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에 대비한 군사력 건설 방향
1. 한국의 군사력 건설방향
한국군은 1948년 창설된 후 한국전을 치루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육군은 18개 사단 전체 병력 55만명으로 증강되었고 해군은 6개전단에 병력 12,000명, 공군은 1개 전투비행단과 훈련비행단을 보유하였으며 전체병력은 11,000명이었다. 전후 약 10년여에 걸친 체제정비기를 통하여 한국군은 근대화된 군으로 거듭나게 되었고, 현재는 육군 50개 사단 54만 1천명, 해군 6만 8천명, 공군 6만 5천명으로 총병력 규모 67만 4천명으로 성장하였다.
그동안 추진돼온 한국군의 대표적인 전력증강사업을 보면, 1970년대에는 M-16 소총생산, 고속정 PKM 건조, UH-1H 및 500MD 헬기 도입과 F-4 팬텀기 도입사업이 추진되었다. 1980년대에는 F-5 제공호 기술도입 생산, 호위함, 초계함 건조, 야포, 전차, K-1, K-200 장갑차 개발 등이 이루어졌다. 1990년대에는 K-55 자주포, 209 잠수함, KF-16 기술도입 사업이 추진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대구경다련장, 214 잠수함, F-15K 전투기 도입, K-9 자주포, K1A1 전차, KDX 급 구축함, T-50 고등훈련기, 단거리 대공유도무기, 무인정찰기, 전술 C41 체계 구축 등이 이루어졌다.
이같은 전력증강은 북한위협에 대비한 긴박감, 가용예산의 제한, 기술수준 미약 등의 이유와 한미연합방위체제 하에서 추진된 결과로써 주로 병력집약형 군대에 적합한 근접전투용 무기장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전쟁양상 변화에 부합토록 원거리 정밀타격무기장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한국 국방의 가장 큰 이슈는 한미간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하여 한미공동방위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안보전문가들은 한국군의 군사능력이 점진적으로 증대되면서 작전통제권이 무리없이 원만하게 이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군의 군사능력이 어떻게 얼마만큼 증대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국방전문가들의 견해는 개인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하여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할 전력으로써 전략적 조기경보가 가능한 정보감시정찰능력과 전략타격능력, 그리고 실시간 작전지휘통제가 가능한 첨단 지휘통제체계 구축을 들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전략적 기습을 방지하기 위해 한반도 및 주변 지역에 대한 독자적 감시 및 조기경보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전투력의 실시간 지휘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첨단 지휘통제통신체계의 구축이다. 이를 위해 전략 및 전술 제대의 탐지-결심-타격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자동화된 C4ISR 체계를 구축하고, 이의 생존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향상된 정보보호 능력과 적 정보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셋째, 적의 초전 기습을 차단, 격퇴하고 적의 2파, 3파 공습전력을 제압할 수 있는, 항공우주우세를 확보하기 위한 첨단 항공우주전력의 확보이다. 현대전 양상은 공지해합동전이면서도 특히 항공우주전력의 우세가 전쟁승패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가 지상에서 군사분계선을 아무리 철통같이 지킨다고 하더라도 공중전에서 패배하면 즉각 지해상 전선이 위태로워지고 결국 전쟁주도권을 상실한 채 수세에 몰려 패배하게 된다. 따라서 항공우주우세 확보를 위한 첨단 항공우주전력의 확보는 현대전 승리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적의 전쟁지도부와 군사지휘부를 포함한 전략적 중심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전략적 중심에는 적 공세전력의 근원인 항공력과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시설 및 장비가 포함된다. 이는 개전 초기에 제압하고 무력화시켜야 할 우선적인 표적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지의 표적들에 대한 식별 및 표적화 능력과 은밀하게 적진으로 침투할 수 있는 은밀침투능력, 그리고 원거리 정밀타격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다섯째, 전쟁지속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세기동 전력과 한반도 주변 해양통제 및 원해/상륙작전 수행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필요한 물자들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맞춤식 군수지원보급체계를 구축하고 전투긴요물자 및 장비확보수준을 향상시키며 예비전력의 전투력 발휘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중장기적으로 독자적인 전쟁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방위충분성에 기초한 핵심전력을 우선 확보하면서, 든든한 기반 전투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군사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이 보강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2. 미래전에 대비한 국방개혁 방향
이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미래전장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국방개혁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군을 기술집약형 군구조로 소수정예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군은 경상비 부담이 과중하여 전력증강사업이 제한받아왔다. 예를 들면 자주국방의 초석이 되는 전략정보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E-X 사업이나 감시권 영역에서의 전력투사를 가능하게 해주는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 그리고 전략적 예산배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지연돼왔다.
