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외교정책이 있는가?
금년 3월 26일 밤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에 의해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천안 함이 침몰, 46명의 천안 함 소속 해군 병사들과 이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한 주호 준위가 목숨을 바쳤다.
이 정도의 사건이라면 가히 전쟁 수준의 도발로 보고 대응 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결국 천안 함이 격침 당한지 반년도 더 지난 이 시점, 천안 함 사건과 같은 무력 도발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 할 것 같은 상황이 아직도 지속되는 중이다.
북한은 자신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발뺌 하고 있으며, 북한이 했다고 확신하는 대한민국은 북한에 대해 그 어떤 효과적인 제재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한민국 정부는 수재민을 구호 한다는 명목아래 쌀 5,000 톤을 북한에 지원했다. 앞으로 천안 함 문제에 대해 북한을 더 추궁할 수 있는 근거가 남아 있기는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천안 함 도발 사건이 이렇게 유야무야 된다면, 지난 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병사들의 희생은 무엇이 될까?
천안 함 사건을 북한의 도발로 보는 것은 국제정치의 상식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과학적 증거 까지 확보하기 전에는 예단하지 말자는 입장을 취했다.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나온 다음에 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촉각을 다루는 위기 상황의 정책 결정(crisis decision making) 시간을 놓쳐 버렸다.
거의 두 달 정도 후, 확실한 근거가 나왔을 때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조차 30% 정도가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은 외곡 되어 버렸다. 테러리스트의 범죄행위는 현장 사살이 최선의 방안이고, 적국이 기습 도발을 감행 했을 때 가장 좋은 대안은 즉각적인 보복 이다.
그런데 일이 꼬이는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나라가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 천안 함 사건이후 중국의 행태에 관한 글을 부탁 받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 북한을 제멋대로 가지고 놀 수 있겠구나 하는 점 이었다.
천안 함 사건 직후 중국의 협력을 기대한 한국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것은 사실은 불가능하고 잘못된 기대였을 뿐이다. 중국은 대한민국을 위해 협력하는 나라가 아니며 대한민국의 국가 대 전략과 조화를 이루는 전략을 가진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가 대전략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고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은 그들의 용어로 “안정을 유지하는 것”, 즉 현재와 같은 상황이 깨지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다. 우리의 대전략이 “현상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인데 반해 중국의 대 한반도 전략은 “현상을 유지” 하는 데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북한을 완전히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장악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일 것이며 이는 우리의 대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천안 함 사건 직후부터 중국은 북한을 감싸고돌았다. 수 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 했으니 가해자가 반드시 있어야 할 터인데 중국은 가해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중국은 더 나아가 한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대응 을 한다면 그것은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반대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협박을 했다. 천안 함 사건을 도발한 북한에 대한 응징 중 가장 미약한 조치가 한미 합동 훈련 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 같은 훈련은 천안 함 폭침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도 동맹국 사이에서 통상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 일 이었다.
한미 양국은 북한에게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합동 훈련을 계획했다. 바로 이때 중국이 격렬하게 반응 했다. 북한을 응징하기 위한 한미 양국군의 연합 훈련에 중국이 저토록 흥분 한 이유는 김정일 일당에게 지속적인 믿음을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 시보는 6월 8일자 사설에서 대한민국과 미국을 협박하는 논설을 게재 했다. 길게 인용해 본다.
“한국이 미국 항공모함을 끌어들여 황해에서 무력시위를 하는 것을 중국 국민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이 양국 관계(한중관계)의 신뢰증진과 발전을 원한다면 미국에 대한 이런 중국인들의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이해와 협력이 없이는 한국은 어느 행동 하나도 발을 내딛기 어려울 것이다.”
위의 언급은 사설 논평이기 보다는 협박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응징이라고는 도저히 말 할 수 없는 한미연합 훈련 개최를 중국은 협박조로 위협한 것이다. 반드시 중국의 비난 때문만은 아니지만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는 서해 대신 동해에서 훈련을 진행했었다.
