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안보뉴스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걸머지고 걸어온 보따리는 누구에게 맡기고 가나”

30여 탈북자 단체, 故 황장엽선생 서거 1주기 추모문화행사 열어
Written by. 최경선   입력 : 2011-10-06 오후 5:23:09
공유:
소셜댓글 : 0
facebook

 “지루한 밤은 가고 새 아침은 밝아온 듯 하건만 지평선에 보이는 검은 구름이 다가 오는구나. 영원한 밤의 사절이 찾아오는구나. 벌써 떠나야 할 시간이라고, 이 세상 하직할 영이별 시간이라고. 값없는 시절과 헤어짐은 아까울 것 없건만 밝은 앞날 보려는 미련 달랠 길 없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가나 걸머지고 걸어온 보따리는 누구에게 맡기고 가나. 정든 산천과 갈라진 겨레는 또 어떻게 하고. 때는 늦었고 남은 건 마지막 순간뿐. 여한 없이 최선 다해 받들고 가자. 삶을 안겨준 어버이의 거룩한 뜻 되새기며.”

 2008년 1월1일 故 황장엽 북한민주화 위원장이 쓴 ‘이별’이란 시다. 마치 죽음을 예견한 듯한 이 시는 그의 유작시가 되었다.

 ▲ 故 황장엽 선생의 서거 1주기를 맞아 6일 오후 전쟁기념관 뮤지엄 홀에서는 30여개 탈북자 단체들이 모여 그를 기리는 추모문화행사를 열었다. ⓒkonas.net

 1923년 평안남도 강동에서 태어난 황장엽 선생은 김일성종합대학 총장(14년)과 최고인민회의 의장(11년), 조선노동당 비서(18년)로 재직하면서 북한의 주체사상을 창시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으나, ’97년 2월12일 대한민국으로 귀순해 작년 10월10일 세상을 떠났다.

 故 황장엽 선생의 서거 1주기를 맞아 6일 오후 전쟁기념관 뮤지엄 홀에서는 30여개 탈북자 단체들이 모여 그를 기리는 추모문화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황장엽 선생의 생전 활동을 담은 사진 전시회와 추모 동영상 상영, 황 선생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이들의 추모 발언, 전자악단 ‘제니 유’의 공연, 유작시가 된 ‘이별’ 낭독, 추모 문집 출판기념회 등으로 이어졌다.

 이철승 대한민국건국기념사업회 회장은 추모 발언에서 황 선생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결의형제를 맺고 남북관계와 통일을 위해 나눈 대화 등을 회고하는 한편, 김대중·노무현정권 10년간 북한 민주화 통일의 추진력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연금 당하다시피 철저히 활동을 제한받았던 것을 통탄했다.     

 김현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인간은 불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인류의 위대한 스승은 이것을 뛰어 넘었다”며 개인의 삶과 가족의 행복을 포기한 황장엽 선생의 삶은 북한 동포에 대한 지극한 정신적 사랑에 바탕을 두었다고 회고했다.

 이 날 행사는 황장엽 선생의 추모 문집 「짊어지고 온 보따리는 누구에게 맡기고 가나」의 출판기념회와 당선작에 대한 수상식이 이어졌다. 문집 제목은 황 선생의 유작시 ‘이별’의 문구를 인용했다.

 이 문집에는 강태욱 민주주의이념연구회 회장과 도준호 前 조선일보 논설위원,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 대표, 유종해 연세대 명예교수,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철승 대한민국건국기념사업회장, 정희경 前 국회의원, 주선애 장로회 신학대학교 명예교수,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등 황장엽 선생과의 인연과 생전 업적을 추모하는 글 10편과 황장엽 선생을 추억하는 수기 10편의 글이 담겨 있다.

 ▲ 이철승 대한민국건국기념사업회장이 황장엽 선생을 추모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konas.net

 문집에서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장은 황장엽 선생이 아내에게 보낸 유언장의 일부를 공개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을 한 이 아픈 가슴을 이겨내며 내가 얼마나 더 목숨을 부지할지 알 수 없으나, 여생은 오직 민족을 위하여 바칠 생각이오. 나 개인의 생명보다는 가족의 생명이 더 귀중하고, 가족의 생명보다는 민족의 생명이 더 귀중하며, 한 민족의 생명보다는 전 인류의 생명이 더 귀중하다는 내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만 알아주기 바라오”

 또 황장엽 선생 망명 당시 북한군 호위사령부 소속 여단 정치부 서기(병사)로 있었던 탈북자 김준성 씨는 “‘중앙당 비서하던 사람도 ‘남조선’으로 망명하는 구나’라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황 선생의 망명 이후 담화문과 회람용 문서를 통한 비난과 출신 성분과 토대가 나쁜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 사상검토와 요해사업, 간부들에 대한 사상동향 강화, 황 선생 친척들의 추방 등 북한에 불어 닥친 바람을 기술했다.

 추모위원회 이동복 공동위원장은 발간사에서 “황장엽은 그가 기족들과 52년간 생활을 영위했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라 13년간 그의 여생을 보냈던 대한민국에 대한 애틋한 애국심을 (유작시에) 담았다”고 말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26.10.1 목요일
안보칼럼 더보기
[안보칼럼] 강한 국군이 곧 평화의 조건이다
매년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우리는 이 날을 맞을 때마다 ..
포토뉴스 더보기
핫클릭 뉴스
깜짝뉴스 더보기
베트남에 북한군 참전 기념물 설치…北국방성, 제막식 참석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북한 인민군 참전 군인들을 기리는 기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