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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통치자금

"비자금 40억 달러(?) 중에서 10분지 1만 굶주린 주민 위해 투자해도 부족한 식량난 해결하고도 남을 것"
Written by. 윤규식   입력 : 2015-01-17 오후 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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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의 비자금을 관리해 온 금융기관의 고위급 인사가 500만 달러(약 50억 7천만 원)를 챙겨 잠적했다는 소식이 지난해 9월 전해졌다. 망명타진설까지 돌고 있는 인물은 조선대성은행의 윤태영 수석대표다. 러시아 극동지역 등에서 김정은의 비자금 조성과 관리 등을 책임져 온 핵심인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나 남북 양측이 윤태영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첩보전이 치열하다. 그의 행방에 따라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전체 비자금의 규모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최소 40억 달러(약 4조 4천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정은 비자금의 상당 금액이 스위스나 룩셈브르크, 버진아일랜드 등 비밀계좌에 분산 예치돼 있으며 러시아 혹은 중국 등 각지의 차명계좌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치자금’으로 쓰이는 비자금은 북한의 핵심 엘리트들에게 고급 승용차나 양주 등을 선물함으로써 충성심을 확보하는 이른바 ‘선물정치’에 쓰인다. 김정은 일가의 사치품 구입에도 사용된다. 이 같은 비자금은 주로 해외 식당과 상품판매, 노동자 해외파견 등 외화벌이 사업 및 위조지폐 발행, 마약거래, 재래식 무기 수출 등을 통해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정권의 비자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북한의 외화벌이는 크게 네 곳에서 담당하고 있다. 내각의 무역성과 조선노동당의 ‘38호실’ 및 ‘39호실’ 그리고 정찰총국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은밀한 비밀 부서도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무역성과 정찰총국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는 그리 많지 않다. 북한의 외화벌이 최대 창구는 39호실과 39호실이다. 39호실로 통폐합되었다가 지금은 다시 분리하여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최근 대규모 기업으로 출발한 ‘조선성산경제무역연합회사’가 기존의 39호실을 대체했다는 얘기도 있다. 회사 소개 자료에 조선성산경제무역연합회사는 광업, 부동산 및 관광업, 첨단 기술, 제약업, 연유(유류)가공 및 판매, 피복, 식료, 수산, 농토산, 대외건설, 해상 및 육상 운송업, 각종 임가공업, 기술교류, 해외 노동력 파견, 상업봉사 등 거의 모든 업종지표들을 가지고 경제무역활동에서 국가의 특혜를 받고 있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39호실은 송이버섯 등을 일본에 수출했으며, 호텔과 상점, 식당 등을 운영해 외화를 벌어들였다. 1974년 김정일의 정치권 등장과 함께 생긴 39호실의 사업영역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대성무역과 대성은행 등이 속해 있는 대성총국을 비롯해 강원도 문천금강제련소, 대성타이어공장 등 무려 120여 개의 무역회사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마카오, 베이징, 홍콩, 싱가포르 등 수십 개의 해외 지사가 조직되어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과거 39호실이 마약 밀매와 위조달러 제작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가짜 담배와 무기 수출에도 관여하고 있으며, 이렇게 해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매년 2억∼3억 달러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 비자금의 꾸준한 통로 중의 하나는 북한이 해외에 인력을 파견하여 얻어지는 수익들이다. 속칭 ‘외화벌이’라고 불리는 이 사업을 통해 북한의 부족한 달러를 보충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22년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건설 현장에 북한 노동자 3천 명이 북한의 통치자금을 위해 일한다고 밝혔다. 이어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 북한이 이들에게 실제 임금의 10%∼15%만을 지급한다고 보도했다. 공제한 금액은 김정은 통치자금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로 송금한다. 만약 월급이 100만원이라면 각종 명목으로 공제하고 20만 원도 되지 않는 돈만 지급하는 것이다 정권이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전형적인 착취형태다.

 상황이 이렇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외국에 나가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기본적으로 출신성분이 좋아야 하고 신체조건도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탈북자들은 “보위부 요원들에게 갈취 당해도 좋으니 북한 땅에 남기보다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전한다. 해외로 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500달러에 달하는 뇌물까지 오간다는 것이다. 그래도 굶주리는 북한보다 낫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정권이 이처럼 주민을 파견하여 외화벌이 총력전을 벌이는 것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 제재로 체제 유지를 위한 통치자금이 말라붙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2008년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인한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연 수입 5,000만 달러가 사라졌다.

 2009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강화로 무기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후에는 5.24 대북 제재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이 전면 중단됐다.

