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역사속 안보
한 나라의 국왕이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데 있어 어떤 군주에게도 뒤짐이 없었을 세종이라면 비밀병기를 만들어 동북아를 위협하는 그런 정복자의 길은 걷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지 않겠는가. ‘절대강국’을 꿈꿨다는 홍보 문구가 우리의 마음을 혹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세종의 진면목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세종 연간에 개발된 ‘신기전’은 조선이 처한 안보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줄기찬 노력의 결과였다. 텔레비전 사극으로 방영되고 있는 ‘대왕 세종’에서도 잘 묘사돼 있지만, 당시 조선은 북방 야인(野人)으로부터의 도발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었다. 정종 이후 세종 연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아홉 번의 내침이 있었고, 태종 때는 병마사 한흥보와 곽승우가 죽음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야인들이 활동하던 압록강과 두만강 연안지역은 원래 조선의 땅이다. 특히 두만강 연안의 경흥지역은 태조 이성계의 부친 이자춘이 병마사로 근무하며 장악했던 곳이고 태조 역시 이 지역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세종이 “자고로 제왕은 흥왕(興王)의 땅을 중히 여김이 근본이 된다”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힌 것도 이 지역이 조선 개국의 발원지며, 조선 백성의 생활 근거지이기 때문이다.
이들 야인들의 도발이 조선 백성에게 얼마나 위협이 됐을까. 오랑캐꽃이 그 해답일 수도 있다. 오랑캐꽃은 봄의 생기가 대지를 가득 채우는 5월이면 우리나라 들판 어디서나 피는 보랏빛 야생화다. 그 원래 이름은 ‘제비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이 꽃이 피어날 무렵이면 북쪽의 오랑캐들이 쳐들어 온다고 해서 오랑캐꽃이라 불렀다.
오랑캐라는 이름도 세종 당시 야인부족의 두목이었던 올량합(兀良哈)에서 나온 것이다. 조선 백성들이 5월에 피어나는 빛나는 제비꽃에 오랑캐꽃이라는 험상궂은 이름을 붙여 준 것은 야인들이 공격할 시기가 됐으니 조심하라는 경고의 신호였다. 세종은 바로 이러한 신호를 국방의 적신호로 파악했다.
백성들의 안위가 위협받고 있을 때 국방 능력을 강화하고 신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통치자의 사명이라는 것을 세종은 몸으로 보여 줬다. 아마도 세종이 말해 주고 싶었던 것은 국방이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고 하는 국정 운영의 일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음을, 더 나아가 국방이야말로 국태민안이라고 하는 국정의 궁극적인 버팀목이 아니었을까. 그러기에 세종이 더욱 그리운 시절이다.(konas)
윤영미(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 http://kookbang.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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