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6만 명의 망명정권을 (일본의)야마구치 현에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6·25전쟁 65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저녁 9시 KBS 뉴스 보도내용이다. 1950년 6월27일 이라는 날짜까지 방송화면에 등장했다 .

 이승만 대통령이 소련군의 적극적인 비호아래 불법적으로 38선을 돌파, 남침을 단행했다는 보고를 접하고도 이에 대항해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아예 전쟁초기부터 해외로 망명을 시도하고자 했다는 내용이다.

 보통사람이라면, 단 한 편이라도 6·25전사를 공부하고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눈보라가 휘날리는 차디찬 흥남부두에....’를 읖조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아니 그것도 아닌 단 한번이라도 현충원을 방문해 아무런 말없이 영면해 있는 6·25참전 전사자들의 묘비를 바라본 사람이라면 해마다 맞는 6월, 마음은 착잡해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올 6월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병으로 인해 정부로선 65주년 6·25행사를 제대로 치룰 수 있느냐 없느냐 고민이 많았던 해이기도 했을 터다. 그런 24일 저녁 전연 이해할 수 없는 뉴스가 전파를 탔으니, 이를 접한 6·25참전용사는 말할 나위 없고, 일반 시민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못해 참담해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KBS가 대형 조작 보도를 쏟은 것이다.

 어떤 연유로 그것도 65주년 6·25전야에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이라는 기사를 냈는지 알 길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단순히 생각해봐도 짚이는 바는 명확하다. 일제에 철천지한(恨)을 품은 구국의 독립 운동가이자 자유민주주의체제 신봉자인 이승만은 일제 패망 후 이 땅에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북한 김일성 사회주의체제를 반대하며, 남한만의 자유총선거를 통해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 토대를 정착시켰다.

 공산주의자들의 갖은 모략과 방해 책동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나가던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6월 붉은 야수의 이빨을 들이대며, 대를 이어 세습 3대 金 왕조를 잇게 한 원조 독재자 김일성이 6·25남침전쟁을 일으키자 즉각적으로 무쵸 주한미국대사를 통해 美에 긴급지원을 호소했다.

 미국을 위시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소련이 불참한 가운데 북한군의 남침을 불법침략으로 간주하고 즉각 UN군 파병을 결정했다. 그리고 일본에 주둔하던 스미스특수임무부대를 한국전에 파병, 7월5일 그 첫 전투가 경기도 오산 죽미령이며, 북한군과의 첫 교전이자 본격적인 유엔군 참전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로 그간 이승만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보여준 단호함이 미국과 세계의 지도자들을 움직인 결과였음은 당연함이었다. 6·25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지킬만한 능력도 힘도 부족했다. 북쪽에서는 여전히 붉은 이리떼의 으르렁거림이 계속되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힘이 필수적이었다. 혈맹이자 맹방인 미국과 全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동맹’으로 회자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대한민국 발전의 동력을 이끌어 낸 이도 이승만 대통령이다. 이를 反 이승만 세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를 끌어 내리고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곧 이승만 폄하는 대한민국 건국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6일 오후 여의도 KBS 앞은 가마솥 같은 분위기였다.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1천여명 보수애국진영 회원들이 함께 했다. KBS 조작 보도에 대한 항의 집회였다. 이들에겐 7월 한여름 땡볕도, 타는 목마름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아 보였다. 무대에 선 연사들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KBS 성토에 목청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KBS 방송국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 “자유대한민국이 원치 않는 방송하는 KBS는 있을 필요도 없다”는 존재 가치를 묻는 소리도 쏟아졌다. 그 안에는 ‘진실보도’ ‘중립보도’ ‘정확한 보도’를 요청하는 의미가 그대로 녹아들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취재라인의 연대책임은 물론 조대현 사장에서 이인호 이사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나왔다. 전체 11명 이사 중 여권 추천 7인의 이사에 대한 비난의 강도도 거셌다. KBS 이사회가 지난 8일 이 문제를 논의하려 했는데도 야당 추천 이사(4명)들이 안건 상정자체마저 막은 것을 저지하지 못한 것을 질타한 것이다. 자리만 보전하려하지 말고 바른 보도, 바른 방송을 위해 그 역할을 다하라는 지적이었다.

 KBS 보도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싸늘한 반응은 이 날도 예외가 없었다. 한 참석자는 “지금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하야를 촉구하는 좌파단체 집회가 이어졌다면 KBS를 위시한 수십여대의 카메라가 취재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언론의 오도된 취재 자화상을 꼬집기도 했다.

 더 이상 좌파가 틀어쥔 KBS 노조방송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비탄의 목소리로 점철된 집회는 1시간20분 내내 계속되었다. 15일 KBS는 내부 발령을 통해 ‘이승만 망명 요청설’ 관련 보도라인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오보관련 때문은 아니라는 토를 달기도 했다. 궁색한 변명 꼴이다.

 이승만은 일본 패망과 함께 ‘대마도’에 대한 우리 영토, 영유권을 주장했다. 美 극동군 사령관이던 맥아더 원수에게 대마도를 한국에 반환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한 것이다. 미·일 간 체결된 강화조약에 의해 제외되었지만 일본인들에게 가슴 쓸어내리게 하는 요구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겠다. 그런 이승만이다.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이를 갈며 해외유민으로 여문 이승만이다. 그런 이승만이 그것도 전쟁 초기 일본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KBS의 악의적인 보도는 ‘국민의 방송’임을 자임하는 사훈과도, 전체 직원의 사명감과도 불 합치하는 일임에 분명할 터.

 보편적 시각의 국민은 바란다. 차제에 조직재정비가 이뤄져 국민의 방송으로,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으로 참 방송에 거듭나는 KBS가 될 것을. 본격적인 국민의 감시가 시작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konas)

이현오(칼럼리스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