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쪽방촌에 들어선 '희망의 가게'
"욕심이요? 일한 만큼 벌어서 애들 먹고 싶은거, 갖고 싶은거 사주는 거죠."
서울 용산구 동자동 일명 쪽방촌에 기증받은 옷과 가전제품을 깨끗이 손질해 되파는 '나눔마켓'이 3일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재개발 논의가 한창인 동네의 허름한 상가에 들어선 가게이지만 주인 임하나(37.여)씨와 강옥례(30.여)씨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으로 손님을 맞았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뒤 월세 15만원짜리 쪽방에 사는 임씨는 딸(6)과 아들(6개월)을 혼자 키우는 가장이다.
임씨는 1992년 결혼해 삼남매를 낳았지만 남편의 잦은 손찌검을 견디다 못해 2000년 맨몸으로 집을 나왔고, 다른 사람을 만나 아이 둘을 낳았지만 새로운 가정을 꾸리지는 못했다.
그는 "전 남편과 이혼문제로 아이 둘의 출생신고를 여태 미루고 있다"며 "쪽방에 살아도 지금이 더 행복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픈데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갈 때, 먹고 싶은 것을 못 사줄 때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강씨는 남편과 함께 딸(7)을 키우는데 최근 쪽방에 살다 방 두 칸짜리 집으로 이사해 임씨보다 형편이 조금 낫다.
하지만 강씨도 2000년 막노동을 하는 남편이 일자리를 제 때 못 구하면서 카드빚과 대출금이 5천만원까지 늘어나 온 가족이 채권자를 피해 지방을 전전하는 생활을 했다.
하루 한 끼 챙겨 먹기도 힘든 생활을 한 강씨 가족은 작년에서야 쪽방촌에 정착했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파산신고를 한 뒤 뒤늦게 결혼식도 올렸다.
강씨는 "휴대전화를 끊고 빚쟁이들을 피해 도망 다니다 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을 다섯달 뒤에야 알았다"며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추운 겨울을 꿋꿋이 버텨낸 임씨와 강씨에게도 봄은 찾아왔다.
'가난한 이들에게 다 퍼주고, 절대 예배당을 안 짓는다'는 방침을 가진 광염교회가 이들에게 '나눔마켓 5호점'을 내주기로 했고, 같은 쪽방촌에 있는 금성교회의 한 신도가 가게자리를 한 푼도 받지 않고 빌려준 것이다.
임씨 등은 교회 신도들이 기증한 옷 등을 팔아 수익금을 내면 전액 생활비로 쓸 수 있는데 한 달 평균 100여만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도 못 살면서 남들더러 '잘 살라'는 주제넘은 말은 못하겠다. 그저 참고, 견디고, 희망을 잃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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