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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역사관을 갖고 자란 아이에게 긍정적 삶이 주어질까

남정욱 교수의 명랑笑說...대한민국 역사 전쟁의 승부는 어디에서 날까. 강단이나 언론이 아니다.학교마다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서 난다
Written by. 남정욱   입력 : 2013-11-07 오후 3: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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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조선일보 11.2일자에 게재되었음 (편집자 주)

 20세기 한반도를 찾아왔던 가장 급진적인 이념은 무엇이었을까. 마르크스레닌주의? 주체사상? 모택동주의나 트로츠키주의?

 답은 자유민주주의다. 1948년 7월 17일에 공포된 제헌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제2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선언'이다.

  38년 전까지만 해도 지엄한 왕이 다스리던 나라다. 3년 전까지는 섬나라 침략자들이 주인 노릇을 하던 나라다. 백성이 그때까지 본 것은 감히 범접할 수 없고 똑바로 올려다보기도 어려운 절대 권력이었다. 그런데 주권이 자기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자기에게서 나온다니 이 무슨 경천동지할 발언이란 말인가.

 입에 올리면 바로 목이 날아갔을 이 발언을 대한민국은 나라의 근간인 헌법 첫 줄에 떡하니 박아두었다. 그리고 우리는 미리 가져다 쓴 이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무려 40년 세월을 고군분투해야 했다.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와 보수 우파인 김세중 교수의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보수주의와 민주주의'는 이 부분에서 의견일치를 본다. 두 사람 다 기분 나쁠 수는 있겠다. 실은 좀 코믹하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기도 전 노동삼권이 먼저 주어졌으니 말이다.

  '오늘부터 민주주의입니다' 선언하긴 했는데 그게 어디 있는지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다.

 한반도의 역사는 가난과 불운의 역사였다. 159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 중 명나라에 국서를 보내 조선 분할을 타진했다. "조선 8도 중 남쪽 4도를 우리에게 준다면 전쟁을 그치겠다."

 1894년에는 영국 외무장관 존 킴벌리가 청나라와 일본에 서울을 경계로 조선을 나눠 가지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1896년 일본 특사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러시아에 39도 선을 경계로 조선을 쪼개자고 제의했다.

 1903년에는 주일 러시아 공사 로마노비치 로젠이 일본에 한반도 분할을 요청했다. 정말 짜증 난다. 우리는 완전히 '밥'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경우의 수 중 최악의 방식으로 쪼개진다. 독일처럼 전쟁에서 진 나라가 동강 나야 정상인데 식민지가 대신 쪼개지고 동족상잔까지 치렀으니 더 이상 불운이 없다. 외세에 '밥'이었던 반면 진짜 '밥'과는 참 거리가 먼 역사였다.

 휴전 직후 국민총생산(GNP)은 67달러였다. 우리는 5000년 내내 가난했으며 30년 전부터 '쪼끔' 산다. 먹고사는 일에서 해방되자 그제야 민주주의가 보이기 시작했다. 슬슬 독재가 불편해졌다. 진짜 내가 주인인지 투표를 통해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거리로 나왔다. 사실이었다.

 가난은 한국인의 DNA다. 유전자는 회귀본능이 있다. 한국 근현대사는 이 가난한 DNA를 유지, 보수하려는 세력(이게 이른바 '깡통 진보'다)과 그것을 끊어내려는 세력의 대립과 싸움이었다.

 이 싸움이 역사교과서 논쟁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5000년 만에 처음 찾아온 행운이었던 '산업화'를 독재와 탄압과 공포와 강압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 역사 전쟁의 승부는 어디에서 날까. 강단이나 언론이 아니다. 학교마다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에는 교과서 선정 심의 권한이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즉 전교조 교사들이 눈을 부라리는데 긍정의 역사 교과서를 선정할 간 큰 교장 선생님은 없다. 학부모들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역사 연구와 역사교육은 다르다. 부정적인 역사관을 가진 아이에게 밝고 명랑하며 긍정적인 삶은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konas)

 남 정 욱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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