7월 말 동해바다에서 훈련을 마친 조지 워싱턴 호는 베트남으로 향했고 다낭 항에 입항 했다. 중국은 베트남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앞으로 후회하게 될 것” 이라는 막말을 해 댔다. 이 같은 언어는 외교적인 언급에서 쓰일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야말로 마피아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언급을 중국의 정부 고위급 외교관들이 평소 말투처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말 만이 아니다. 중국은 영토분쟁중인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 순시선을 들이 받은 후 체포 된 중국인 선장을 풀어내라며 거의 막말수준의 비난을 일본 정부에게 가했다. 시간이 지연되자 중국은 일본인 4명을 군사시설을 촬영 했다는 죄로 체포 했고, 일본 첨단 산업의 필수 자원인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중지 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결국 일본은 중국인 선장을 재판에 회부하지 못한 채 석방했고 중국은 석방된 선장을 중국 국민 영웅으로 만드는 민족주의의 푸닥거리를 벌이고 있다. 중국인 선장 석방 이후 중국은 일본에게 사죄와 변상을 요구 했고 일본은 이를 언어도단이라며 거부했다. 즉 중국은 이 정도에서 사건을 마무리 짖지 않겠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보인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은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닭고기에 대해 덤핑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적 관세를 부과 했고, 미국 역시 중국이 수출하는 구리에 대해 똑같은 조치를 취함으로서 중국의 행동을 되받아 쳤다.
천안함 사건이후 중국은 대한민국, 베트남, 일본, 미국 등과 연이어 갈등을 야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협박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고, 베트남 역시 묵묵부답이었으며 일본은 우리나라 신문이 대서특필 한 것처럼 “사무라이 백기투항”을 해 버렸다. 오로지 미국만이 중국의 공세를 되받아 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우리나라 신문들이 묘사하듯 ‘파워 차이나’ ‘중국 수퍼 파워’ 가 된 것일까? 중국은 일본과의 대결에서 전면 승리를 거둔 것일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신문의 보도대로 “사무라이가 백기투항” 한 것은 아니다. 현재의 일본은 사무라이가 아니다. 일본이 진짜 사무라이였다면 백기투항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은 헌법상으로 군사력을 보유할 수 없는 나라이며 전쟁도 할 수 없는 나라다. 그래서 현재의 일본은 사무라이가 아니다. 중국은 승리감에 도취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본으로 하여금 다시 사무라이가 되어야 할 만 이유와 근거를 가르쳐 주었다.
중국은 한국이나 베트남이 쩔쩔 매는 것을 보고 자신의 힘이 증강 되었다는 사실에 흐뭇함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중국 주변의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국력증강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도록 만들었고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중국은 지난 30년의 경제발전 결과 환상에 도취되어 있다. 대한민국 외교관들이 말하듯 그들은 중국적 건방짐(Chinese Arrogance)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솔직히 국력을 비교해 보자. 국군이라고 부를 수도 없어 자위대라고 부르는 일본의 군사력은 중국보다 강하면 강하지 약할 바 없다. (핵무기를 제외하고 계산하는 경우) 인구 1억 2000만의 노령화 대국 일본의 GDP는 인구 13억의 아직은 젊은 나라인 중국과 같다. 중국은 미국과 일전을 벌일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력은 중국의 3 배이며 미국의 군사력은 중국의 10배도 넘는다.
등소평은 중국은 100년 동안 오로지 국내문제에 몰두하고, 부자가 되는데 힘써야 하며 외국을 위협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교훈을 주었다. 그런데 중국의 지도자들은 급속한 경제성장이 시작된 지 불과 30년 밖에 안 된 지금, 늘어난 힘을 주체하지 못해 이웃 나라를 윽박지르고 미국에게마저 도전하려 한다. 그럼으로써 중국은 200년 전 나폴레옹이 했던말 “중국을 잠에서 깨우지 말라. 중국이 잠깨면 세계가 시끄러워 질것이다.” 라는 우울한 예언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중국은 아직도 그다지 강한 나라는 아니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극빈자인 나라, 일인당 국민 소득이 불과 3,500불 수준인 나라가 강대국일수는 없다. 그런 중국이 전 세계가 중국에 대항,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한 연합을 형성해야 할 필요성과 계기를 스스로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이웃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패권국 미국을 자신의 독립과 안전을 지켜줄 보루(堡壘)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국에 대해 목청을 높였던 일본 민주당 간부 수 십 명은, 거꾸로 미국에 대해 센카쿠 열도부근에서 일본과 함께 군사훈련을 해 달라는 탄원서 같은 결의안을 연명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미국은 일본과 함께 훈련을 벌이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시아 국가들을 모두 등 돌리게하는 중국은 과연 외교정책이 있는 나라인가? 라고 의문을 제기 해 보게 되는 것이다.(konas)
李春根(이화여자 대학교 겸임교수/미래연구원 연구처장)
* 이글은 한미우호협회가 발행하는 '영원한 친구' 2010년 10월호에 게재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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