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장(僞裝) 平和공세 경계해야
북한이 연평도 공격(11.23) 두 달도 채 안 된 2011년 신년 초, 연일 대화 재개를 제의해 주목을 끌고 있다.
1월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한은 남북 간 “대화․협력 분위기 조성” 및 “남북 대결상태 해소”를 주장하는 동시에 “핵 참화” “전군을 싸움꾼으로 훈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양면성(兩面性)을 보였다.
그러다가 1월 5일 북한은 느닷없이 이른 바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이라는 것을 통해 “무조건 남북회담 개최”를 제의해왔다.
1948년 3월 ‘諸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제의를 연상시키는 이 성명은 “당국이든 민간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든 보수든, 남조선 당국을 포함한 모든 단체들과 적극 대화하고 협상할 것”이라고 주장, 한국 내 친북세력과 연계하기 위한 통일전선전술임을 여과없이 드러냈다(문화일보 사설, 2011.1.6).
공교롭게도 북한의 1․5 연합성명은 정동영 의원의 무책임한 「평양 방문을 위한 공개 서한」(1.4)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한국사회 내 대북인식의 분열이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전술을 불러온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북한이 정동영 의원으로부터의 ‘예상 밖’ 제안에 착안(着眼), 즉각 한국 내부분열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정부가 北 대화 제의에 ‘진정성 없다’는 이유로 신중함을 보이자, 북한은 1월 8일 이례적으로 대남 비난을 일삼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매우 구체적이고 공세적인 ‘당국(當局) 간 회담’을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그 내용을 보면, 중단된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재개회담, 개성공업지구회담 재개와 판문점 남북적십자통로 및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복원 제의 등 실로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 회담 장소와 시기도 개성과 1월말~2월초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불과 두달 전에 무력공격을 자행한 범죄집단이 일언반구(一言半句)의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태도를 180도 돌변하여 전면 대화를 제의한 점이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무력공격 이후 불과 며칠 전까지 “전쟁 불사” “핵 참화” 운운하던 집단에게 무슨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심증적(心證的)으로 북한의 이번 제의는 진정성이 결여된 지극히 ‘전략적’ 성격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 정파 또는 이념적 성향別로 제 각각 달라 분열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으로 그 파장과 여파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은 바로 이 점을 노렸을 것이다. 이번 대화 제의에 한국이 어떻게 나오든 북한은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북한은 남북 간 대화가 성사(成事)되면 협상 무대를 (i)대남 정치(政治)선전장으로 활용하고 (ii)남남갈등을 극대화시키는 찬스로 활용하되 (iii)(한국 측이) 대화제의 거부 땐 대남 도발 및 협박의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일종의 ‘꽃놀이 패’인 셈이다.
예상대로 각 정파(政派)는 相反된 입장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자유선진당은 “대화 반대” 입장을 천명한 반면, 민주당과 민노당은 “즉각적인 대화 재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핵 문제와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의제화(議題化)한다는 조건으로 대화를 역(逆)제의하려는 태도다. 그러나 냉정히 고찰해보면, 이는 북한 주도의 평화공세에 끌려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자명하고 천안함․연평도 공격에 대한 사과를 받아낼 수 없음도 또한 분명하다. 전쟁행위에 버금가는 군사공격을 당한 직후 북한의 뻔뻔한 대화제의에 응하는 것 자체가 격(格)을 잃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대화 재개를 통해 ‘(위장)평화’로 국면이 전환돼 우리의 安保의식이 약화되는 것이 문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대화 제의의 진정한 의도와 배경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 한국으로부터 물자지원을 받기 위해 대화를 제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으나, 이는 너무 안일(安逸)하고 나이브(naive)한 진단이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대남도발을 앞두고 항상 평화공세를 강화해왔음을 잊어선 안 된다. 6.25남침을 앞둔 1950년 봄 대대적인 평화공세를 취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후에도 대남 평화공세와 무력도발을 병행했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번 대화제의의 목적은 3차 도발을 위한 은폐용 위장(僞裝)평화 공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곧 한국사회를 또 다시 ‘평화’에 취하게 하고 정파 간 분열을 일으키며 특히 ‘핵위기 조성’과 ‘평화적 핵자주권’ 및 ‘비핵화 슬로건’을 오가며 체제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일 수도 있다(장진성, 2010.1.9).
그렇다면 북한의 대화 제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먼저 남북대화에 기대와 미련을 가져선 안 된다.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 곧 천안함․연평도 무력도발에 대한 명백한 사과와 핵포기를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대북 군사방위태세를 확립하고 3차 도발에 대비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과거 수년전의 북한 군대가 아니다. 특수부대 20만 등 非대칭 전력 증강을 이미 완료한 북한이다.
아울러 ‘평화’ 구호로 내부 분열을 일삼는 종북(從北) 좌파 세력을 엄단(嚴斷)해야 한다. 북한의 대화 제의는 분열을 거듭하는 한국 사회 내부 허점(虛點)을 파고 들어오는 비수(匕首)에 견줄 만하다.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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