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
한미동맹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의 관계에서 기본적인 이슈가 국가안보 수단으로서 이들 둘의 상호관계 설정에 관한 것이다. 즉, 상호 대체적인가, 보완적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보완적일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균형을 취하는가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안보수단의 3대 축은 자위(자강), 동맹 및 다자체제로서 파악된다. 국가마다 국내 정치사회적 사정과 대외위협의 성격과 그 인식정도에 따라 이들 3축의 구성은 달라질 것이다. 이것은 안보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국가이익을 유지 및 발전시켜야 하는 안보수단의 포트폴리오(security portfolio)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6.25전쟁 이후 이 안보수단 포트폴리오를 용의주도하게 잘 구사해온 결과 제2의 6.25전쟁 발발을 억지할 수 있었다.
나아가, 한국은 21세기 현재 시점에서 중장기 안보상황을 평가하고 전망해서 이 안보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작업을 간단없이 지속해야 한다. 특히, 선진 일류국가가 되려는 전략과 비전에 대해 위협과 위험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들 세 안보수단의 최적 결합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들 안보수단의 지배적 요소를 보면, 자위(자강)는 군사와 경제의 영역이 중시되는 한편, 동맹은 군사와 외교영역이 강조되며, 또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는 외교와 경제의 영역이 강하게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어떤 안보수단 구성을 택하느냐는 결국 어떤 요소가 안보환경 내지 한국의 안보조건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은 6.25전쟁 직후의 상호방위조약 체결로 공고화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정부가 수립되었던 1948년부터 '가치동맹'으로서 시작된 셈이다. 한미동맹은 냉전시대, 남북한 정전체제 및 미국일변도의 일초다극의 국제체제를 거쳐오면서 군사적 요소가 지배하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미래 한미동맹도 비록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이 진전하더라도, 단순히 정치적 동맹이나 외교수준으로 재정립될 수 없는 속성을 갖게 되었다.
특히,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이 미진하거나,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일본의 방위력 증강이 상호 경쟁적 양상을 띄면서 우발적 무력분쟁으로 발전해 한반도에 안보위협을 초래할 가능성이 불식되지 않는 한, 한국은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존속시켜 나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이렇게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20세기 초반 한반도 안보상황에 개입했던 주변 3국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이해한다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당사국인 한국과 미국 사이에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에 신뢰가 다소 상실된 셈이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이어 4월 방미의 성과로서 한미 양국의 신뢰동맹도 전통적 수준으로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의 한미동맹이 전략적 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은 신장된 국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해 중견국가로서 미국의 동맹 파트너로서 갖춰야 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해 나감과 동시에, 미국은 한국의 국가안보이익과 국제사회에서의 입장을 충분히 지지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확대해야 하는 일이 중요하다.
즉, 국제 평화구축을 위한 미국의 노력들 - 핵비확산, 국제테러 근절, 국제평화유지활동, 실효적 인권시장 등 -을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진솔하게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한미동맹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와 얼마나 공존할 수 있는가이다. 최근, 탈냉전, 다극적 국제체제의 인식동향, 경제 요소를 중시하는 국제여건, 지역주의 태동 등을 배경으로 해서 다자안보협력체제의 가능성에 관해 많은 논쟁과 언급이 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유럽연합, OSCE(유럽안보협력기구), ASEAN, SCO 출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가동 등은 그 징표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안보위협이 엄연히 상존해 있는 동북아에서, 또한 역내 다자안보협력체가 출범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결코 서둘러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동북아 역내 국가들 간 군사적 안보에 관한 신뢰구축이 부족하고 협력안보의 긴요성을 상호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문화적 인식이 상이한 가운데 민족주의가 불식도지 않은 상황에서 패권을 견제하려는 강대국이 역내 구성국가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에서 일부 다자안보협력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초국가적 안보위협을 공동 대처하자는 미국중심의 노력과 중국 중심의 최근 관심제고가 지적될 수 있는 편이다. 중국은 2005년 이래 이 주제에 관해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있고, 미국은 일본, 호주, 한국 등의 동맹국들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실행계획의 공동개발을 태평양사령부(APCSS)를 통해 추진 중에 있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 동북아 지역의 비군사적 안보위협을 공동 대응하기로 한다면, 역내 다자안보협력체의 출범은 대단히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경제적 부상을 강조하는 중국이 군사적 초강대국 지위를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과 공동협력을 취해 역내 비군사적 안보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다자안보협력체 구성에 쉽게 호응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
한국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가 발족한다면, 군사적으로는 대미 동맹을 견지하면서 경제 및 외교적으로는 다자안보협력체에서 괄목할 만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여, 안보이익의 완벽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을 넘어서서 역내 다자안보협력체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역내 질서가 완전히 경제협력과 외교협력에 의해 지배되는 한편, 한국에 대한 군사안보적 위협이 북한 핵 해결과 함께 완전히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이 이 지역에 가까운 장래, 아니 먼 장래 - 2030년 이후 - 에도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는 전망되지 않는다.
따라서, 1988년이래 그랬던 것처럼 역내 다자안보협력체 발족을 위해 한국이 계속 적극 노력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 바, 한미동맹을 그 노력의 축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중장기 전략으로서 안보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방법에 해당한다고 본다.(konas)
전경만(국방연구원 부원장)
- 2026.10.1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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