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란 명언을 남겼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어느 술집에서 술을 어느 정도 마시면 다음날 점심을 공짜로 제공했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공짜 점심을 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술의 가격에 이미 점심값이 반영돼 있었던 것이다. 서부개척시대 이전에도, 우리가 사는 지금도, 공짜라는 모든 이름 뒤에는 분명한 대가가 포함돼 있다. 하물며 국익을 가장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뒷받침하는 안보에 공짜가 있을 수 없음은 말해 무엇하랴? 국가안보의 중요성은 시대를 불문하지만 안보는 항상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특히 우리는 숱한 외침과 6.25를 겪으며 그 대가가 얼마나 많은 희생과 아픔을 담보로 하는지 절실히 경험했다. 대한민국 국군이 창설 73주년을 맞았다. 군대는 국가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력집단이다. 무력으로 공동체의 안전을 지켜내는 개념은 선사시대부터 있어왔지만, 과거에는 평소에 생산 활동에 종사하다가 전쟁이 나면 모집되는 경우였고, 군이 전문적인 직업군으로 독립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재 규모가 작은 태평양이나 카리브해의 섬나라, 강대국으로부터 안전 보장을 약속받은 나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막대한 국방비를 들여가며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군이 국민을 지켜줄 믿음직한 방패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에 있어 군대는 전쟁 예방 외에도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는 재해 구호, 치안 유지 등의 중요한 역할도 병행 수행한다.

 대한민국 국군은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육군 5개 여단에 5만여 명, 해군 3천여 명에 불과했다. '49년 10월 육군 항공사령부에서 분리 독립한 공군은 6·25전쟁 전까지 2천 명이 되지 않았다. 미 군정은 대규모 정규군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병력 증강에 소극적이었지만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군은 남북한이 분단된 상황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해 '정규군 10만명 확보'를 당면 목표로 삼았다. 휴전협정 이후인 1953년 말에는 육군이 3개군단 20개 전투사단에 병력은 55만 명, 그리고 해․공군 병력을 합해 총병력이 약 60만 명에 이르렀다. 2020년 12월 기준 육군은 8개군단 42만여 명에 6.25전쟁 당시 한 대도 없었던 전차 2,130여대, 장갑차 3천여대, 야포/다련장 6,200여문, 유도무기 60여기, 헬기 660여대 (육․해․공군)를 보유하고 있으며, 드론봇 전투체계로 감시․정찰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군은 7만여 병력과 전투함정 100여척, 상륙함정과 기뢰전함정․잠수함정 각 10여척, 지원함정 20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군은 6만5천여 병력과 F-35A를 비롯해 F-15K, KF-16 등 북한보다 한 세대 이상 앞선 전투기 410여대, 공중기동기․감시통제기 각 50여대, 훈련기 190여대,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E-737항공통제기 Peace Eye 및 공중급유기(KC-330)를 각 4대씩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에 의거하여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전력은 육해공해병대를 포함해 69만여 명,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천여대 규모에 이른다.(자료출처: 2020 국방백서) 국방비 규모도 1991년 7조4,524억원(정부재정대비 23.8%)에서 2010년에는 29조 5,627억원(14.7%), 2020년에는 48조 3,782억원(12.4%)에 이르는 등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반면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재래식 무기의 성능개량과 함께 핵과 WMD, 미사일, 장사정포, 잠수함, 특수전부대 등 비대칭전력 증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800여 명의 사이버전 인력과 20만여 명의 특수작전군, 전략군 예하에 스커드(사거리 300∼1천km), 노동(사거리 1천300km), 무수단(사거리 3천km 이상) 등 13개의 미사일 여단을 편성하고 전략적 공격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핵, 탄도미사일, 화생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11일과 12일 양일과, 15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각각 동해로 발사했다. 이번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핵탄두 중량을 500㎏으로 소형화할 경우 탑재가 가능하며, 사거리 1500㎞로 일본 오키나와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괌과 알래스카까지 사거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고도 남는 사거리 때문에 남북간 군사력 대치에 있어서 의미있는 무기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수면 위 1~2㎞ 저고도로 비행하는 특성 때문에 우리 공군의 그린파인 레이더나 해군 이지스함 SPY-1D 레이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한·미가 보유한 레이더나 군사위성으로는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두 시간 넘게 비행했는데도 한․미군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보도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15일 오후에는 중부 내륙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지난 8일 인민군 창건(건군절, 9․9일) 73주년 야간열병식에서 김정은의 연설도 전략무기도 선보이지 않았고, 정규군이 아닌 민간․안전 무력이 참가하는 소규모 열병식으로 비교적 차분하게 거행하더니 열병식 직후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앞으로도 북한은 계속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필요에 따라 수위를 조절한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이다. 

 국군이 지난 73년 간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면서 국가안보는 물론 해외 평화유지활동에 기여해 오는 동안, 북한은 끊임없이 도발을 일삼으며 핵능력과 대량살상무기를 고도화시켜 전 세계를 위협해 왔다. IAEA는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하면서 7월 초부터 영변 핵 시설 내 5MW급 원자로의 재가동 및 영변 원자로 인근의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연구실을 가동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은 수없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다져졌고, 대한민국이 이룬 더 좋은 세상은 튼튼한 국방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안보에 공짜가 없듯이 지름길도 없다. 그러므로 군은 오로지 강군 육성을 목표로 군사대비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훈련에 매진해야 하고, 국민은 군이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뢰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북핵에 볼모가 되어 지켜낸 평화가 단지 전쟁없이 지켜낸 평화란 이유로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방 철책선과 바다·하늘에서, 해외 파병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국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