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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화폐개혁과 사회주의 체제의 통치술

인민들이 부유해져서 생존을 넘어서는 여유가 있으면 적이 되기 때문에 적이 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민들 재산의 약탈은 필연적이다.
Written by. 권희영   입력 : 2010-01-10 오전 9: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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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2009년 12월 1일을 기해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하였다.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만일 자유주의 국가에서 이 같은 화폐개혁이 일어났다고 한다면 이는 소위 디노미네이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화폐의 본질적인 가치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화폐의 단위가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노미네이션이 일어날 경우 경제당사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화폐 가치에는 아무런 변동상황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자유주의 국가에서의 화폐 개혁은 이론상으로는 경제에 어떠한 타격을 줄 수가 없다. 단지 거래와 회계가 간편해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순기능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북한은 자유주의국가가 아니라 사회주의국가이다. 그리고 여기에서의 화폐개혁은 자유주의국가에서 이루어지는 화폐개혁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 북한이 이번에 화폐개혁을 실시하면서 내린 조치들을 보면 화폐개혁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가 분명해진다. 북한은 화폐개혁을 하면서 2인당 10만원까지만 신권으로 교환해주고 그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저축을 강제로 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상인들에게는 금액에 제한 없이 신권으로 교환해주겠다고 하였다 한다.

 북한주민들의 반발과 동요가 일어나고 있어서 상황은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이번 화폐개혁의 의도는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에서의 저축이 사실상 저축이 아니라 강제적인 재산압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금번 화폐개혁의 진정한 목적은 인민에게는 불과 몇 달치를 버틸만한 돈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재산을 무상으로 몰수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이같은 방법은 북한만이 사용하는 고유한 방법이 아니라 사회주의 체제를 가진 국가들이 흔히 사용하던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주의 체제는 행복한 세상을 인민들에게 약속한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공산체제가 사회주의가 꿈꾸는 세상이다. 그러나 이 꿈같은 사회는 그야말로 꿈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혁명이 일어나서 지구적 차원의 공산주의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실현하여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고 국가가 주도하는 분배의 방법을 통하여 사회주의 체제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주도의 사회주의 경제 체제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것들이 국가의 소유이다. 계급의 지배를 타도하고 무산계급 주도의 사회를 건설하려면 모든 사람들의 재산을 몰수해서 무산계급으로 만들어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무산계급이 된다면 계급의 지배는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산계급만의 사회를 건설함에 있어서 방해가 되는 요인이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부를 축적하여 유산계급화하려는 욕망일 것이다. 사람들이 어느 체제 속에서 살든지 물질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굶주리지 않고 먹을 수 있고, 헐벗지 않고 입을 수 있고, 눈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본능적인 욕구를 국가가 모두 다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또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재화들을 인민들에게 제공해주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점을 내세워 사회주의 국가들은 그들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해왔다.

 하지만 국가는 기본적으로 정치조직이다. 생산 주체가 생산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디에서 그 재화가 발생할 것인가? 그렇기에 사회주의 체제는 국유화를 통하여 모든 생산수다늘 국가가 독점한다. 모든 생산수단을 국가가 독점하기에는 국가들의 인민이란 무엇인가? 인민들은 자기의 사적 소유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국가라는 조직이 소유한 노예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고, 직장 선택의 자유도 없이 언제라도 국가가 그의 생존권을 박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인민들은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배급받아 먹고살면서 국가의 명령에 따라 죽고 살아야하는 현대판 노예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인민을 이러한 노예로 만드는 것이 사회주의 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왜 사회주의 국가는 인민을 노예로 만들기 원하는가? 그것은 굶주림을 면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인민들을 만들어 통치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소련에서 이러한 체제를 가지고 오랜 기간 통치하였던 스탈린에 대하여 아주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하여지고 있다. 스탈린은 그의 가까운 전우들을 모아서 인민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하여 가르쳐주고자 하였다. 스탈린은 그에게 암탉 한 마리를 가져오게 해서 모든 사람이 보는 가운데 산채로 털을 뽑아버렸다. 최후의 털까지 뽑은 관계로 이제 암탉에게는 벼슬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그리고는 닭은 놓아주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때 털을 뽑힌 닭이 도망을 가지 않고 그 대신 스탈린의 구두만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때에 스탈린은 닭에게 모이를 주었는데 달근 스탈린이 가는 데 마다 그를 따라다녔다는 것이다. 이 때 스탈린은 사람들에게 "인민은 이렇게 다스려야 한다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사회주의 체제 인민 통치술의 핵심이 들어있다. 사회주의 체제는 인민들을 부유하게 한다고 선전하지만 실상 인민들이 헐벗어서 오로지 국가를 통치하는 지배자의 자비로운 손길에 의해서 그들이 살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인민들이 부유해져서 자기의 능력대로 재화를 구입하고 소비할 수 있다면 통치자의 자비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체제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인민들을 약탈해야 한다. 인민들이 부유해져서 생존을 넘어서는 여유가 있으면 부르조아적 태도를 가진다고 하여 그때부터는 계급의 적이 되기 때문에 적이 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민들 재산의 약탈은 필연적이다.

 사회주의 체제는 닫힌 체제를 선호한다. 왜냐하면 닫힌 체제라야만 정치권력의 효과가 외부의 간섭 없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체제가 정치적 억압에 의해서만 지탱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치적 억압에 방해가 된다면 경제적으로 아무리 좋은 길이 있어도 그 길은 극력 저지된다. 이미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경제면에서 여러 실험을 해보았다. 때문에 농민들에게 그들이 사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토지가 주어진다면 획기적인 생산력의 증대가 온다는 것을 그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경영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나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면 혁명적 구호를 외치게 하고 사회주의적 교양을 학습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을 그들 또한 알고 있다. 외국의 자본이 들어와서 공장을 세우고 근로자들이 임금을 받으면 그 임금을 통하여 경제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을 그들 또한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들의 독재체제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자비로운 통치자의 은덕 이외의 방법으로 생활항 수 있다는 것을 인민들이 자각하게 된다면 사회주의 체제에 그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고 그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는 외부세계에 대해 견고한 벽을 쌓은 덕으로 수 세대 그 체제를 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사람은 있었다. 소련에서는 고르바쵸프가 있었고 중국에서는 덩 샤오핑이 있었다. 그들 역시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했던 것은 다른 지도자들과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모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인민들에게 빵과 자유를 주기를 선택했던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의 생각이 사회주의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었고 그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은 그들 국가의 장래를 사적 권력보다는 사랑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도 화폐개혁 같은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하는 대신 그 같은 지도자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konas)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문학박사)

** 이 글은 '월간자유' 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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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23 오후 12: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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