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관 집단행동은 군기문란행위
흉년에 논두렁을 행군하는 상황에서 조조는 명령한다. “농작물을 해치는 자가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각 목을 베겠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조조의 말이 놀라 뛰면서 밭으로 뛰어들었다. 조조는 자기 목을 치라고 부하에게 명하지만 부하가 차마 주군의 목을 치지 못하자, 조조는 자기 칼로 자기 상투를 잘라버린다. 상명하복의 절대성과 군기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 곧잘 인용되는 이야기다.
지난해 10월 우리 군에서 생명과 같은 군기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법무관 5명이 특정 서적의 영내 반입 차단과 관련해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집단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관련 어제 헌재에서는 공개변론이 있었다.
이들 군 법무관은 장병의 정신전력을 위해하는 책자가 병영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조치는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건국 이래 이 나라를 지키다가 산화한 호국영령들이 한탄할 일이다.
미국은 국방부 지침에 의거해 군기 또는 사기에 명백한 위협으로 판단된 출판물의 배포를 금지하고 있다. 독일도 중앙복무규정에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배하거나 위헌단체의 표현물 또는 선전물의 병영 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연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규율 유지를 위해 개인물품의 소지를 제한 또는 금지한다는 내용을 육상자위대 복무규칙에 명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군도 군인복무규율에 의거해 장병의 건전한 군인정신과 가치관을 해치는 도서에 한해 영내 반입을 금하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상식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에서 명백히 이적단체로 판결받은 한총련이 의도적으로 병영 내에 반입하려는 책자를 제한한 것까지도 기본권 제한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들은 스스로 한총련의 하수인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불온서적을 통제하는 것이 기본권 제한이라면 개인의 의사를 묻지 않는 징집도, 컴퓨터에 의한 부대 배치도, 일과표에 의한 각종 훈련도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인가.
더구나 이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어 항명에 해당하는 집단행동을 했다. 군에서 집단행동과 항명은 군 자체의 기능을 말살시키는 독약과 같은 것이다.
‘돌격 앞으로’라는 지휘관의 명령에 “왜 돌격해야 합니까”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군대를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가. 따라서 집단행동 법무관에 대해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중징계를 내린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타당했다.
군대는 공부하는 곳도 아니고 사업하는 곳도 아니다. 인권단체는 더더욱 아니다. 오로지 적과 싸워 이겨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을 억지하고 유사시에 대비하는 집단이다.
장병 개개인의 기본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생존이 더욱 중요하다. 헌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헌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군의 사기와 군기가 땅에 떨어진다면 헌법은 과연 누가 지킬 것인가.
따라서 법무관 몇 명이 제기한 헌법소원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 군의 사기와 군기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이 시간에도 전후방에서 제2의 6·25를 막겠다는 일념으로 전투태세에 여념이 없는 국군장병과 800만 예비역은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다수의 국민과 함께 헌재의 결정을 예의주시할 것이다.(konas)
김문기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대변인)
* 본 내용은 세계일보에 기고된 글입니다.
- 2026.9.25 금요일
- 안보칼럼 더보기
한반도 안보 지형의 지각변동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첨단 ..
- 핫클릭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