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눈앞에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 8월은 광복절과 태극기를 바로 떠올리게 된다. 1945년 8월 15일은 일본으로부터 이름 그대로 ‘빛을 되찾은’ 날이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열강들의 각축, 이권과 계산 속에 수많은 나라들이 사라지고 독립하면서 현재 전 세계에는 200여개의 나라가 존재하게 되었다. 근대국가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각국은 국기를 제정하여 사용하게 되었고 각 나라를 대내외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국기’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8월을 맞으며 국기와 관련된 몇 개의 일화를 통해 우리 태극기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지난 해 6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다가 판문점 회동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기 전 오산 미 공군 기지를 방문해 미군장병들을 대상으로 격려연설을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7분 남짓 편집된 영상은 잘 짜여진 한편의 영화와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이 착륙해 연단으로 진입하던 바로 그 순간, 헬기 뒷편 구조물에선 양쪽으로 문이 열리며 대형 성조기가 드러났다. 미군 장병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무대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내내 뒷 배경은 대형 성조기였고 그것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오늘날 미국을 만들어내고 지켜가고 있는 그들의 자긍심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국가에 대한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대목에서 “성조기 아래 희생하는 모든 애국자 여러분들께 신의 가호가 여러분과 우리 군대와 우리 조국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그 자리를 떠날 때 누군가 성조기 무늬의 모자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을 받기도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고 장병들은 성조기를 흔들며 배웅했다.

 뉴질랜드와 호주 국기는 여러 번 봐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비슷하다. 가장 큰 이유는 영국 국기 ‘유니언 잭’ 때문이다.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고 현재 영연방 소속인 두 나라의 국기 왼쪽 상단에는 유니언 잭이 그려져 있다. 뉴질랜드는 2016년 국기 변경을 위한 국민투표를 했다. 호주 국기와 비슷해 혼동을 일으키고 유니언 잭 문양이 식민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장에서 많은 장병들이 현재의 깃발 아래서 싸웠을 뿐 아니라 국기 교체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감을 표시해 왔다. 결과적으로는 이 때 국민투표에서 현 국기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정말 잘 보이는 곳에 배치된 그림이 있다.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이다. 그리스 여신의 모습과 비슷한 여성이 적.백.청색의 커다란 깃발을 들고 시민들을 이끄는 장면이 보인다. 미술 평론가들은 화가가 프랑스 국기를 전면에 등장시킴으로써 결론적으로 국가를 이미지화 했고 이 작품은 프랑스의 상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자랑스럽게 루브르의 중요한 공간에 걸었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스포츠 스타 중 수입 1위, 브랜드가치 1위를 동시에 갖고 있는 선수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다. 최근 페더러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걸고 기능성 운동화 사업에 나섰다는 뉴스에서 정작 눈길을 끈 것은 운동화의 뒷굽 부분에 빨간 바탕에 흰 십자가가 그려진 작은 정방형 스위스 국기를 붙여놓은 것이었다. 그의 조국 스위스산임을 내세우고 본인의 가치와 스위스 국기가 갖는 상징성을 드러낸 것이었다.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한마당에는 민족의 독립정신과 자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광복 60년이던 지난 2005년에 광복을 상징하는 815기의 태극기를 게양한 태극기 마당이 있다. 그 많은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뭉클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정부 수립 이듬해에 민족의식과 민족정기를 고취하기 위하여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한 이래 3·1절, 현충일, 광복절 등의 국경일은 ‘대한민국국기법’에서 전 국민이 국기를 다는 날로 정했다. 하지만 최근 국경일에 가정에서 실제 태극기를 게양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아무리 번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요즘이라 하더라도 태극기 게양이 소홀해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상징물 태극기, 역사의 순간마다 우리나라와 민족을 대표하여 애환을 함께 했던 태극기는 이 땅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태극기는 어려운 역사를 이겨낸 우리 국민들 가슴에 애국심 본능을 우러나게 하는 힘과 대한민국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멀게는 3.1운동 때, 근래에는 88서울 올림픽 때, 2002년 월드컵 경기 때 등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태극기를 휘날리던 날이 있었다. 국기를 소중히 여기고 귀하게 대하는 국민에게 밝은 미래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집안의 태극기를 손질하고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국경일에 그 날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기는 의식으로 태극기를 달아보자. 다가오는 8월,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펄럭이는 힘찬 태극기 물결처럼 우리나라에 밝은 앞날이 펼쳐지기를 소망해 본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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