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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파병은 선진한국 위한 밑거름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파병정책 뒷받침해야
Written by. 김태우   입력 : 2010-01-08 오후 2: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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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 재파병이 가시화되면서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남남갈등'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아직 정부가 최종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이지만, 벌써부터 "왜 우리의 아들들이 미국의 침략전쟁을 위해 피를 흘려야 하나" 등의 한가로운 논리들이 꿈틀대고 있다. 세상물정 모르는 이들의 이념논쟁 속에 파병정책 전체가 함몰되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가 해외에 재건팀을 보내고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것일 뿐, 그 어느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다.

 2009년 11월 정부는 '아프간 지원 강화' 방침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재파병을 기정사실화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유명환 외통부 장관이 '지방재건팀 강화 및 경비부대 파견'을 거론함으로써 아프간 재파병 문제는 수면 위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보도들을 종합하면, 정부가 구상하는 지원강화책은 현재 25명 수준인 지방재건팀(PRT)을 130∼150명으로 늘리고 이들을 보호할 300∼500명 규모의 경비부대를 파병하는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이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 2010년 초중반에 실행된다면 2007년 말 다산부대를 철수한 지 2년반 만에 한국군이 다시 아프간 땅을 밟게 된다.

현지사정 약화

 현재 아프간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우선, 탈레반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주로 남부에서만 활동하던 탈레반이 북부의 카불 인근지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가 보유한 치안군이라고 해봤자 9만 명의 정규군과 8만 명의 경찰병력인데, 이들로 탈레반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다. 경제사정도 여전히 열악하다. 인구의 42%가 월수입 14달러의 빈곤선 이하에 머물고 있으며, 파키스탄이 세계 양귀비 생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국민이 마약 생산에 생계를 걸고 있다. 종족간 분열도 심각하다. 파슈툰 족이 최대다수 종족이지만, 60여 개의 종족들이 각기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형국이어서 대립과 갈등이 그칠 날이 없다.

 정치불안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09년 8월 선거에서 미국이 지원하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재선되었으나, 부정선거 의혹에다 과반수 미달 의혹까지 제기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미군과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곤두박질하고 있음도 걱정거리다. 2005년도에 80%에 달했던 미군 지지도는 2009년말 현대 50% 이하로 떨어진 상태이다. 이러한 지지도 급락은 민간의 희생자의 증가, 동맹군의 오폭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 미국이 지원하는 카르자이 정권의 부패상 등 다양한 이유에서 연유되고 있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과 동맹군의 사상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군 증파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기습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은 거의 없으며, 도처에는 탈레반이 설치한 급조폭발물(IED)이 동맹군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이렇듯 현지 상황이 나빠지고 있지만, 한국이 재파병을 검토해야만 하는 이유들은 많다.

국제적 의무 이행과 한미동맹 관리

 첫째,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외면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한국은 GDP 규모 13위의 국가로서 지난 11월 24번째의 회원국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이제 한국은 국력에 걸맞은 국제적 의무를 수행해야 하며, 그것이 국위와 국격을 높이는 길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사회의 대다수 핵심국가들이 지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아프간을 외면하는 것은 한국이 취할 행보가 아니다. 아프간에는 미국 이외에도 42개국이 파견한 6만 5천 명의 국제안보지원군이 나토(NATO)의 지휘아래 평화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각국에서 파견한 26개의 지방재건팀도 활동 중이다. 경제적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이 227억 달러, 일본이 15억 달러, 영국이 14억 달러, 캐나다가 11억 달러 등을 지원한 것에 비하면 한국의 지원액은 1억 달러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태이다. 우리가 레바논에 동명부대를 보내 평화활동을 펼치는 것이나 소말리아 해역에 함정을 보내 해적소탕을 돕는 것도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국제적 의무에 속한다. 아프간에 재파병을 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둘째, 아프간 재파병은 한미동맹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미동맹은 지난 두 정부에 대북관계 일변도의 대외정책을 펼치는 동안 상당부분 약화되었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전략동맹의 확대발전에 약속했고, 미국은 '핵우산을 포함한 확대억제'의 제공을 약속함으로써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보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미동맹도 여느 동맹과 마찬가지로 '주고받는 관계' 속에 유지·발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여전히 미국의 확대억제를 필요로 하고 있고, 안정적인 안보환경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희망하며, 한반도 유사시 미국과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다면, 미국이 절실한 도움을 요구할 때 이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견실한 동맹을 꾸려나가는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결국은 스스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선택

 마지막으로, 우리가 국제적 의무를 수행하고 한미동맹을 관리하는 것이 결국 스스로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해외파병을 통해 축적한 전투경험이나 강화된 한미동맹은 한반도 유사시 긴요한 자산이 될 것이니 결국 스스로를 위한 파병인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여 해상로가 보호되면 해운국가로 살아야 하는 한국 같은 나라가 가장 덕을 보게 되어 있다. 아프간 안정화에 실패하여 인근지역 전체가 국제테러세력의 온상이 되는 경우 이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위협이며, 파키스탄까지 잘못되어 핵무기의 통제력이 상실되고 이로 인해 핵테러가 파급된다면 이 또한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아프간에서의 실패는 서방세계의 지도력에 손상을 가져올 것인데, 이 역시 서방국의 일원인 한국에게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불안정이 한국의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들과 씨름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한국이 해외에 파병하는 것은 세계 도처에 생존과 번영을 위한 발판과 기지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인 것이며, 한국은 이를 토대로 자원과 에너지를 수입하고 수출시장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 이것이 무역국가로서 생존해야하는 한국의 숙명인 것이다. 호주 같은 나라가 앞장서서 세계 도처에 평화유지군을 보내는 것도 결국은 해상운송로를 보호하여 고립을 예방하고 번영을 구가하겠다는 생존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여기다 대놓고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운위하면서 파병정책의 존재 자체를 비난하고 나선다면, 이는 각박한 세상에서 나라들이 생존해가는 이치를 외면하는 철부지 주장에 다름 아닐 것이다.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파병정책 뒷받침해야

 2007년 다산부대에 근무하던 윤 하사가 테러세력에 의해 희생되었다. 이 사건은 광화문의 촛불시위를 촉발했고,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왜 미국의 전쟁에 우리가 피를 흘려야 하는가"라고 항의했다. 이 사태 이후 정부는 서둘러 다산부대를 철수했다. 이 사태가 철군을 가져온 전부의 이유는 아니었겠지만, 병사 한 사람의 희생이 촐불시위를 촉발하여 정부의 파병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한국이라면, 그런 한국에게는 미래가 없다.

 이는 생명의 고귀함을 경시해서가 아니다. 군인은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조직이다. 어느 나라든 군인은 국내외에서 국익을 위해 싸우고 때로는 희생도 감수해야 하며, 국가는 이들의 명예와 사기를 존중해야 하는 법이다. 이제 지방재건팀이 증가되고 군이 파병되면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과 함께 불행한 일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국가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들이다. 우리가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이를 인내할 수 있을 때 선진한국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한국 지방재건팀과 한국군의 무운장도를 기원한다.(konas)

김태우(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이 글은 '월간자유' 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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