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국 게릴라성 폭우 피해…낙뢰 4만7천여회
6일 서해안으로부터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구름대가 유입하면서 서울, 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대구, 진천 등 전국 곳곳에서 시간당 30∼60㎜의 강한 소나기가 내렸다.
이날 하루에만 전국적으로 4만7천833회의 낙뢰가 떨어졌다. 서울과 경기도에는 오후 1∼2시에 각각 1천8회, 1만2천336회의 낙뢰가 발생했다. 경상북도에도 오후 5∼6시 사이 1만4천374회의 낙뢰가 떨어졌다.
수도권은 한낮인데도 하늘이 어두컴컴해지고 갑작스레 폭우가 내리면서 인명피해 사고와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대구와 충북 진천에서는 낙뢰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거나 화재가 잇따랐으며 대구는 방송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신호등 고장과 도로 침수로 퇴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 '칠흑 같은 대낮'…햇빛 가린 두꺼운 구름층
이날 정오께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강한 소나기가 퍼붓자 수도권 시민은 당황했다.
미처 비 소식을 알지 못해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이 우왕좌왕하며 황급히 뛰는 모습이 도심 곳곳에서 보였다. 일부는 미리 챙긴 우산으로 비를 피했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재묵(31)씨는 "낮인데도 불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두운 해 질 녘 같다"며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때문에 출근할 때 우산을 챙긴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인터넷상에서는 '지구 종말의 날' 같은 분위기라며 서울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화제에 올랐다.
한낮이지만 하늘이 밤처럼 어두컴컴해진 이유는 두꺼운 구름층이 햇빛을 완전히 차단해버렸기 때문이다.
허진호 기상청 통보관은 "전날 소나기가 내린 뒤 상층에 한기가 약하게 남아 있는데 하층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했다"며 "이 두 공기층이 만나는 지점에서 매우 강한 소나기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날 낮 12시 20분을 기해 인천 강화군에 호우주의보를 내렸다가 오후 4시께 해제했다.
경기 북부 서해안으로부터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구름대가 들어오면서 이날 강화 지역에는 시간당 60㎜ 이상의 매우 강한 소나기가 내렸다.
인천 지역은 낮 12시 40분부터 시간당 30mm 이상의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인천기상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서구 금곡동 59mm, 남동공단 50.5mm, 서구 공촌동 47mm, 영종도 45.5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기상대는 또 이날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에 천둥·번개 등 강한 뇌전현상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천둥·번개는 영하 40도∼영하 10도에 이르는 구름 안의 물과 얼음이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데 이날은 구름 상부의 온도가 영하 70℃에 이르면서 강한 뇌전현상이 일어났다.
경기북부 지역에서도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1시께까지 천둥과 벼락이 관측됐다. 이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장대비가 퍼부어 구리 62.5mm, 고양 42.5mm, 문산 29.5mm 등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대구에는 이날 오후 5시 50분부터 호우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30여 분 사이에 30∼4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 기습 폭우·낙뢰에 인명피해·사고 속출
기습적인 폭우와 낙뢰로 곳곳에서 사고가 속출했다.
오후 2시 30분께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차탄리 경원선 철도 건널목에서 신탄리 방면 열차와 모닝 승용차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문모(68·여)씨 등 여성 2명이 숨지고 운전자 이모(31·여)씨가 부상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이 건널목에는 자동 차단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날 오전에 친 낙뢰로 고장이 나 역무원들이 수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차단기 경보음은 울렸으나 운전자 이씨가 이를 듣지 못한 채 건널목을 지나다가 열차와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기북부지역에서는 이날 낙뢰로 전봇대와 공장에 불이 나고 계량기가 파손되는 등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까지 벼락으로 추정되는 화재 피해 신고가 모두 9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인천에서도 강한 비로 2층 높이의 건물 외벽에서 간판이 떨어져 4명이 다쳤다.
오후 1시께 인천시 서구 가좌동 모 부동산 앞 인도에서 건물 외벽에 붙어 있던 가로 7m, 세로 1.2m의 횟집간판이 2층 높이에서 떨어졌다.
