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역사를 가르치지 않은 죄
유명한 역사가가 “역사는 대화다”라고 하였습니다.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는 역사는 이어질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가 됩니다. 그리고 그 대화는 우선 세대와 세대 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자기가 겪은 일들을 이야기해 주어야 하고, 아들이나 손자의 물음에 답을 줄 수 있어야 역사는 대화가 될 수 있습니다.
부자간의 대화가 끊기고 세대 간의 왕래가 없이 해방 후 70년의 긴 세월을 살다 보니 오늘의 대한민국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부평초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나침반이 고장 난 호화 여객선처럼 태평양에 떠 있으니 승객들의 불안과 공포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해방의 감격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세대는 대부분 가고,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80대 90대가 할딱할딱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저도 알고 남도 압니다. 살아는 있지만 말을 할 기력조차 없으니 대화에는 실격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건강 백세’를 장담하는 오늘의 60대 70대는 옛날과 달리 건강한 사람들이 많아서, 아들‧딸 또는 손자‧손녀를 붙잡고 대화를 나눌 힘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조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 이 세대들은, 심지어 20대 30대를 향해서도 대화하자고 손짓할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믿습니다.
“걔들이 우리 말 듣나요?”하며 쓴 웃음을 짓는 상심한 선배들이 많지만 진정 그대가 나라를 사랑한다면 후배들과의 대화만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 돼는 새로운 민주적 풍토가 조성됩니다. 처음에는 노인들의 자기 자랑으로 오해 받을지 모르지만, 성실하게, 끈질기게 시도하면 대화는 틀림없이 가능합니다.
역사가 끊임없는 대화라면 우리는 이 노력 없이 이 나라를 살리고 지키고 가꿀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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