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이 한국과의 30년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60년이 넘는 북중우호협력 관계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를 버리고, 한중관계는 서로 간에 최소한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에서 출발하여 점차 양국 간 확대된 역할과 기여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제노ㆍ이수석 박사는 23일 발표한 이슈브리프 380호 ‘한중수교 30주년과 한반도 평화’ 보고서에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북한의 행위를 저지할 수 있는 안전판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상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중국의 역할과 기여에는 ‘기대’와 ‘제약’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기대’는 한반도 안정 나아가 동북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정은 중국의 고도성장을 위한 토양이고,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시행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북한이 핵의 집착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게 만드는 동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약’은 중국이 북한의 변화와 비핵화를 지지해 오는 과정에서 북한에 정권 차원의 위기가 도래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 제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 왔고, 미중 전략경쟁 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한미동맹의 결속 약화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때문에 이들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과 중국 양측이 지닌 과도한 기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안보동맹 뿐만 아니라 경제문제도 포괄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이정표를 확립한 현 상황에서, 미국 주도에 의한 국가 간 동맹과 공조가 중국의 입장에서는 아태지역에서 운신의 폭을 심각하게 제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국은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 관계로까지 강화된 한미동맹을 파기하고 아시아판 다자안보체제를 주도하면서 한국을 그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어할 수도 있고, 한미동맹이 ‘하나의 중국’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그 만큼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수교 30년을 맞은 올해를 한중관계를 비롯한 세계 각국과의 협력 구도에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한중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보다는 전략적 투명성(strategic clarity)을 검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한국과 중국은 새로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위한 발상의 전환을 이룰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對중국정책 그리고 지역 및 세계 차원의 안보정책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중국도 이를 감안하여 현실적인 對한반도 정책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미동맹을 전제로 한국과 중국, 다수 국가들이 협력 가능한 의제가 무엇인지를 식별해 인식의 공감대를 넓혀 나가고, 협력적 의제 확대를 위해 대외전략과 정책에 대한 투명성을 시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추구해 나가도록 유도해 나가는 입장이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실망과 불만을 증폭시킬 수도 있으나, 한국이 한반도와 지역 안보에 있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중국에게 이해시키고 설득해 나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양국 간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