 북한 통치자금 관리 기구인 노동당 39호실의 연간 수입은 2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 초비상이 걸렸다. 39호실이 김정일 시절 벌어들이던 외화는 송출 노동자 임금 1억 달러와 무기 수출과 위폐 유통, 마약 밀매 수입 1∼2억 달러, 남북 경협 수익금 1억 달러 등으로 연간 3∼4억 달러에 달했다. 절반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이를 벌충하지 않고서는 체제 유지조차 어려워졌다. 북한의 자금줄은 이미 마른지 오래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간 교역까지 위축되면서 절박함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북한 정권이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무기수출 이었다. 북한의 무기수출 능력은 제3세계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1980년대에는 기본 무기와 장비를 수출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미사일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 해에 무기수출로 2∼5억 달러 정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한의 1∼3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무기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외화벌이 대체방법으로 활용된 것이 마약 밀매와 해외 식당의 운영이다.

 북한의 마약밀매에 대한 의혹은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초기에는 단순히 해외 공관의 경비조달을 위해 미얀마, 라오스, 타이 등의 접경지경에 형성된 이른바 ‘황금의 삼각지대’에서 마약을 사고파는 식의 소규모 형태로 시작되었으나, 이후 정권차원에서 외화벌이 수단으로 마약생산 및 밀매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2년부터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사실상 국가적으로 공식 사업화하여 마약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은 양귀비 재배사업을 ‘백도라지사업(White Beiiflower)’이라 명명했다. 또 100만 달러 이상 마약을 판매하는 사람에게 ‘백도라지 영웅’ 칭호를 부여하고, “외화획득을 위해 아편을 대대적으로 수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가 공개한 자료사진에서 요덕수용소의 마약 재배지가 2011년 이후 2배가 늘었을 정도로 북한은 정치차원에서 마약을 삼고 직접 재배하고 있다. 무기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외화벌이 판로를 마약으로 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해외 식당을 활용한 자금마련과 공작 거점 사업도 활발하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외화벌이와 해외 공작사업을 목적으로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과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러시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등에서 식당을 운영 중이다. 근년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서방국가에도 진출하고 있다. 북한이 해외 식당을 외화벌이와 공작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네팔에서 탈출해 인도 뉴델리로 망명한 것으로 보도된 북한 인사 양 모 씨 망명사건으로 실체가 드러났다. 북한은 당시 네팔에 2개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양 씨는 평양 옥류관의 네팔 분점에서 책임자로 일했던 것이다.

 평양 옥류관 해외 분점들은 주로 북한의 외화벌이와 대외 첩보수집, 공작원 안가 등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북한에서 엄선한 인력을 해외 식당에 파견해 관리하고 있다. 북한이 양 씨 망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양 씨가 북한 외화벌이와 첩보수집에 종사했고, 북한에 보낼 다량의 달러를 갖고 망명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은 젊은 나이에 원군(援軍)도 없이 독자적 통치능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 엘리트의 충성심 유도와 단속을 위해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외화벌이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무기 수출과 위조지폐 발행, 가짜 담배와 마약 밀매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고, 북한의 인권실상이 알려지면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임금착취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으로서는 통치에 필요한 연간 10억 달러의 비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통치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비정부기구(NGO)인 ‘유엔워치’와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 ‘NK워치’는 지난 11월17일 스위스 정부와 의회에 스위스 내에 있는 북한의 비자금을 즉각 동결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의 통치자금인 비자금이 동결되면 정권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정은 정권의 무능으로 북한의 경제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잦은 전쟁 놀음과 과시성 투자로 대다수 북한 주민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지도층과 기득권 세력은 풍요를 누린다. 이 과정에서 자행되는 부패와 도덕적 타락은 상상을 초월한다. 불쌍한 주민들만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해서 북한 체제가 유지되고 김정은의 장기독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알곡 고지를 기어이 점령하고 더 많은 고기와 남새(채소), 버섯이 인민들에게 차례지도록 해야 한다”며 주민 식생활 개선을 위한 4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할아버지대부터 약속했으나 66년 동안 지키지 못하고 있는 “이밥(쌀밥)에 고깃국”에다 채소와 버섯을 추가한 것이다. 비자금 40억 달러(?) 중에서 10분지 1만 굶주린 주민들을 위해 투자한다면 북한의 부족한 식량난을 해결하고도 남는다. 김정은의 신년사대로 적어도 1년간은 인민들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쌀밥과 고깃국을 먹일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주민을 배불리 먹이고 정권의 어려움을 호소한다면 지시에 순응하는 충실성으로 무장된 순진한 주민들이 정권을 먹여 살리는 지혜를 발휘할 것이다. 탈법과 불법으로 마련한 김씨 일가와 상위 1%계층만을 위한 통치자금이 진정으로 북한 주민을 위한 통치비용으로 사용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Konas)

윤규식 (국방정신전력원 교수, 정치학 박사)

* 출처 : 월간 자유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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