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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공자의 눈물

Written by. 이용희   입력 : 2017-08-28 오전 9: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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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이 땅에 내려올 듯, 금방 비가 쏟아질듯 한 날씨로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9시 출근,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마음이 어느 때부터인가 점점 무거워진다. 오늘 첫 방문 어르신은 식도암으로 작년에 방사선치료를 받다 왼쪽 눈이 실명이 되고, 암이 식도를 막아 요즘은 물도 못 넘기시는 분으로, 이젠 기력이 없어 말씀도 잘 못하신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르신 댁에 도착하니 현관문은 조금 열려 있고 거실에 어르신이 반듯이 누워 계시는 모습에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갑자기 바람이 일렁이는 듯 불안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들어가서 가까이 가보니 어머니는 안 계시고 집안은 어지럽혀져 있는 것이 평소와 달랐다.

 “어르신, 저 왔어요” 하고 조용히 인사드리니 다행히 어르신은 가늘게 눈을 뜨고 손짓을 하신다. 나도 모르게 불안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 죄송해지는 순간이다. 어수선한 집안을 얼른 치우고, 설거지를 끝낸 후 “어머니는요?” 하고 여쭈었더니 “마트 갔어!” 하고 입모양으로 속삭이신다. 혹시라도 문이 잠겨있으면 내가 들어가지 못할까봐 현관문을 조금 열어놓고 나가신 모양이다.

 익숙하게 혈압계를 꺼내 어르신의 혈압을 재고나면 어르신께서는 “지난번엔 얼마고 오늘은 얼마고~”하며 꼭 지난번걸 물어 보신다. “혈압 좋으세요!”라고 말씀 드리면 예전 같았으면 “아직 안 죽어?” 하시며 농담도 하셨는데, 요즘엔 도통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모기만한 목소리로 “이선생, 미안해”하고 말씀하시기에 “어르신 왜요? 뭐가요?”하고 묻자 “이렇고 수고 해 주는데 이선생 이젠 오래 못 볼 것 같아”하신다. 나는 가슴이 먹먹하여 가만히 손을 잡아 드렸더니 갑자기 어르신이 눈물을 보이셨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런 말씀을 왜 하세요. 제가 해 드린 것도 없는데요” 하고 답했더니, “아니야, 가족 같고, 누구보다 더 가깝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 줘. 오랫동안 자주 볼 수 있으면 좋은데 이젠 틀렸어” 하시며 아이처럼 큰소리로 너무 억울하신 듯 엉엉 우시는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파서 나도 같이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한참을 울다 다시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내가 죽으면 할머니 충격이 클거야, 이 선생이 잘 봐줘” 작년에도 어르신은 같은 말씀을 하시며 내게 어머니를 부탁하셨다. 요즘은 가끔씩 주말에도 방문하는데 어르신의 말씀을 듣는 순간 더 자주 못 뵈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훈섬김이 일을 시작한지 2년 동안 벌써 유공자 네 분이 돌아 가셨다. 어르신 손을 잡고 다독이며, 위로해 드리다보니 어머니께서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어르신은 슬픈 표정을 뒤로하고, 어머니를 바라보신다.

 많은 국민들이 국가유공자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자유스럽게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분들을 위해 일하다 보면, 다 타버린 촛불 같은 고령의 국가유공자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드려야 될까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은 진정 목숨 바쳐 이 나라를 지킨 정말 훌륭한 군인이셨소!” 하고 두 손 꼭 잡아 드리면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이 분들에게는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라고 느끼게 해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국가유공자분들께 지금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외로운 국가유공자를 향한 작은 관심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보훈의 실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konas)

이용희 / 경기북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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