이 사고로 길을 지나던 여성 4명이 다쳤으며 이들 가운데 2명은 부상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낮 12시 55분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계양IC로부터 일산 쪽으로 2㎞ 떨어진 지점에서 트레일러가 우측 방음벽을 들이받고 전도됐다.
이 사고로 트레일러에 실려 있던 공사용 대형 철골 구조물 일부가 도로로 쏟아져 4개 차로 가운데 2개 차로가 일시 통제됐다.
이날 오후 4시50분을 전후에 대구 팔공산의 대구MBC 송신시설에서 낙뢰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 1시간 20여 분 동안 제대로 방송 송출을 하지 못했다.
또 오후 6시 20분께 동대구역 선로에 떨어진 낙뢰로 전철기가 고장 나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동대구역 상·하행선 모두 8곳 가운데 상행 1곳, 하행 1곳만 운행해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동대구역의 한 관계자는 "동대구역을 기준으로 선로 동서쪽 양방향 1㎞ 부근에 낙뢰가 떨어진 것으로 보여 직원들이 수리 중이다"고 밝혔다.
대구에서는 폭우와 낙뢰로 신호등이 꺼지고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6시께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수성구 어린이회관 삼거리, 남구 내당네거리, 서구 신평리 사거리 등 모두 34곳의 신호등이 꺼지기도 했다.
가로수가 쓰러져 지나가던 승용차 한 대가 부서지고 도로 곳곳에 물이 차 퇴근길 도심 교통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오후 4시께 대구 달성군 논공읍에는 손톱만 한 우박이 떨어져 논공공단 내 공장 등에 피해를 냈다.
앞서 오전 10시 40분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두지교차로에서 유모(53)씨가 몰던 관광버스가 SM5 승용차와 충돌하고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 이모(39)씨가 경상을 입었으며 관광버스에 타고 있던 친목회 회원 25명도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충북 진천에서는 주택 2가구에서 배전반이 낙뢰 때문에 불에 탔다.
또 진천읍 읍내리 근린공원 조성 공사장에서는 토사 일부가 도로로 흘러내려 도로의 우수관이 막히면서 빗물이 역류해 이 일대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
청주에도 시간당 10mm의 비가 내리면서 무심천 수위가 통제선(50cm)을 넘어서는 바람에 한때 방서교에서 서문교 구간이 통제됐다.
◇ '시간당 50㎜' 폭우…여의도·강남역 도로는 '물바다'
서울 여의도 MBC 사거리와 강남역, 을지로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도로에 물이 고이는 배수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시민은 오전부터 칠흑 같은 어둠이 계속되자 저마다 우산을 챙겨 나왔지만, 물이 고인 도로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옷이 젖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여의도 MBC 사거리에는 차도와 보도 사이의 빗물받이가 순간적으로 쏟아진 빗물을 빨리 배수하지 못하면서 도로에 15㎝가량 물이 차기도 했다.
하수관 설계가 잘못돼 매년 배수 지연 현상이 발생하는 강남역, 오피스 빌딩이 몰려 있는 을지로 도로 등이 발목까지 물이 차 통행하는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민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시내 침수나 배수 지연 상황을 공유했다.
서울시 하천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강남역, 침수 등 주요 키워드들을 검색해 민원이 발생하는 곳은 모두 살펴 바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주택의 침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는 오후 5시 현재까지 20여 건의 배수지원 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서울시 하천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하수관보다 낮은 지대에 지어진 지하주택에서 주로 역류 현상이 많이 발생한다"면서 "동사무소와 119 등에 신고하면 시에서 바로 수중 펌프 등 장비를 갖추고 처리해 준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인접한 경기도 광명시 하안·광명·소하 등 3개 동의 15가구가 하수 역류로 한때 침수됐다. 이들 지역에는 오후 1∼2시께 60㎜ 안팎의 폭우가 내렸다.
대구에는 3시간여 동안 55.5㎜, 특히 서구는 80.5㎜의 많은 비가 내려 퇴근길 도로 곳곳에 물이 찼다.(연합)
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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