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
대북 전단 살포 중지를 빌미로 제2차 남북 고위급회담을 좌초시킨 북한이 호국훈련을 빙자해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적반하장의 표본이다. 적반하장은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빗대어 표현한 말로, 조선 인조 때의 학자이자 시평가(詩評家)인 홍만종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그 풀이가 나온다.
‘순오지’에는 ‘적반하장은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 말(賊反荷杖以比理屈者反自陵轢)’로 풀이돼 있다.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을 내면서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어처구니없는 경우에 기가 차다는 뜻으로 흔히 쓰는 말이다.
북한은 한국군의 호국훈련이 시작된 이후 훈련 탓에 한반도 정세가 전쟁 발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리 측을 비난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7일 ‘온 민족이 힘을 합쳐 미제와 괴뢰패당의 새 전쟁도발 책동을 단호히 짓부수자’라는 논평에서 호국훈련은 ‘고의적인 북남관계 파괴책동’이라며 이로 말미암아 남북관계가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남 고위급접촉의 파탄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면서, ‘우리(북한)의 성의 있는 노력을 무시하고 선불질(서투른 총질)을 한다면 침략자들은 제가 지른 불에 타죽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전 매체를 동원해 호국훈련을 비난하면서, 남북 고위급 접촉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의 파탄 책임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주장은 올해 들어 북한군이 실시한 대규모 훈련을 고려하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군은 연간 8개월 정도 남침을 위한 야외기동훈련을 매년 실시한다. 올해 들어서만도 동계와 하계 전투정치훈련 등 기본 야외훈련 외에 두 번이나 실시한 항공육전병 침투 및 전략거점 점령훈련, 2회의 전투기 비상도로 이착륙훈련, 대규모 육·해·공군 합동 섬 상륙훈련, 군단급 부대가 참가한 쌍방 실동(實動)훈련, 기타 포병부대의 도시공격 연합훈련과 잠수함 공격훈련, 상륙부대 침투 및 강습훈련 등 전쟁을 가상한 훈련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평양에서는 제3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도 열렸다. 2006년 이후 8년 만에 개최한 대회에 김정은이 직접 참석(11월 3일)해 연설했다. 이번 행사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군 참모장, 조경철 보위사령관 등 북한 군부가 총출동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인민군대에 있어서 싸움(전쟁)준비, 훈련보다 더 중요하고 더 절박한 과업은 없다”면서, “싸움준비에서 내일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언제라도 전쟁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의미다.
잠적 40일 이후 김정은의 현지지도 18회 중 절반이 군 훈련지도나 군 관련 시설 방문이다. 그러면서 방어훈련인 한국군의 호국훈련을 시비하는 것은 한마디로 책망을 들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상대를 책망할 때 쓰는 아가사창(我歌査唱)과 같다. 북한군의 전쟁놀음부터 중단시키기를 기대한다.
윤규식 (국방정신전력원 교수·정치학 박사)
* 출처 : 국방일보 11월20일 20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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