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호국보훈의 달에 KBS 뉴스가 대단한 안타(?)를 터트렸다. 아니 어떤 면에선 마력이 강한 홈런 성 타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타구는 정상궤도가 아닌 제멋대로의 타구로 그 방면 어느 누군가에게는 통쾌한 엑스터시를 제공했을 법 하지만 오발(誤發)성 빈타(貧打)로 역공을 타고 있다. 따라서 이는 다분히 이승만 대통령과 보수 우파진영을 겨냥한 의도된 스윙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연히 예견된 일일 것이다.

 6·25전쟁 65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저녁 KBS 9시뉴스는 자사보도를 통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으로의 망명을 원한다는 요지의 방송을 했다. 보도는 <당시 다나카 타쓰오 야마구치현 지사는 한국전쟁 발생 이틀 뒤인 6월27일, 외무성을 통해 “한국 정부가 6만 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현에 세우고 싶어한다”는 전보를 받았다>고 한 내용이다.

 그러나 KBS 보도내용에 대해 이를 반박한 인사들은 일본의 공식 국가기록이 아닌, 야마구치현 기록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승만 정부가 전쟁 발발 이틀 만에 일본 망명을 추진했다”는 오보의 결정적 근거가 된 1950년 6월 27일이란 날짜는 야마구치현 기록에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BS 이승만 일본 망명 조작사건 보고회’(조갑제 닷컴)에서 발표자들은 KBS의 보도내용이 조작되었다고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즉 6월 27일이라는 날짜가 야마구치현 현사에 명기돼 있지 않으며, 문제의 외무성 전보 역시, 정황상 6월 27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하나의 근거로 일본 방위연구소 전사연구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된 쇼지 준이치로의 논문 <조선전쟁과 일본의 대응-야마구치현을 사례로> 관련 페이지 내용을 들어 “북한군은 6월 28일 서울에 입성했고, 한국정부의 수도는 대전을 거쳐 대구, 부산으로 이전했으며, 8월 하순 경 북한군은 낙동강을 도하해 부산 코앞까지 진격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KBS가 보도한 문제의 일본 외무성 전보 관련 부분 내용을 제시했다. “당시 다나카 야마구치현 지사가 그 즈음 외무성으로부터 전보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전쟁발발 3일, 정황상 72시간 앞뒤 논리가 맞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미명(未明)을 뚫고 소련제 탱크를 앞세운 북괴군은 38선을 넘어 철원과 춘천 등 동서부전선 양대 축선을 주축으로 불법 남침을 개시했다. 미처 국방이 채 정비되지도 않은 시기, 적에 비해 10분의1에 불과한 우리 군은 북괴군의 우월한 병력과 장비에 죽음으로 맞서는 투혼을 불살랐지만 파죽지세로 밀고 오는 적 앞에서 후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고, 6월28일 수도 서울은 적의 수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후 이승만 정부는 서울에서 대전, 대구, 부산으로 임시수도를 옮겨 갈 수밖에 없었다. 초기 작전에서 실패해 밀리던 아군은 이후 즉각적으로 투입된 유엔군과 더불어 최후의 저지선 낙동강 교두보를 반격의 발판으로 삼아 맥아더 장군에 의한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기저로 일로 北으로 진격을 단행할 수 있었다.

 ‘이승만 정부 일본망명 타진’?

 6·25전쟁 65주년 전야(前夜)에 KBS가 이승만 대통령의 ‘일본 망명타진’ 설과 관련한 보도를 한 것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이와 관련된 보도는 20년 전에 일본의 극우성향 신문인 산케이가 보도했던 내용으로 당시에도 현의 기록 외에는 별다른 근거가 없어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난 사안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다시 전파를 타게 한 것은 다분히 의도된 방송이자 어떤 복선을 깔지 않았느냐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무척 다양하다.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오랜 기간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면서 미국의 루스벨트, 트루만 대통령에 당당히 맞서 대한민국을 건국해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을 있게 한 작은 거인이란 칭송에서, 북한과 합작하지 않고 남한만의 단독정권을 수립한 분단 책임자라는 상반된 일면까지다.

 그렇다면 KBS 보도 내용도 이 후자와 연계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해야 ‘분단 책임자로’ ‘나라를 내주고 도망가려는 대통령’으로 李 대통령을 깎아내릴 수 있고, 그래야 소위 말하는 “기득권이 득세한” “탄생되어서는 안 될 나라”로 이 나라를 폄하시키는 세력들의 시각과도 일맥상통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날 보고회에서도 “(KBS의 보도내용은) 이승만 대통령이 적과 싸우지도 않고 국민과 국군을 버린 대통령이라는 왜곡된 인상을 심어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발표자의 해석이 수긍가는 대목이다.

 지난 8일 KBS이사회는 ‘이승만 정부 일본망명 타진’ 왜곡보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자 임시이사회를 소집했다. 11명의 이사 중 진영논리와 이념논쟁으로 일관한 ‘야당추천 4인 이사들’의 반대로 안건 상정마저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 10일 오전 프레스센터 기자클럽에서 보수단체 협의체인 애국단체총협의회 긴급회의가 열렸다. 좌 클릭 KBS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와 함께 공영방송 KBS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국민의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케 하는데 커다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성토가 터져 나왔다.

 “자기 보신주의에 급급하고 끌려 다니는 여당추천 7인의 이사는 무용지물이다” “쳐들어가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이어지면서 KBS 규탄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확정했다. 이대로 가다간 더 이상 국민의 방송 KBS를 정상적으로 돌려놓을 수 없다는 탄식도 거셌다. 16일 오후 2시 여의도 KBS 앞에서 1천여 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규탄 국민대회가 열린다. 이사진과 사장 등 집행부 항의방문도 계획했다.

 공중파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KBS 한국방송공사는 국내 제일의 공영방송이다. 방송문화 발전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법인체(公法人體)이다. 그 영역 또한 알게 모르게 일반인의 정신영역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의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 바른 방송, 참된 방송, 국민을 위한 가감없는 방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KBS 더 이상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국민의 방송 KBS가 되기를 소망한다.(konas)

이현오(칼럼리스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