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버웰 벨)이 어제(2일) 관훈 크럽 초청강연회에서 밝힌 북한 단거리 탄도탄 위협에 대한 것이다. 벨 사령관은 이 날 "북한은 지난달 27일 첨단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했으며 이는 한국군과 한국 국민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하여 신속한 발사와 이동이 가능하다, 북한은 IAEA대표단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성공적인 시험발사였고 첨단기술이다,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실질적인 이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는 북한의 최근(두 달간 3회) 미사일 발사는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이라고 과소평가했다. 그것도 마지못해 비공식으로 말이다. 미국과 일본이 즉각 유엔안보리 대북 결의안(1718호)을 위반했다고 비난한 것과 너무나 대비되는 평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우리의 정보능력이 제한되어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일 것이다. 최근 한·미 군사관계가 소원해져서 미국이 첨단정보(첩보)를 한국에 실시간으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

▲인민군창건 75주년 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 등장한 북한 미사일.ⓒkonas.net

 작년 7월 5일 북한이 대규모 탄도탄(7발)발사 무력시위 직전에도 우리 국방부장관은 국회답변에서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잘못된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작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 했을 때 장소도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이것이 한국의 대북 정보파악의 현주소이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연속으로 미사일을 발사해도 우리 국방부는 미국·일본 보다 먼저 이를 확인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4월25일 인민군창건 75주년기념 김정일 열병식에서 미사일 4종류, 48기를 공개하였는데 이중에 이번에 발사한 신형 단거리 탄도탄미사일(KN-02)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거리는 120~140Km이고 러시아의 SS-21을 개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문제 때문에 정작 우리에게 실제적 위협이 되는 북한 탄도탄 위협은 묻혀있다. 북한은 일본과 미국의 괌을 겨냥하고 있는 노동·대포동급 탄도탄(1300~3400Km)이 200여기, 한국의 목표물을 조준하고 있는 스커드급 탄도탄(300~500Km)이 2004년도를 기준으로 600여기이다. 이 중에는 60%가 화학무기가 장착되어 있다고 한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프로그(FROG) 급은 거리와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KN-02로서 우리에겐 더욱 큰 위협이다. 북한이 마음먹고 탄도탄만 발사해도 한국 국민은 거의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의 핵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할 수가 있지만 탄도탄의 위협에 대한 대비책은 우리 스스로가 갖추어야 한다. 북한의 탄도탄 위협은 1984년 3월의 300Km 사거리 스커드-B 시험발사부터 시작되었다. 23년이 경과하도록 이에 대한 대응책을 수립하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정부라 할 수가 있겠는가. 필자가 누차 북한의 탄도탄 위협을 경고하고 미사일 방어망(MD: Missile Defense)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북한이 탄도탄을 시험 발사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에 아낌없는 대북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탄 개발에 전용될 수 있도록 자금을 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북협력기금 운영현황’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상 대북 지원 규모는 김대중 정부(1998~2002년) 때(5459억원)의 2.27배인 1조 2400억원이었다. 여기에다 유상 지원까지 포함하면 현 정부(2003~2006년)의 대북 지원금은 2조 3925억원으로, 김대중 정부의 1조8567억원보다 28% 가량 늘었다. 여기에 금강산 관광대금, 개성공단 임금, 남북정상회담대가 비밀송금, 금강산관광대가 비밀송금 등이 또 있다. 가히 천문학적인 돈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5월 공식 종료가 선언된 북한 경수로 사업에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모두 1조3743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년 들어 지난 3월~5월에 지원된 비료 30만 톤 (약 1100억원)이 있다. 정부는 6월 30일부터 북송되고 있는 쌀 차관 40만 톤(약 1600억원)과 경공업 원자재 지원 등 4개 사업에 2400억원의 협력기금을 쓰기로 했고, 7월 2일 남북교류 협력추진위를 열어 5개 사업에 207억원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

 이런 돈들이 그 동안 북한이 핵무기·탄도탄을 개발하는 자금원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된 것이다. 더구나 우리 비료가 북한에 수송되고 쌀이 선적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은 탄도탄을 발사했다. 그런데도 우리 국방부는 이를 비난하는 성명 한마디 없었고 아무런 제재조치도 없었다. 정말 기가 막혀 말문이 닫힌다. 대북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국방부는 왜 북한의 탄도탄에 대한 대비책을 국민에게 밝히지 않는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보다 대북화해협력이 그렇게 중요한가. SAM-X(차기 지대공유도무기)사업으로 2008년에 도입하는 무기체계가 탄도탄 방어능력이 미흡한 중고품(독일)인 PAC-2인 것과 이지스구축함(세종대왕함)에 탄도탄 방어가 안 되는 SM-2유도탄을 탑재하는 이유부터 먼저 밝혀야 한다.

 혹자는 한국이 MD를 구축하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잘못된 국방정책으로 MD무기체계를 의도적으로 갖지 않고 있는 것일 뿐이다. 미국·일본은 이미 탄도탄 방어가 가능한 이지스함(SM-3탑재)과 신형 PAC-3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기지에 PAC-3을 오래전부터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벨 사령관은 2006년 초 부임한 이후 한국의 MD구축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우리 국방부가 애써 외면한 북한의 탄도탄 위협은 오히려 저들의 소위 ‘서울 불바다 선언, 선군정치의 은덕’과 주한미군사령관의 거듭되는 경고로나마 겨우 우리 국민에게 인지되어 가고 있다. 국방부는 정작 이런 위협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방부는 북한 탄도탄 미사일에 대한 대비책을 소상히 밝혀 불안에 떠는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konas)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