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있어 중국은 혈맹적 군사 협력과 이념적 연대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체제 불안정 요인이며, 북한의 핵개발은 단순히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일뿐만 아니라 동시에 중국으로부터 버려지지 않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란 보고서가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태주 부연구위원과 양갑용 책임연구위원은 연구원이 발행하는 「전략연구」 209호 ‘미중 전략경쟁 시기 북중관계의 이중성: 중국은 북핵을 포기시킬 수 있을까’ 보고서에서, 북한을 중국의 종속변수로 보아왔던 기존 시각에 대한 반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북한이 중국의 종속변수라는 미국 주류사회의 시각과 논리는 오히려 북핵 문제를 악화시켜온 핵심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냉전 직후 중국이 한국과 국교를 수립하자 북한은 대만과의 교류를 증가시키면서 핵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고, 1994년 북핵 위기와 긴장관계는 냉전 이후에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해야 하는 중요한 구실을 제공하였으며 이는 중국이 북한을 완충지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핵을 보유한 북한체제 유지를 위한 지원을 거절할 수 없고, 예기치 못한 북한 체제의 붕괴는 중국이 미군과 군사적으로 직접적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게 되는 중국 안보의 불안정 상태를 야기할 수 있는 현실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북한은 소련 붕괴 과정에서 동유럽 국가들이 구소련에 의해 버려지고 동유럽 독재자들의 비극적 말로를 목격했지만, 핵을 보유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로부터 안보를 보장받는 1994년 부다페스트 협약을 맺게 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북한 지도자의 시각에서 핵에 대한 통제는 다른 모든 체제유지 수단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국내외에서 정치적 협상을 할 수 있는 최후의 거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와 전방위적인 미중 갈등 격화는 중국에게는 시진핑 독재권력 강화에 유리한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중국의 권위주의적인 정치 권력화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1인 독재 권력체제를 내부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과정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북한이 최근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 개입에 대해 비난 수위를 높이는 이유도 북중 일체화 현상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북중 양국이 미국 주도의 인태 전략에 대한 결속의 차원에서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영속적인 북한의 종속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재 진행 중인 중국-북한-러시아의 밀착관계는 국제정치, 경제, 군사적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진영논리의 강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줄곧 중국 연안파 등을 숙청해 중국 세력의 노동당 내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해 왔으며, 김정은이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을 처형하자 시진핑은 2014년에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였고, 2017년 북한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감축하는 등 북중관계가 정치·경제·군사적 상황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컸음을 지적하면서, 북한 핵협상 등에서 중국이 북한 핵개발을 단념시킬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중국은 핵무기 없는 북한을 원하지만 핵무기 없는 저개발국가 북한은 우월한 한미의 군사적 역량과 안보위협에 노출시키게 되고, 북한은 핵 없이 중국에 대한 절대적 의존이 가져올 수 있는 불평등한 동맹관계를 원하지 않는 북중동맹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중심으로 중국의 대북 정치적 역할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제기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