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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복 70년 특집’에 대한 의문

"육하원칙을 무시한 다큐는 다큐가 아니다. 언론매체의 기사일 수도 없다"
Written by. 류근일   입력 : 2015-02-17 오전 9: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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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의 ‘광복 70년 특집 : 뿌리 깊은 미래-1편’을 보았다. 미군정의 쌀 자유판매 정책이 굶주림을 가져왔고, 그것이 3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한 시위로 번졌고, 그것을 미군정과 경찰이 진압했다고?

 언듯 보기에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이건 아니다. 사람들의 불평불만이 시위로 번졌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미군정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것이 그처럼 대규모 폭동으로까지 번진 이면에는 당시 공산당의 계획적인 선동과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핵심적인 대목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저 대중들의 당연한 불만표출이 미군정과 경찰에 의해 무단히 ‘폭력 진압’ 당한 것처럼 들리게 한 것은 사태의 진상과 인과관계를 흐린 것이다.

 “1950년 6월25일, 전쟁이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고? 아니, 그 때는 신문도 없고 방송도 없었던 줄 아는가? 그리고, 전쟁이 났으면 가장 중요한 게 누가 누구를 쳤느냐는 건데, 이건 말하지 않는 채 덮어놓고 ‘전쟁이 났다는 소식’이 풍문처럼 들려 왔다? 이걸 대체 다큐라고 할 수 있나? 도대체 가해자인 전범자의 얼굴을 후드로 덮어주는 이유가 뭔가?

 육하원칙을 무시한 다큐는 다큐가 아니다. 언론매체의 기사일 수도 없다. 6·25를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라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렇다면 유엔군이 참전했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인데 그건 왜 여러 번 적시(摘示) 했는가?

 6·25를 모르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이런 다큐를 봐버릇하면 6·25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의식이 어떻게 길들여질 것인가도 생각해야 한다. 교육기능을 겸한 공영방송이 동족상잔을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알 수 없게 두루뭉수리로 해두었다는 것은 또한 “그런 KBS에 왜 시청료를 인상해 주어야 하느냐?”를 묻게 만들었다.

 미군이 흥남부두를 폭파한 탓으로 배에 오르지 못했거나 안 한 난민들이 폭사라도 했다는 양 암시한 대목에도 그 어떤 작위(作爲)성이 묻어난다. 후퇴하면서 적(敵)의 수중으로 들어갈 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흥남부두를 폭파할 때 사전에 경고를 했는지 안 했는지, 그리고 경고를 안 한 탓으로 사람이 죽었는지 어땠는지는 지금 여기 앉아선 정확히 알 방도가 없다. 그러나 KBS는 “그때 사람이 죽었다”는 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런가?

 “전쟁이 나자 유엔군이 들어왔고 한국은 군 작전권을 그들에게 넘겨주었다”고 한 것도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누가 시작한 전쟁인지조차 언급할 필요가 없는 전쟁인데 유엔군이 느닷없이 한국 영토에 진입했고, 한국은 군사주권(작전권)을 ‘옛소’ 하고 양도했다”는 식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이미지가 들어올까? 북한이 아니라 ‘외세’가 문제라는 상념이 깃들기 십상이다. ‘한반도 문제는 자유나 전체주의 싸움이 아니라, 민족주의냐 외세 추종이냐?’의 싸움인 것처럼 각색되는 셈이다.

 “부역 혐의자는 뚜렷한 증거 없이 심증만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누군가 나를 가리켜 빨갱이라고 외치면 그대로 검거됐다”? “정확한 죄명도 모른 채 사형당하는 사람도 있었다”? 만약 그런 사례가 입증된다면 그건 물론 애석한 일이다. 그러나 간첩행위와 달리 6·25 때 부역행위는 숨어서 한 게 아니라 적치(敵治) 하에서 공공연히 드러내 놓고 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입증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결론 부분에서 KBS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광복 후 홀로서기를 외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외침은 전쟁이란 메아리로 되돌아 왔다.” 여기서 ‘홀로서기’ 외침이란 ‘민족자주’ 외침이란 뜻이 아닌지? 그런데 그 ‘민족자주’ 외침을 좌절시킨 건 (민족자주 건너편으로부터 날아든)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그런가, 아닌가? KBS의 성실한 해명을 기대한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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