군부대와 함께 쓰는 길이었고 학교 주변에는 군부대 철조망이 드러워져 있었다.
이 학교를 찾은 것은 '나홀로 졸업식' 풍경을 담기 위해서다.
다른 졸업식장처럼 아주 길고 지루한 지역 인사들의 기념사와 축사가 이어졌다. 참석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내빈 소개도 한참을 이어갔다.
드디어 아름이가 앞으로 나왔다.
졸업생이 혼자이다 보니 모든 상은 아름이 차지가 됐다. 평소 전기절약에 앞장서 타의 모범이 됐다는 한전측의 상 등 수 많은 낯선 상이 거론됐다.
교가가 제창되면서 졸업식이 끝나갈 무렵 아름이의 눈이 젖어들었다.
아름이 옆에는 6년간 뒷바라지를 해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서 있었다.
집안 사정상 부모님이 곁에 계시지 않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름이를 6년간 키우셨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참 답답해'라고 아름이가 느꼈을 할아버지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신다.
한창 철이 없을 나이이지만 학교를 떠나는 섭섭함과 할아버지, 할머니이 고마움이 아름이에게 떠오른 것은 아니었는지 아름이는 한참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름이는 "저를 키워 주셔서 고마워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담인 선생님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플 때 고쳐드리고 싶다며 아름이의 첫 꿈은 간호사라고 소개했다.
그 맑고 아름다운 아름이의 꿈이 이제 좀더 현실적으로 돼 요리사라고 한다.
그 많은 축사가 모두 한쪽 귀로 들어왔다 다른 귀로 빠져 나갔지만 잊혀지지 않은 한 축사가 있다.
"서아름 박사, 서아름 장관은 어떤가요, 아니면 서아름 대통령은..."
점점 오염되가는 졸업식 속에서 모처럼 맑고 깨끗한 영혼과 만날 수 있는 순수 졸업식이었다.
출처:연합뉴스 이해용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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