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형법(刑法)으로 대신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국가보안법은 남과 북이 지난 56년간 휴전선을 마주하고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특수상황에서 반(反)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을 기하고, 국민의 생존과 자유 확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방벽(防壁) 역할을 십분 수행해왔다.
그런데도 국보법 폐지론자들은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에 대한 기여는 애써 외면하고서 사소한 흠을 들어 남북화해시대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폐지를 주장한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측이 제기하는 첫 쟁점은 반(反)국가단체 조항이다. 국가보안법 제2조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結社)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체제를 '반(反)국가단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1991년 남북이 UN에 동시 가입하여 유엔이 주권국가로 인정한 북한을 반(反)국가단체로 보는 것은 옳지 않으므로 국보법 제2조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반(反)국가단체로 보는 조항이 문제라지만, 이 조항은 북한만을 유독 반(反)국가단체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있으며, 실제로도 북한만이 유일한 반(反)국가단체일 수도 없을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반(反)국가단체 규정이 없어도 북한과 관련한 범죄를 형법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형법상 내란죄 외환죄 간첩죄로도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의 핵심 규정이 별도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형법 제102조에서는 북한을 준적국(準敵國)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는 적국으로 간주한다'고 되어있다. 우리 헌법이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한, 북한은 외국 또는 외국인단체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념적·군사적으로 대치상황 하에 있는 한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형법(刑法)상의 간첩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 국가보안법상의 반(反)국가단체에 관한 법적 준거(準據)는 '필수적'이다.
형법상의 내란(內亂)죄 역시 무장폭동을 수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 가능할 뿐이어서 '폭동을 수반하지 않는 내란' 기도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없는 맹점을 안고 있다. 
국보법 폐지 주장 측이 제기하는 두 번째 쟁점은 제7조(찬양고무죄)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 고무죄)는 국보법 폐지론자들의 주장처럼 헌법 제19조(양심의 자유)·헌법 제21조(언론출판의 자유)·헌법 제22조(학문과 예술의 자유)와 충돌한다. 이외에 "인간은 누구나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는 국제인권규약 제19조의 선언에도 위반된다.
찬양고무죄에 자의적 인권침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지난 1991년 국가보안법 개정 당시 찬양고무죄를 확대 해석하지 못하도록 목적범으로 제한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4천8백만명의 자유 침해가 아니고, 일부 친북·좌경분자들이 주장하는 '그들만의 자유'에 국한된 문제인 것이다.
마지막 3번째 쟁점인 제10조(불고지죄)는 또 어떤가. 반인륜적 조항이므로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이미 친족관계에 있는 상황에서는 형의 감경(減輕) 또는 면제가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인권문제 등이 야기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루어질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폐지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人共旗)가 휘날리고, 남파간첩이 자유롭게 친족 집에 은신하는 일이 상시(常時)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전혀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불행'이다. 그것은 '우리사회가 무서운 위협에 대해 무방비 또는 속수무책에 처하게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코나스 논설위원)
- 2026.11.4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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