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한·중 국방장관회담을 돌아본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국방부 청사에서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과 제8차 한중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1999년 이후 8번째 국방장관 회담이다. 작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爆沈)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중 간 미묘한 갈등 기류가 형성된 이후 처음 열렸다. 회담 후 공동 언론보도문을 발표했다.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이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 공동보도문에는 한·중 국방전략대화 공식개설, 젊은 인재 교류 단기교육과정 개방, 한반도 평화·안정 수호 함께 노력, 재난 상호지원양해각서 조속체결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제1차 한·중 국방전략대화’가 지난 7월 27일 서울에서 이용걸 국방부차관과 마샤오텐(馬曉天) 중국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수석대표로 하여 개최되어, 국방장관회담 때 합의된 양국 국방교류협력 과제의 구체적 실현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 차관과 마 부총참모장은 이번 전략대화에서 2012년 군사교육교류의 재개와 향후 확대 추진을 위해 실무급 협의를 9월 중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며, 10월에는 서울에서 한중 군수협력회의를 개최해 재난구호상호지원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또 2012년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중국방학술회의 확대개최 등 국방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행사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또 국방당국 간 협력 가능분야 발굴, 양자 간 상호신뢰와 이해증진을 위해 관련분야 민간전문가를 주축으로 하는‘국방교류협력 스터디그룹’발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고 양국해군이 인도주의적 구조활동 훈련을 실시하자는 데 합의함에 따라 올 하반기 서해 상에서 수색구조훈련(SAREX)을 실시할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가 7월 31일 밝혔다. 이 같이 한중 국방장관회담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두 가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중국 측의 군사외교 무례(無禮)에 대한 우리 측의 무대응(無對應)이 문제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장관회담 하루 전인 7월 14일에 베이징에서 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천 총참모장은 김 장관에게 미국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천 총참모장은 모두(冒頭)발언에서“미국은 다른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다른 나라의 의견은 듣지 않는다”며“미국은 항상 패권주의에 해당하는 행동이나 표현을 하는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어“미국 사람들과 토의할 때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도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심한 듯한 천 총참모장의 발언은 취재진이 듣는 가운데 15 분간 계속됐다. 회담에 참석했던 관계자는“김 장관이 말할 틈도 없이 천 총참모장이 말을 이어갔다”며 "한중 회담인지 미중 회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통상 회담 전 언론에 공개하는 모두발언은 인사·덕담 선에 그치며 화제도 양자간의 현안에 한정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이런 부적절한 망동(妄動)은 외교적으로 큰 결례다. 더구나 중국의 총참모장은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해 장관보다 격이 낮은 직책이다. 그리고 그가 말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이 미국의 종속국과 같은 인상을 줘 한·미를 이간질하려는 저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김 장관은 이에 대해 현장에서 따지지 않았다.
둘째,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처리가 미흡했다. 김 장관은 국방장관회담에서 량 부장에게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도발이 북한의 소행이다”라고 하자, 량 부장은 “천안함·연평도 사태는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복잡하게 했다. 한국 측 피해에 위문(위로)과 동정을 보낸다”며“한국 측의 자제 노력은 정세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방지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이 전했다. 량 부장의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이 당연히 해야 할‘국가자위권’을 발동하지 않은 것은 잘한 것으로, 북한의 추가도발이 있을 경우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은밀히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도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이 북한의 소행임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 대표단은 회담 전날까지 공동보도문에‘양측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도발 행위에도 반대한다.’로‘도발 행위’란 문구를 포함하기로 중국 측과 협의했지만 회담 당일 중국이‘도발’이란 표현을 삭제하자고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한 관계자는 “중국 측이 자신들의 외교적 입장을 고려해달라고 했다”며“우리가 생각한 만큼은 표현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이‘어떠한 행위’란 문구를 두고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과 같이 제8차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일부 성과는 있었으나 중국의 무례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모호한 처리로 군사외교상 큰 상처만 남겼다. 그리고 앞으로 만약 양국 간의 군사교육 교류를 재개한다고 대만(Taiwan)과의 군사교육 교류가 중단된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 것이다. 국방부의 성찰(省察)과 바른 판단을 기대한다.(konas)
김성만(예비역 해군중장. 성우회/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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