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원 전세할머니 1천만원 기부
9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80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할머니가 평생 모은 1천만원을 기부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7일 "양천구 신정3동에 사는 박영자(87) 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인 1천만원을 모금회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한 사람이 누우면 방이 꽉 차는 900만원짜리 전셋집에 혼자 살고 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여서 매월 33만원에 노인수당 5만원을 지원받아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인근 복지관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전기.가스.보일러 등도 웬만해서는 쓰지 않는 `지독한' 생활을 하면서 모은 `거금'을 내놓은 것이다.
기부 의사를 들은 모금회 관계자가 박 할머니의 집을 찾아가 `1천만원으로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시라'고 권했으나 박 할머니는 "지금 사는 집에 정이 들었고 주인집과도 잘 지내고 있어 이사하고 싶지 않다"며 "대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고 싶다"고 밝혔다는 것.
박 할머니는 경북 문경 태생으로, 경찰관인 아버지를 둔 탓에 당시로서는 흔치 않게 보통학교(초등학교)까지 나왔다. 그러나 6.25 전쟁 후 가세가 기울고 스무 살에 결혼한 남편이 병으로 금세 죽으면서 혼자서 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는 고달픈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친구 소개로 경주에서 15년간 남의 집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도와줬지만 그 아이가 성장하자 집을 나와야 했고 이후 서울로 올라와 취로사업 등을 하며 한 푼 두 푼 돈을 모았다.
가족으로 오빠와 여동생이 있었으나 모두 일찍 죽었다. 유일한 혈육이라곤 여동생의 딸인 조카가 있지만 그 조카는 남편을 폐암으로 일찍 여의고 두 딸을 혼자 키우며 어렵데 사는데다 연락 조차 되지 않는다고 모금회 측은 전했다.
박 할머니는 "죽기 전에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며 "기부를 한 뒤 마음이 너무 좋고 김춘희 할머니의 환한 웃음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박 할머니와 같은 동네에 사고 있으며, 2005년 자신이 사는 옥탑방 전세금 1천500만원을 죽은 뒤 사회에 기부하기로 한 바 있다.
모금회 측은 "김 할머니의 사연을 전해듣고 박 할머니도 기부를 결심한 것 같다"며 "이런 따뜻한 사연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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