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9일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임기를 한달 여 앞에 둔 마지막 사면 권한 행사다. 헌법 제 7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말 그대로 법대로, 규정대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말들이 많다.

 왜 그런가? 임기를 채 한달도 남겨 놓지 않은 가운데 시행한 특별 사면이어서 그렇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여당을 비롯해 당선인측도, 야당도, 언론도 적극 만류에 반대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법대로”를 외치며 규정대로 행사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도 시중에 나도는 소리 소문을 접하면서 인간적 고뇌와 고민도 많이 하지 않았을까? 말처럼 이 대통령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의 소회를 밝힌바 있다. “사면했다는 걸로 욕을 먹지만 내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는 안 하겠다는 약속만은 지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사면과 관련해서 “최시중씨 같은 사람은 그 (임기 시작되기) 이전의 문제니까. 원칙은 몇 가지 지켰다”고 말하면서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면에는 전 정권에서 억울하게 상처를 입은 인사들도 포함돼 있어 지지층에서는 환영을 표하는 등 다각도 의견들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도 있다. 하지만 1․29 특별사면을 바라보는 대체적인 국민의 법 감정은 복잡하다.

 야당의 반대 비난 입장이야 의례 그러려니 손 치더라도 특별사면 발표가 이뤄진 29일 朴 당선인측 인수위원회나 새누리당 성명 발표가 이를 입증한다 하겠다. 인수위 윤창중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부정부패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이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같은 날 “국민 법 감정을 무시한 사면권 남용”이라고 유감의 뜻을 표시한 뒤 자의적 사면권 제한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1월31일에는 한발 더 나아가 “특별사면이 자의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제도에 의한 특별사면이 되도록 사면법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정부패, 비리 연루자들에 대한 사면은 의당 눈살 찌푸림을 받아 마땅할 것이라 할 게다.

 아무리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헌법 상 고유 권한이라 해도 당선인측 입장에서 볼 때 임기 말 그런 사면은 절대다수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등에 업어야 할 입장에서 날선 국민적 법 감정으로는 차기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곱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이기도 한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번 사면을 놓고 정당성 면에서의 훼손여부, 개개인 면면을 놓고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甲論乙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상식'과‘비상식’을 가미해 이에 대한 논박(論駁)을 가한다 해도 문제는 1․29특별사면이 과거 정권에서의 그것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더욱이나 그것이 정권 차원을 떠나 국가이익, 국가안보를 현저하게 헤하려는 자들에 대한 사면을 곁들인다면 문제는 확연히 달라진다.

 노무현 정권이던 지난 2004년 10월4일 서울시청광장에서 20여만 명의 보수단체․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국보법 사수(死守) 국민대회’와 관련,‘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번 특별사면에 포함된 당시 국민대회 주관 서정갑(反核·反金국민협의회 운영위원장) 국민행동본부장의 변(辯)이 이를 일깨운다.

 북한의 對南선동기구인 반제민족민주전선으로부터“반드시 제거해야 할‘친미 매국 역도’”중 하나로 꼽히면서 從北단체,‘우리민족연방제추진회의’ 등으로부터 민-형사 소송과 또 다른 단체 등으로부터는‘내란선동죄’로 고발당하는 등 애국활동을 이유로 숱한 고역을 겪어 온 서정갑 본부장은“좌파 정권 10년 동안 3,538명의 국가파괴 범죄 전력자들이 풀려났다”면서“언론들은 왜 이런 문제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자신의 사면을 곱지 않게 보는 종북세력과 일부 언론에 대한 비판이다.

 국민행동본부는 특별사면 하루 전 자체 홈페이지(http://nac.or.kr/)에 올린 성명에서 이 대통령의 특별 사면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검찰 통계를 인용,“북한정권을 이롭게 한 간첩 등 對共사범(거의가 국가보안법 위반자)에 대하여 김대중 정권은 2,892명을 사면하고, 노무현 정권은 646명을 사면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사면과는 유(類)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입장인 것이다. 성명은 이와 함께“좌파정권 10년간 延(연) 3,538명의 국가파괴 범죄 전력자들이 풀려났다”며“이들 중 상당수는 자중하기는커녕 정치권, 종북단체 등에 들어가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면서 국민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버젓이 현역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역 정치인들의 이름을 거명했다.

 한편 국민행동본부 홈페이지가 밝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의 대공(對共)사범에 대한 사면 현황 통계를 수치를 보면 <국민의 정부> 1998년 / 431명, 1999년 / 1,878명, 2000년 / 548명, 2001년 / 0명, 2002년 / 35명. <참여정부>는 2003년 / 415명, 2004년 / 2명, 2005년 / 224명, 2006년 / 3명, 2007년 / 0명, 그리고 2008년엔 2명이다.

 이에 대해 국민행동본부는 1․29특별사면에 대한 보수 언론 등의 보도 행태를 함께 묶어 비판하면서“간첩 등 종북분자들을 풀어준 김대중-노무현 세력은 李明博 대통령이 측근들을 사면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보수 신문도 가세한다. 간첩 등을 사면할 땐 침묵하거나 찬동하였던 이들이다. 비겁한 자는 늘 만만한 자에게 용감하다”고 경각심을 발했다.

 튼튼한 국가안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너지고 짓밟히는 것은 한 순간에 불과하다. 이 땅에 점철돼온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흔들리는 국가안보를 위해 온몸으로 막아서 헌신․희생하는 우국지사, 애국자 또한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도 아니다.(konas)

이현오 (코나스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