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월 28일(금) 야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사거리 1만km) 2차 발사에 성공했다. 우리 군은 대응 무력시위를 위해 현무-2 탄도미사일(사거리 300km)을 다음날 아침에 발사했다.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국방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가발사와 6차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7월 31일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 자료를 통해 향후 예상되는 북한의 행태를 이같이 평가했다. 국방부는 “폭발력이 증대된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와 투발수단 능력을 시현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면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상시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저지할 것인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우리 군의 재래식 전력도 걱정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2013년 11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질의에 출석해 ‘남북의 전력을 묻는 질문’을 받고는 “우리 전력은 북한의 대개 80% 수준”이라고 말해 혼란을 불렀다. 20년 전과 같다는 말이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피격이 현실을 말해준다. 이후 북한의 국지도발에 단독으로 대비하기 어려워 2013년에 ‘한미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에 합의하여 주한미군의 지원을 받고 있다. 국군이 불쌍하다.

 북한 무인정찰기가 2013년 가을부터 한국 영공을 휘젓고 다녀도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북한 핵미사일은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데 우리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10년 전 개념에 머물고 있다. 막대한 돈을 투입하여 2020년 중반까지 배치한다는 KAMD는 북한이 스커드, 노동, 무수단 등을 고각발사(高角發射)할 경우 요격이 어렵다. 성주 사드 기지 진입로가 시위꾼들로 무법천지(無法天地)가 된지 오래인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뿐 아니다. 북한은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주한미군은 철수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평화협정(종전선언) 체결 추진을 명기한 2007년의 10·4선언과 2차 남북국방장관회담합의문을 폐기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09년 1월에 이를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수시로 협박하면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사드가 배치되면 핵공격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사드 기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고집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연기했을 때 북한은 반대했다. 전작권 전환은 ‘주한미군 철수, 미국 핵우산 보장 곤란’ 등 북한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조기 추진을 고집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제대로 된 국방정책이 부재(不在)하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로 지정된 2009년 가을 이후, 대북 군사정책은 매우 쉽게 준비할 수 있다. 김정은은 앞으로 무슨 도발을 할 것인지 사전에 언론을 통해 자세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비하는 정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몇 개만 열거하면 이렇다.

 연평도 무차별 포격(2010.11.23) 3개월 전인 2010년 8월 9일에 북한은 연평도 인근 NLL에 포격을 가해왔다. 당시 북한은 무인정찰기까지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군은 대비하지 않았다. 포격 당일 오전에 북한이 전언통지문(협박)까지 우리 국방부에 보냈으나 경계하지 않은 것으로 언론이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가 2010년 6월에 전작권 전환일자를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로 연기했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 완성의 해, 연방제 통일의 해’를 2015년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변경하고 전쟁준비에 광분했다. 그런데도 우리 국방부는 2015년 전작권 전환 완료를 고집했다. 다행스럽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에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으로 사실상 무기 연기하여 전쟁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김정은이 2013년 3월에 무인정찰기 부대를 방문하고 청와대 공격을 지시하는 것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대비하지 않았다. 북한 무인정찰기가 2014년 3월 24일 청와대 상공을 정찰했다. 북한 무인기는 이후에도 수차례 더 침투했다. 우리 군은 민간인이 추락 무인기를 신고하는데 의존하고 있다. 아직까지 탐지장비와 요격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전에 이를 공고한다. 시험이 끝나면 결과를 성명과 언론을 통해 보도한다. 장비 성능을 포함하여 시험장면 동영상까지 내보낸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경우 더욱 상세하게 수중 발사 순간까지 포함되어 있다. 김정은의 시험 명령 서명 문서, 현지지도 장면은 물론 김정은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도 그대로 설명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정은의 이런 행동과 조치는 우리 안보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이를 분석하여 잘 대비하면 되는 것이다. 적군(북한군)의 의도(意圖)가 아니라 능력(能力)에 맞게 우리 군 전력을 확보하는 것은 군사의 법칙이다. 이제 우리 군이 속히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스커드, 노동)에 핵무기를 실어 한국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 이렇게 적(敵)이 핵무기와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면 우리는 성능이 보다 우수한 핵무기와 핵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 그래야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 지금의 현실은 ‘미국의 핵우산, 주한미군, 한미연합사/유엔사’가 없으면 북한의 위협에 하루를 버티기가 어렵다. 만약 정부가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을 하면 국가안보는 위기로 몰리게 되는 상황이다.

 우리 국가총생산(GDP)은 북한보다 40배가 넘는다. 군사비도 수배 더 많다. 그런데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전전긍긍(戰戰兢兢)이다. 김정은의 자비(慈悲)에 의존하여 국민들은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해가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우리 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은 ‘예의주시’이고, 도발이 있고나면 추가 도발을 절대 좌시(坐視)하지 않겠다는 말뿐이다. 반복의 연속이다. 이것은 잘못된 국방정책 때문이다. 달리 설명할 이유가 없다.

 국방장관은 이런 현실을 국민에게 소상히 보고하고 재래식 전력 보강 및 핵무장(또는 미군 핵무기 전진배치) 필요성과 국방비 대폭 증액(GDP 2.4%→6.5%)을 요구해야 한다. 미사일방어망을 재설계하고 전작권 전환계획을 폐기해야 한다. 잘못된 국방정책을 바로 잡아야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될 것이다. 송영무 신임 국방장관에게 큰 기대를 해본다. (konas)

김성만 / 예, 해군중장. 재향군인회자문위원․안보칼럼니스트, 前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