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변화하고 있다지만 공영방송에서 그런 낯간지러운 내용으로 드라마를 만들어서야 되겠어요. 동성애가 뭡니까? 동성애가... 나는 그 드라마를 쓰는 김수현 작가가 최고의 인기작가이기에 좋아했지만 절대 다수 시청자의 보편적인 정서나 가치관을 무시한다면 작가 자신도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소수자의 권익을 옹호하고 그들의 생활상을 조망하는 것도 작가에게 있어서는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못한 것을 시청자에게 새롭게 선을 보여 자극과 더불어 신선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을 자녀들과 더불어 시청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두 사람 동성애들 장면이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려버립니다."

▲ 28일 오후 '동성애 차별 금지법 반대 국민연합' 박대현 사무국장이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군형법 92조 폐지 반대의견서를 접수시키고 있다. ⓒkonas.net

 며칠 전 평소 잘 아는 지인들과 함께 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방송과 관련된 얘기들이 한참 오가는 가운데 지금 SBS 주말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의 동성애 내용에 대해 한 사람이 얼굴을 붉게 물들여가며 열변을 토한 한 토막이다.

 그 자리에서 나온 주된 내용은 보편적 시각에서 볼 때 동성애가 결코 바람직 스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개인으로서의 그들을 비난하거나 나무랄 성질도 아니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그런 내용이 젊은이들도 많이 시청하는 주말 시간대에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되는 것은 우선 "거북스럽고 메스껍다"는 한목소리로 일치되었다.

 최근 군대 내 동성애를 형사처벌하고 있는 우리나라 군형법 조항에 위헌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와 논란이 일 조짐이다.

▲ 참교육 어머니 전국 모임, 동성애차별 금지법 반대 국민연합 등 회원들이 국가인권위 사무실 앞에서 현병철 위원장 면담과 인권위를 성토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konas.net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25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군대 내의 동성애를 처벌토록 규정한 군형법 제92조가 동성애자의 평등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며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표명하기로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에 보수 시각의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며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가와 자녀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참교육 어머니 전국모임'·'동성애차별금지법 반대 국민연합' 등 여러 단체로 구성된 '동성애 반대 국민 운동 본부'(이하 동성애 반대 본부)는 28일 오후 헌법재판소에 인권위의 결정을 반대하고 "군형법 92조의 군형법 상 처벌은 매우 적절하고 꼭 필요하다"는 내용의『군형법 92조(軍 내 동성간 성행위 처벌조항)폐지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이들 단체 회원들은 서울 을지로 입구에 위치한 국가인권위를 항의 방문하고, 현병철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뒤 인권위의 25일 결정을 강하게 성토했다.

 '동성애 반대 국민 운동 본부'는 이 날 오후 1시 헌법재판소에 접수한 의견서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군대는 남북이 대치 상황이어서 여타 국가들과는 다른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기에 단순히 군이라는 단일 조직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폐지 반대 의견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동성애 반대 본부'는 또 "동성애는 동성간의 성행위로 에이즈 질병 발생률의 제1원인이 될 뿐 아니라 위계질서가 뚜렷한 군 조직 내에 동성간 성행위를 용인한다면 어느 국민이 군을 믿고 편안히 잠자리에 있을 것이며, 군에 보낼 자식을 둔 부모가 어찌 맘 편히 국가에 내 자식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이 단체 회원들이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 현수막을 세워놓고 인권위를 성토하고 있다. ⓒkonas.net

 이어 군형법 92조 내용과 관련해 "최근 국회가 군형법을 개정하면서 계간(鷄姦) 조항에 법정형을 1년에서 2년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군대에서 용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본부는 또 "사회나 군대나 동성간 성행위가 만연된다면 사회가 결코 밝지 못할 것"이라며 "92조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으며, 오히려 대한민국 군을 뿌리부터 흔드는 적의 계략에 불과하다고 확신한다"고 인권위의 결정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 날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접수시킨 '동성애 차별 금지법 반대 국민연합'의 박대현 사무국장은 기자와 만나 "군대 안에 동성애가 허용된다면 어떻게 되겠는지 상상해 보라"고 말하고, 인권위의 "헌법재판소 의견 표명 결정"에 대해서는 "어느 사회 조직이나 소수자의 인권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렇다고 절대 다수 국민의 보건과 국가안보와 관련한 다수의 인권은 무시되어도 괜찮다는 것이냐? 도대체 국가기관이 나서 군대 내에서의 동성애, 항문성교를 권장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오후 2시경 국가인권위 13층 사무실 앞에 모인 '참교육 어머니 전국모임' 등 아버지·어머니 회원 20여명은 무척 화가 난 표정들이었다. 회원들은 현병철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외부 출타중이라는 답변과 함께 면담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이들 회원들은 '군대내 동성애 결사 반대' '동성애 군대 내 아들 절대 못 보내' '국가인권위 해체하라' '인권위원 전원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어머니 회원은 "내년에 내 아들이 군대에 가야하는데 이렇게 인권위가 국민정서를 무시하는 식으로 현재의 법을 폐지토록 권장한다면 어느 부모가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가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회원은 "지금까지 인권위가 한 일을 보면 잘하는 것도 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해괴망측한 사건을 벌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인권위원들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는 이들로만 구성된 것 아니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취재 후 만난 택시기사도 이와 관련한 질문에 한마디로 "그게 말이 될 법이나 한 소리냐"고 일축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박종명 안보부장은 "군은 엄격한 규율과 질서 속에서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으로 정상적인 행위가 아닌 분명한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처벌하지 못하게 한다면 과연 군 내 질서는 어떻게 되고, 지휘관의 지휘권은 어떻게 발동될 수 있겠느냐"며 인권위의 결정은 반드시 제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한국이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어 계급간 상하 질서로 마지못해 (동성애)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며, 이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형법 92조 = "계간 및 기타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는 군대의 특수 형법 조항. 계간이라고 일컫는 동성애자들의 성행위를 처벌 대상의 대표적인 예로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타추행의 의미를 해석해 다양한 군대내 성행위를 규율한다.

특히 이 법은 가해자나 피해자 또는 행위를 한 당사자들의 처벌의사와는 상관없이 징벌하기 때문에 일반 사회에서 말하는 추행죄와 같이 피해자의 고발의사에 따라 죄를 심판하는 친고죄의 성격과는 다르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실제로 군대 내에서 이 조항에 따라 처벌되는 사례는 2004년부터 2007년 까지 150여건이 넘었고, 대부분은 군대내 남성 간 성행위를 처벌해 왔기 때문에 군대내 동성애자의 성행위를 규율하는 조항으로 자리 잡았다. (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