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주한미군은 영원한 평행선인가…? ②
5. 미,북 간 빅 딜 (big deal)가능성
주한미군 문제와 북핵문제는 미,북 양국에게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필수적 요소이므로 미,북한 뿐만 아니라 한,중의 국익과 전략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 간에 어떤 문제를 놓고 이해관계가 첨예히 대립될 경우 양국 간에 공생을 유지하는 길은 이 문제들을 상호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북핵과 주한미군문제가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미,북한이 북핵과 주한미군을 상호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한반도 평화공존과 동북아 현상유지를 실현할 수 있다면 보다 실사구시적 접근방법이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국가로서의 존속을 보장하는 ‘안전판’ (safety board)으로서 북핵을 인정하되, 핵무기 추가생산과 핵물질의 확산을 금지하면서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국제경제에 편입되고 진정한 개혁, 개방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한반도 평화공존과 동북아 현상유지를 실현할 수 있다면, 남,북한, 미,중 4국의 국익과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면서 북한의 군사모험주의를 통제할 수 있고, 북한은 북핵을 체제유지의 안전판으로 확보한 상태에서 진정한 개혁, 개방을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한국은 궁극적인 통일의 징검다리로서 한반도 평화공존을 실현할 수 있고, 중국은 북한에 대한 기존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경제대국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등 4국 모두에게 수긍이 가는 해결방안이라 할 수 있다.
미,북 빅 딜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중 간 정치적 교감을 통한 강대국 간의 양해 내지 묵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반도 정전체제가 미,중 간의 묵계에 의해 유지되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한국은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를 최대한 활용하여 미,중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이면에서 이를 적극 뒷받침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공존을 실현할 수 있는 모멘텀을 포착해야 할 것이다.
6. 북한의 친중 위성국화 가능성
국제금융위기 발생 이후 중국의 경제력이 부각되는 반면, 미국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면서 미,중 패권경쟁이 점차 가시화되는 추세에 있다. 그간 중국은 내면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켜 온 반면, 외부적으로는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의식한 전략적 차원에서 ‘계산된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은연 중에 미국에 대해 자신의 대북 영향력을 지렛대로 이용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공정한 관리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기실은 미군이 이라크, 아프간에 과도히 분산 배치되어 있는 (overstretched)상황을 이용하여 동북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제고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북핵문제 처리과정에서 겉으로는 폐기를 주장하면서 내심으로는 안정관리를 추구하여 미국의 핵 폐기 노력에 제동을 걸고, 북한의 유일 동맹국으로서의 위치를 강화시켜 왔다. 미,중패권경쟁이 가시화되고, 한미동맹과 조중동맹이 대립하는 냉정체제로 회귀하면서 중국은 계산된 모호성에서 계산된 선명성으로 선회하고 있다.
천안,연평 사건에서 중국은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기 보다는 오히려 감싸면서 한국에 대해 냉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한미군사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북한의 3대 후계체제를 인정하는 등 일연의 상황에서 중국의 계산된 선명성이 부각되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과거 중소분쟁처럼 미중 패권경쟁을 원조탈취에 이용해 왔지만, 이 역시 미중 패권경쟁이 가시화되면서 중국 편향으로 기치를 선명히 하고 있다 할 것이다. 중국 역시 과거와 달리 미,북 간의 접촉을 내심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감지된다. 북한은 2차 핵실험 이후 핵 보유국을 자처하며 핵 비 보유국인 한국에 대해 남조선 배제정책을 가일층 강화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대남 적개심을 조장하는 정치선전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일연의 상황에 비추어 북한의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김정은 체제에서 민중반란 등이 발생하는 경우 북한 지도부는 평소 생명선으로 간주해 온 중국에 지원요청 (SOS)을 할 것이고, 중국은 합법적으로 북한에 군대를 진주시켜 사태를 수습하고 북한을 사실 상 ‘위성국 화’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간 대북정책을 추진해 왔다 할 것이다. 이는 사실 상 자신이 갖고 있는 기존 대북 영향력을 강화할 뿐, 미국의 남한에 대한 영향력과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저해하지 않는 점에서 미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겠다.
미중 패권경쟁이 가시화될수록 미,북 빅딜 가능성이 줄어드는 반면, 북한의 친중 위성국화 가능성이 늘게 될 것이다.
7. 결 어
오늘날 지구 상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통째로 집어삼키려고 끈질기게 시도하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을 것이다. 폭력과 테러를 국가의 존립수단으로 삼는 북한은 국가라기 보다는 ‘마피아 범죄집단’에 가까우며 결코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였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하여 “김정일 정권은 그 자체가 폭압정권이기 때문에 내부나 외부에 대해 항상 폭력을 사용하려 한다. 북한의 패악질에 우리가 보복하고 북한이 다시 보복하면 한반도가 팔레스타인처럼 전쟁터로 바뀌어 경제가 흔들리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 김정일의 머리에 든 생각일 것이다.” 라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지적을 우리는 경청해야 할 것이다.
김정일이 일생 정치역정을 통해 수령독재체제에 몰입하면서 스스로가 탈출구 없는 폐쇄회로에 갇혀 지내왔고 파국점을 향해 관성적 질주로 치달아왔듯이 김정은체제 역시 자신의 정통성의 근거이자 합법성의 바탕인 수령독재체제를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개혁, 개방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근근이 연명하는 ‘muddle through’수준에 머무는 동안 경제위기가 총체적 위기로 확산되면서 민중봉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사태가 심각한 경우 북한지도부는 유일한 동맹인 중국에 지원 요청할 가능성이 크고, 중국은 합법적으로 북한에 군대를 진주시켜 사태를 수습하고 북한을 사실상 중국의 위성국화한 후 경제대국화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북한에게 남침전쟁을 포기할 것과 중국 식 개혁을 요구할 것이고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남,북한, 미,중 4나라가 모두 원하는 한반도 평화공존이 실현되면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기존 영향력도 존중되는 선에서 한반도 현상유지(status quo)가 이루어 질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세월이 요구될 것이다. 그것은 수령독재체제를 정립하는 데 상당한 세월이 소요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동 체제가 붕괴되는 데도 상당한 세월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3대 후계체제가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근근이 연명하는 수준에서도 관성에 의해, 또한 수령과 지배계층 간 마피아 범죄조직적 공동운명체 의식에 의해 한 동안은 3대 후계체제가 명맥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1990년 대 초 소,동구권 붕괴, 김일성 주석 사망, 대 기근, 식량난, 배급제 폐지 등 북한경제가 회복불가의 침체의 나락으로 추락한 이후 태어나 개혁,개방 필요성을 공감하는 ‘시장세대’가 세대교체에 의해 북한사회의 주도세대로 등장하는 2020년도 쯤에 나타날 현상으로 보는 것이 보다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중 3국은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을 모색하는 전략적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동북아 안정과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한국이 G-7 선진도약의 꿈을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미,중 간에 북핵을 용인하는 바탕 위에서 한반도 평화공존과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미,중 양 강대국 간의 전략적 묵계를 예의 주시하면서 확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중 전략적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는 실사구시의 외교가 어느 때 보다 도 요구된다 하겠다.(konas)
김명배(호서대학교 초빙교수, 전 주 브라질 대사, 평화통일국민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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