국제적으로나 또는 우리의 국력에 비추어볼 때 30조원에 육박하는 국방예산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그 많은 재원으로도 운영유지가 힘들 정도로 우리군은 몸집이 크다. 여러 미래전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우리는 보다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로 군을 소수정예화해야 한다. 전세계의 분쟁을 커버하고 있는 미육군도 총병력은 50만명 규모에 불과하다. 러시아 육군도 40만명이 안된다. 영국은 11만명 규모이다. 하지만 한국의 지상군 규모는 이들보다 많은 56만명 규모이다.
북한의 군사력이 대규모 병력중심이기 때문에 우리도 지상군 편중의 전력구조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현대전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기인한 주장들로서 설득력이 없다. 대규모 병력중심의 전력구조는 21세기 전장상황에서 경쟁력이 없다. 이스라엘에 제압당한 아랍국 군대와, 1991년 걸프전 당시 양적으로 그토록 막강한 이라크군이 실전에서는 제대로 된 반격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궤멸된 사례에서 우리는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한국군은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소수정예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군사력 건설방향을 근접전투용 무기장비 중심에서 원거리 정밀타격용 무기장비로 점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21세기 전쟁은 과거와 같은 근접전투형 소모전, 섬멸전 양상이 아니다. 탈대량파괴, 탈대량살상의 원거리 정밀타격전이며 전략적 중심마비전이다. 따라서 군사력건설의 주된 방향을 원거리 정밀타격전 무기체계 중심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적의 전략적 심장부를 정확하게 공격하여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전력체계 건설은 미래전 승리의 관건이다.
셋째, 합동성에 근거한 3군 균형발전을 달성해야 한다. 이는 단지 3군의 균형적 첨단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군내 교리전략개념의 균형, 국방의사결정체계의 균형, 합동작전지휘체계의 균형, 합동군부대의 조직편성 균형, 군사외교 분야의 균형, 연구개발 및 방산체제의 균형, 국방예산 배분의 균형 등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균형발전을 의미한다.
선진국들처럼 국방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고위참모들이 육해공 3군 균형으로 편성되어야 한다. 3군 균형의 합동성을 강화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3군 균형발전은 선진국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다. 미국은 1986년 아예 골드워터 니콜스 법안을 제정하여 균형발전을 법규로 보장하고 있다. 일본도 합동성 강화를 법규 수준으로 명기하고 있다.
넷째, 적정 국방예산의 안정적인 확보이다. 1998년 이후 국방예산은 점증적으로 증액되었지만 연평균 GDP 대비 국방예산 규모는 2.58%로서 10년전인 1998년의 2.85%에 비해 대폭 감소되었다. 매년 3% 수준을 상회했던 1993년 이전과 비교하면 한층 더 감소된 추세이다. 이같은 규모로는 미래 국방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어렵다. 적어도 GDP 대비 3% 수준의 국방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만이 국가방위를 위한 중장기 계획들이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다섯째, 합동성에 근거하여 군사력 건설의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중장기 전략기획서들이 군사력건설의 우선순위를 설정해놓고 있지만 그 중요한 사업들이 막상 추진단계에 이르러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밀려나고 지연되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략정보전력과 같은 중요사업들이 재원부족이란 이유로 수년씩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한미간에 전작권 전환을 놓고 가장 취약한 부분이 되고 있다. 여하튼 합동성을 근거로 미래 전장에서 필요한 무기장비들의 획득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이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여섯째, 소요제기 및 사업관리자들의 전문성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대의 첨단 무기장비를 도입하려면 적어도 5-10년의 장기간이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 실무자들에게는 고도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장기적 혜안을 가지고 작전요구성능(ROC)을 정확하게 산출하여 합리적인 소요를 제기해야 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사업관리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일곱째, 국방 전분야에 대한 순수평가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70년대 초 닉슨대통령이 국내외적인 재정압박에 정부가 꼼짝달싹 못하게 된 상황에 처하자 랜드연구소의 앤드류 마샬에게 미국이 처한 위협과 국방의 기본틀을 제로베이스에서 순수평가하도록 특명을 내렸다. 앤드류 마샬은 3년동안 미국의 안보 전분야에 대하여 심층 분석한 결과 위협이 까닭없이 과대평가되어 있고 국방소요 또한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음을 발견하였다. 미국은 앤드류 마샬의 분석을 기초로 안보위협과 국방소요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통하여 국방의 기본틀을 재정립하였다.
창군 60년을 맞이한 한국군도 이제는 향후 60년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안보위협 및 국방 전분야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는 순수평가를 실시하여 국방의 기본틀을 다시 잡아야 할 때이다.(konas)
홍성표(국방대학교 교수)
- 2026.10.1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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