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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위한 행진곡’을 북한 민주화 주제가로 승격시키자

한국의 민주화는 남한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우리가 이룬 민주화가 북한으로 들어가 북한 주민을 해방시켜야 한반도의 민주화는 완성될 수 있다
Written by. 이정훈   입력 : 2013-08-21 오전 9: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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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광주사태 이듬해 대학에 들어간(81학번) 필자는 그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2학년에 올라가면서 처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학년 때 학교에는 사복을 한 전경들이 상주하고 있어 집회는 할 수도 없는 분위기였기에 이 노래는 알려지기 어려웠다. 2학년 때는 그래도 분위기가 누그러졌기에 이곳저곳에서 작은 토론을 할 수 있었다.

 이 노래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탁 치는 느낌을 주었다. 한두 번 들어보고 조심스럽게 따라 부를 때 목구멍에서 뭔가 울컥 올라오는 느낌도 들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라는 대목과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라고 하는 대목에서였다. 그러나 목청껏 이 노래를 불러볼 공간이 없었다. 큰 산에 올라가 빈 길을 걸을 때 마음껏 불러봤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 구절을 부른 다음에는 후렴처럼 ‘죽은 자도 따르라’를 붙이곤 했었다.

 1학년 때 김민기의 상록수와 아침이슬, 친구 등을 처음 듣고 감동했던 필자는 이 노래를 접하며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다. 세상은 살아갈 곳이 아니라 바꿔가야 할 공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친구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래서 80년대의 대학가는 최루탄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7년 6월사태 때 6·29 민주화선언이 나오는 큰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민주화단계로 들어섰다. 그후 어떠한 대통령도 단임으로 규정된 임기를 어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서울올림픽이 있은 1988년에는 국회에서 광주청문회가 열려 광주사태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1993년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이 수감되고, 1995년과 1997년에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과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유공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

 이러한 변화의 추동력을 일으켜준 것이 이 노래였다. 1997년 5·18광주만주화운동은 국가기념일로 승격했는데, 그때부터 기념식 말미에 이 노래가 기념곡으로 제창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주도한 2009년 행사에서 제창은 공식 식순에서 제외되고 식전 행사로 밀려났다. 2011년에는 기념공연시의 합창단 합창으로 삽입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13년 광주에는 이 노래를 공식 기념곡으로 해달라는 운동이 일었다.

 이에 대해 보수세력들이 “그 노래는 좌파들의 애국가”라고 비판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러나 국회는 이 노래를,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이 노래 지지파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보수파는 큰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다른 것을 포용하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외골수적인 생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은 많은 것을 수출하고 있다. 물건은 2012년 5478억 달러처치를 해외로 팔았다. 적잖은 예술인들이 춤과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韓流)를 수출하고 있다. 한국 음식을 전파하는 사람도 제법이다. 한국은 민주화운동도 전파했다. 좋은 예가 88서울 올림픽 후 동유럽과 소련에서 일었던 민주화운동이다. TV를 통해 서울올림픽을 지켜본 그 나라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선택한 한국이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데 큰 자극을 받아, 자기 조국을 민주화와 시장경제로 돌리는 혁명을 일으켰다. 그로 인해 유럽을 무대로 한 냉전은 종식을 고했다.

 중국은 박정희의 경제개발정책을 수입해 고도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지금은 스포츠인들의 세계 진출이 늘고 있다. 차범근 이하 한참을 쉬었다가 박찬호가 나오더니 박지성 이후로는 유럽 프로축구계와 미국 프로야구계로 들어가는 한국 선수들이 급증했다. 그리고 한국은 무엇을 수출해야 하는가. 필자는 혁명을 수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상은 잘 사는 선진국이 아니라 가장 못살고 가장 억압을 받는 북한이다. 혁명은 북한을 민주화하자는 것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민주화운동에만 붙잡아 놓은 것은 너무 좁은 생각이다. 우리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대한민국을 민주화시켰듯이 이 노래를 부르면서 북한을 민주화시켜야 한다. 이 노래가 북한으로 들어가 북한의 젊은이들이 김씨 왕조의 폭압을 무너뜨리는 혁명가로 부르게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 민주화를 이야기 하면서 북한 민주화를 이룰 노래 하나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큰 실책이다. 북한 민주화를 이루려면 운동을 일으킬 핵심 세력이 있어야 한다. 지난 세기 말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지독한 인종차별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은 과거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피부색깔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게 하는 신분제였다. 남아공의 백인 세력들은 소수인 그들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 이 정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협력해 핵무기를 만들었다. 주변에 이렇다 할 강국이 없는데도 남아공이 핵무기를 만든 것은 흑인 폭동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이를 위해 남아공은 기술을 가진 이스라엘과 협조했다. 이스라엘은 기술은 갖고 있었지만 핵실험할 곳이 없었기에 남아공과 손을 잡고 핵무기를 개발해 했다. 1977년 남아공은 칼리할리 사막에서 핵실험을 함으로써 이스라엘과 남아공은 동시에 비공식적인 핵보유국이 되었다.

 이러한 핵무장을 남아공의 흑인 인권운동가 만델라가 녹여냈다. 만델라는 흑인인권 투쟁을 위해 수많은 고초를 겪고 여러 번 투옥된 불굴의 사나이다. 남아공의 흑인들은 만델라라는 핵심 세력이 있었기에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모진 탄압을 이겨내는 기적을 만들었다. 1993년 안팎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남아공의 백인 정권은 만델라에게 정권을 넘기고 자진해서 핵무기를 폐기했다. 이들은 권력을 넘기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한 것에 대한 면죄부 수여를 요구했다. 만델라는 이를 받아들여 남아공을 흑인의 나라로 돌려놓았다.

 북한에는 만델라와 같은 인물이 없는 것이다. 김씨 왕조는 그러한 인물이 나올까 두려워 5호 담당제 등 온갖 주민 통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한 탄압을 극복하고 북한 민주화를 이룰 혁명가를 만들어내려면 주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노래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노래 중의 하나가 30여 년 전 이 땅의 젊은이들을 뭉치게 했던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생각한다. 김민기의 ‘아침이슬’과 ‘상록수’, 안치환의 ‘광야에서도’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적잖은 운동가들이 조용히 북한으로 풍선을 띄우고 있다. 그러한 풍선에 우리의 민주화 운동을 담은 USB를 넣어 보내면 어떨까. 이것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국론분열적인 싸움에서 해방시켜 승화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민주화는 남한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우리가 이룬 민주화가 북한으로 들어가 북한 주민을 해방시켜야 한반도의 민주화는 완성될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나라로 흘러들어가 탄압받는 민중을 해방시켜야 한다. ‘님을 위한 행진곡’ 문제를 전향적으로 생각해보자. (konas) 출처:월간자유

 이 정 훈 ( 신동아 기자, 주간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 역임. 한국기자상, 연세언론인상, 삼성언론상 항공우주공로상 수상. 저서〈천안함 정치학〉〈연평도 통일론〉〈한국의 핵주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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