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확실파괴(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이론은 양국 모두 강력한 무기를 가졌을 때, 한쪽의 선제공격은 양쪽의 공멸을 초래한다는 이론이다. 적의 핵무기에 의한 선제공격을 받을 경우 그 적에 대하여 괴멸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막강한 핵전력을 유지한다는 것으로 적국으로 하여금 감히 핵공격을 할 수 없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핵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1965년의 미국 국방보고서에서 맥나마라 국방장관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된 군사용어로, 미국이 한때 채택했던 핵전략의 하나이다. 당시 보고서에 의하면 적에게 주게 되는 파괴의 정도는, 소련에 대하여는 전인구의 5분의 1 또는 4분의 1과 공업능력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을 살상 또는 파괴할 수 있고, 중국에 대하여는 도시인구의 절반(5,000만 명 이상)과 공업능력의 2분의 1을 살상 ·파괴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였다. 미국이나 소련이 다 같이 상대국에 대하여 이 정도의 파괴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1970년대 이후의 상황을 상호확실파괴라고 한다.

 북한의 도발은 계속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지난5월 14일 화성-12형 중거리미사일 발사에서 최근의 6차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감행해온 도발은 과감했고 그 성과는 실로 놀랍다.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배 이상 위력을 가진 수소폭탄 실험의 성공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

 그동안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 목표를 향해 계획된 수순과 시간표에 따라 움직였지만 미국이나 한국 모두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핵실험은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고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와 생존성, 정밀도 향상을 위한 실험이 좀 더 필요할 뿐이라고 분석한다. 김정은에게 핵·미사일 실험은 고위험 고수익을 노린 이성적 도박이고, 자부심이다.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럼 지금이라도 북한을 저지할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전술핵 재배치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는데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완성된 핵무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핵무장 외에는 없다고 보는게 ‘6차 핵실험’이후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미국의 핵우산 보장 공약만으로는 '사실상 핵무장' 상태인 북한을 억제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핵에 맞서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자 핵무장이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 질서와 한·미 원자력협정 등 한·미 관계, 높은 대외 수출 의존도 등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가 그 대안(代案)처럼 취급되는 것이다. 미군의 핵으로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이루자는 것이다.

전 술핵무기는 보통 위력이 0.1~수백㏏(1㏏은 TNT 폭약 1000t의 위력에 해당)인 핵무기를 말한다. 전투기·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탄은 물론 각종 포에서 발사되는 포탄, 미사일·로켓·어뢰 탄두, 병사가 메고 운반할 수 있는 핵배낭, 전차부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핵지뢰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6·25전쟁 이후 배치된 주한 미군 전술핵은 1967년쯤 950기로 정점을 기록한 뒤 1980년대 중반 150여 기로 줄었다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나온 1991년 말 마지막 100여 기가 철수했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가 과연 북한에게 통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핵억지론의 기본전략은 앞에서 언급한 ‘상호확증파괴‘이다. 즉 핵을 쓰면 서로 절멸하기 때문에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은 전통적인 ‘핵억지 이론’이 통하지 않는 체제라는 점이다.  북한은 ‘핵을 안쓰면 김정은 정권이 100% 쓰러지고, 핵을 쓰면 1%라도 체제 보장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핵보유를 북한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음으로는 북한의 생존과 체제 존속을 위협할 수준의 경제봉쇄이다.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 목표는 1년 전의 상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위기 국면이다. 비핵화를 남북 대화를 통해 풀어보겠다는 것보다는 대북 압박수위를 높이는 게 효과적이다, 그러나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과 석유 금수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경제적 압박 수단이어야 한다. 경제봉쇄가 신뢰성 있는 군사적 옵션으로 뒷받침돼야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마지막으로는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를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능력과 국민적 단합, 완벽한 군사적 대비이다. 최악이지만 정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미국의 본토를 위협할 상황에 다다르게 된다면 미국은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은 역시 선제공격에 맞대응하게 되고 전면전은 발발할 수밖에 없다는게,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만일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미국 우선주의의 방법을 선택하면 우리에게는 안보 재앙이다. 한미 공조가 중요한 이유다.

 아울러 전쟁공포증과 패배주의를 조장해도 안된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거부하고 막아낼 완벽한 군사적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 3중의 미사일 방어망을 최단 시일 내에 확충해야할 사항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역시 야당 일각에서 제기된 한반도 전술핵 배치와 관련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면서 모든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말하기도 했다.

 결국 핵의 시대에는 원자력이 평화적 도구로 개발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는 발생에 따른 핵무기경쟁은 양쪽의 공멸만을 초래한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은 늘 전쟁을 낳고, 뼈아픈 역사는 반복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쟁의 이면과 아픔을 기억하고 반성하며 소중한 가치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전쟁이란 처음에는 나름대로 정당성과 이성을 갖고 실행되지만, 종국에 남는 것은 ‘야만성’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전쟁이라는 참상과 그 뒤에 따라오는 비극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어떻게 발생하고 그 뒤에는 무엇이 있었는가를 직시하는 자세도 그만큼 필요한 것이다.

이만종(한국테러학회장,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