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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대화 언급에 南의 경망스런 반응과 착각

김정은이 북한체제 개방·개혁, 남북평화공존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Written by. 정용석   입력 : 2015-06-16 오후 2: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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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불쑥 내던진 남북대화 재개 언급에 남한의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동요돼 경망스러운 반응을 보여 지극히 우려된다. 북한은 15일 ‘공화국 성명’을 통해 “북남 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간 대화와 협상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이룩해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 나가려는 우리의 입장은 시종일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공화국 성명’은 남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항복문서와 같은 전제조건들을 내걸었다.

 외세배격 및 우리민족끼리 통일, 남한의 체제통일 추구 포기,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 중단, 대북 비방중상 중단, 교류와 협력을 가로막는 법적 제도적 장치(국가보안법) 철폐 등 5개 조건들이 그것들이다.

 동시에 북한은 지난 5월 ‘불법 입북’했다는 남한 주민 이 모씨(59 남)와 진 모씨(51 여)두 사람을 17일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며칠전 남한에서 메르스 확산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그에 편승, 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은 “박근혜 패당의 부패 무능과 반인민적 통치의 필연적 결과”라며 반정부 운동을 선동했다.

 그러던 북한이 갑자기 ‘불법 입북자’ 송환과 ‘당국간 대화’를 언급한데는 필시 노리는 게 있다. 김정은 북한 로동당 제1비서가 진정으로 ‘남북관계 대전환’을 위해 대화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이 실제 남북대화를 재개할 의지가 있다면 남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국보법 폐지를 전제조건으로 들고 나올 턱이 없다.

 김정은의 6·15 대화 언급 저의는 남한 정부가 메르스 확산과 초기대응 실패로 궁지에 몰려 통치력이 약화된 틈을 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국보법 폐지 운동을 선동하려는데 있다. 또한 5·24 대북제재 조치를 풀라는 여론을 남한 내에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8·15 해방 70주년을 앞두고 ‘외세배격 및 우리민족끼리 통일’을 전제조건으로 들이댐으로써 반미운동 선동을 자극하기 위한 데 있다.

 이처럼 북한의 6·15 대화 언급은 전제조건들을 달고 있어 이는 순수한 화해를 위한 제의가 아니다. 메르스 문제로 곤경에 빠진 남한 정부를 더욱 어려운 처지로 밀어 넣기 위한 대남적화 책동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한 신문은 사설을 통해 북한의 6·15 대화 언급을 ‘남북대화 자체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우리가 먼저 내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통일부 차관을 지낸 한 인사는 “광복·분단 70년인 올해 8·15를 계기로 고위급 대북 특사단 파견 등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했다.

 북한이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느니 “대북 특사단을 파견”하라는 제언은 대화에 매달리고 있음을 반영한다. 북한과 대화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대화만능주의를 말한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이후 우리 모두는 북한과 퍼주고 끌려다니며 비위 맞춰주면서 대화에 매달렸으나 화해와 평화를 보장받지 못했다. 그 대신 북한의 서해 해전 도발과 핵무기·미사일 개발만 도와주고 말았다.

 특히 남한 집권층과 지식인들은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 대화만능주의에 빠져있다. 박 대통령은 1월6일 “북한이 신년사에서 남북 간 대화와 교류에 진전된 뜻을 밝힌 것은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도 “대화” 그 자체에 경도되어 있음을 엿보게 했다.

 뿐만 아니라 5월 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행사장에서 오고가며 스쳐 만난 것을 두고도 엉뚱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 만남에 대해 어느 북한 전문가는 “두 사람이 만났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확대해석했다.

 하지만 윤 의원과 김영남이 모스크바에서 스쳐 만난 결과 결코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신호”를 가져오지는 안았다. 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환상이 빚어낸 착각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의 6·15 대화 언급에 대해서도 착각에 빠져서는 아니 된다. 북한은 ‘대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미끼로 대화에 매달려 있는 남한을 적화책동에 이용하려는데 있음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의 대화 언급 한 마디에 ‘북한의 대화 필요성 인식’ 이라느니, 대북 특사를 파견하라는 등의 경망스런 반응과 착각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이 대남적화 책동 미끼로 이용하려는 남북대화 언급이 아니다. 김정은이 북한체제 개방과 개혁 그리고 남북평화공존을 위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다. 남북 화해와 협력의 진솔한 길을 위해서이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 前 남북적십자회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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