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축소판 ‘연평해전’ 영웅들이었다
대개의 나이 드신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한마디로 예의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무례하고, 천방지축들이라고 쏴 부친다. 자신 밖에 모르는 개인주의에 이기심 많고, 자기 생각을 아무런 여과 없이 내뱉어 어른들을 망신주거나 주변 사람을 무색하게 만들고, 아주 엉뚱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편견이 앞서 있기도 한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쉬 잊혀 지지 않을 쓰리고 아픈 기억의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나면 이런 우려와 기우는 금새 사라지고 만다. 세계를 열광시킨 서울 월드컵이 막바지로 치닫던 2002년 6월29일 오전, 북한 함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사전 치밀하게 준비된 공격으로 우리 경비함을 무차별 사격해 윤영하 대위 등 6명의 해군장병과 다수의 군인을 살상케 했다.
그러나 피와 살이 튀고 옆의 동료전우가 무참히 죽어가는 아비규환의 적탄 속에서도 적과의 전투에 임한 장병들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적함(敵艦)에 기관총 사격을 발사하던 전우가 쓰러지면 자신의 총을 던지고 대신 기관총을 거머쥐었다. 제대로 엄폐할 수 없는 해상의 배위에서 자신도 적탄에 상처를 입었지만 ‘피하라’는 상사의 명에도 아랑곳없이 중상을 입고 피 흘리는 전우를 구하는 모습에서, 정신이 아득해지며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순간에도 자신의 손목을 방향타에 묶어 키를 잡으며, 전함(戰艦)과 한몸이 되고자 한 청년 군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오늘의 젊은이들의 모습, 청년 군인들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누가 요즘 젊은이들이 버릇없고 개인만을 생각하며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는 ‘막가는’ 층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동일세대 청년, 학생, 여학생과 젊은 연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만났다. 아니 영화 속 젊은 그들 자신을 만난 것이다. 연평해전의 전사들이 바로 이를 입증해 주었다.
2015년 8월4일 오전 7시 35분경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내 아군초소 추진철책 통문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木函地雷)가 폭발했다. 아군 2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후송됐다. 이에 앞서 8명의 군인들은 오전 7시28분 수색작전을 위해 현장에 도착, 사전 정찰조를 보내 이상 유무를 파악하고 통문을 개방하며 작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통문 5m 지점에서 두 번째로 진입한 하 모(21)하사가 지뢰를 밟아 양 다리가 절단되고, 하 하사를 통문 밖으로 후송하다가 또 지뢰를 밟은 김 모(23)하사도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이후 연계 작전에서 8명의 대원들은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에서처럼 적진에 대한 빈틈없는 경계 아래 평상시 훈련된 그대로의 협조된 역할을 다했다.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아군 초소 통문 수색로에 지뢰를 매설해 정전협정을 위반한, 두고 볼래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는 북한의 김정은 집단과 하수들. 그러나 적의 포격도발로 예상될 만큼 급박하고도 위급한 순간에서도 소대장을 비롯한 팀장과 대원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팀장은 첫 번째 지뢰가 터지자마자 “적 포탄 낙하!”라고 외치며 대원들을 엎드리게 했다. 적의 포격으로 생각한 것이다. 부상을 당해 현장에서 신체가 손상된 대원들을 업고 후송 하거나 지혈과 의무지원을 요청하는 등 일사불란한 군인의 모습과 상황조치를 다했다. 그것은 영화 ‘연평해전’에서의 우리 해군장병이 적의 쏟아지는 함포와 기관총 세례 속에서도 죽음을 불사하고 적함에 총탄을 퍼붓던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젊은 군인들은 그 절체절명의 위중함 속에서도 ‘나’가 아닌 ‘너’가 먼저였다. ‘전우’의 안위를 먼저 살피고 염려했다. 자신도 큰 상처를 입었지만 이동하며 하 하사에게 “정신 차려라”고 고참 선배로서의 의연함을 다 내인 김 하사. 부상한 전우 구출에 총력을 다하고, 또 다른 피해가 가지 않도록 북측을 향해 고도의 경계태세를 다한 것들에서 군인의 자세가 어떤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삶과 죽음이 손바닥 뒤집기와 같이 아차 하는 순간 일어나는 곳이 전투현장이다.
이번 1사단 DMZ에서 군 장병들이 보여준 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군인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배우며, 의당 군인으로서의 본연의 자세를 다 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감사하고 고마운 것은 그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잃어버리고 있는 소중한 무언가를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국방당국과 군 수뇌부는 말로서만이 아닌 행동으로 다해야 한다. 11년 동안 눈치 보기에 급급해 멈췄던 대북확성기 방송이 즉각 재개되었듯이 적의 어떤 돌발행동이나 도발도 결국은 자신들의 죄업과 업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엄중히 깨닫게 해야 한다.
그것이 제2연평해전 전사 젊은 군인들이 남기고 간 가르침이며, DMZ 내 부상당한 군인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촌각을 지체하지 않았던 전우들이 일러주는 교훈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적 GP를 부숴버리고 싶다”고. “영원한 군인으로 남고 싶다”고. 부상당한 젊은 군인들에게 국가가 해야 할 최선의 조치를 다해 주기를 촉구하며, 부상자와 가족 모두가 하루빨리 큰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깊이 응원해 마지않는다.(konas)
이현오(코나스 편집장, 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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