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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토대장정 소감문(5)] 하나 되어 역사 속으로, we are the one!

Written by. 정현석   입력 : 2023-08-23 오전 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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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13기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소감문 우수작으로 선정된 글입니다.) 
           
<지원동기 및 출발 준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학자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이다. 나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지칠 때면 이 말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수십 번은 머릿속으로 되뇌었기 때문일까? 문득 한국 역사의 현장을 몸소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떤 경험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학부 게시판에 걸린 제13회 국토대장정 홍보 포스터를 보았다. 평소 말로만 듣던 국토대장정을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해보겠나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바로 지원하였다. 이로써 제13회 국토대장정 대원이 될 수 있었다.

 국토대장정을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고생만 하다 오는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아 마음이 흔들리고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6월 25일 장충체육관에 모여 동기들을 만나고 유니폼을 입으니 그동안 가지고 있던 막연한 불안은 사라지고 설렘으로 바뀌었다. 특히, 6.25전쟁 73주년 행사 중 수많은 참전용사와 참전국 국기들을 보면서 그들이 흘렸을 피와 땀방울에 마음이 울렸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깊은 감사와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내가 자부심을 가득 안고 국토대장정을 출발했다.

1일차 (6월 25일)
 발대식을 마친 후 첫 일정은 국립서울현충원에 가서 참배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서울현충원은 외할아버지의 묘가 안장되어 있기에 더욱 뜻깊은 장소였다. 우리는 대형을 갖추어 현충탑 앞에 서서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장님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킨 국군장병과 호국영웅들의 고귀한 헌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대표 성명은 나에게 2가지 생각을 들게 했다. 하나는 ‘나도 여기에 안장되신 분들처럼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을까?’였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 영웅들이 잊히지 않게끔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다’라는 마음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나약한 마음은 뒤로하고 호국영웅들의 의지와 정신을 이어 국가를 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으며, 미래에 나의 희생과 헌신을 기려줄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에 든든했다. 참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전 코로나 자가검사를 하였다. 4년 만에 다시 진행된 국토대장정 행사인 만큼 건강 상태에 특히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전원 아무 이상 없어 점심을 먹을 수 있었고, 생각보다 맛있는 육개장에 서울 현충원이 더욱 좋아졌다.

 현충원을 나와 강원도 인제에 있는 육군 제12사단 신병교육대대로 이동했다. 제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여러 군용품의 안내를 받을 수 있었는데 처음 보는 물품들이 많아 신기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대원이 이것들을 사용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이후 준비된 저녁을 먹고 소강의실에 모여 동기들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첫날이라 어색한 기류가 많이 흘렀지만, 자기소개 및 사담을 통해 조금씩 친밀감을 쌓을 수 있었다.

2일차 (6월 26일)
 부대를 나와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DMZ 박물관과 금강산 전망대를 관람 후 통일 전망대로 향하는 것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일정이 변경되었다. 통일 전망대에서 해설자분의 설명과 함께 북한 영토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송도를 기준으로 위로는 북한, 아래로는 남한이라 하셨다. 주변으로는 금강산과 해금강을 볼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북한 지역을 직접 그것도 처음으로 보니 신기하고 긴장감이 느껴졌다.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서 금강산의 일출봉, 구선봉, 금강산 전망대 등을 볼 수 있고 심지어 북한군 초소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이날은 날씨가 좋지 않았고 안개가 잔뜩 껴있어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통일 전망대를 나온 우리는 근처에 있는 6.25전쟁 체험전시장으로 이동했다. 전시장 밖에서부터 들리는 전쟁 소리는 전쟁의 공포를 직접 전해주는 것 같았다. 안에는 6.25전쟁 당시 사용했던 무기와 군복, 사진 등 생생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특히,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포로가 되어 나체인 상태로 묶여있거나 땅바닥에 뒹굴고 있는 사진은 더욱 전쟁의 공포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와 열차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제진 검문소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이동 전 처음으로 단장님과 함께 외친 ‘we are the one! 야!’ 구호는 쑥스럽기도 했지만, 대원들 간 단결력이 생기는 것 같았다. 또한, 비가 많이 와 습하기도 했지만, 몸은 가벼워지고 여러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철조망 뒤로 보이는 해안가는 바다라는 생각에 마냥 좋았지만 볼수록 아무도 없는 바다와 철조망이 주는 분위기, 북한과 근접한 곳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이어 화진포도 걸었다. 예정된 일정에는 없는 장소였지만 푸릇한 자연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화진포를 배경으로 조원 간 단체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누며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루 일정을 끝낸 후 화천에 있는 제7사단 신병교육대대로 이동했다. 매일 새롭게 숙영지를 옮기니 각 부대의 시설이나 분위기, 환경 등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이곳에서는 저녁 식사 이후 현역장병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는데 부사관부터 장교까지 나오셨다. 다양한 질문과 확실한 답변에 재밌었고 심층적인 질의응답과 더불어 간간이 사적인 대화도 하면서 부담없는 분위기에서 진행되어 더욱 좋았다. 다만 늦은 시간에 마련된 자리라 대화를 나눈 시간이 짧았고 이런 시간이 하루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3일차 (6월 27일)
 제7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나와 평화의 댐으로 향했다. 댐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굉장히 웅장하고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선으로 내려가는 측면을 보고 ‘미끄럼틀 타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높이가 125m라는 안내문을 보고 바로 생각을 접었다. 평화의 댐에서 오미리까지 도로를 따라 걸어갔다. 지금까지 걷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을 달래는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높은 언덕과 긴 코스, 내리쬐는 햇빛에 다리가 아프고 덥기도 했지만, 동기들과 함께하니 덜 힘들고 웃으며 걸을 수 있었다. 목적지는 점심을 먹을 막국수 집이었는데 비트 육수와 양념이 너무 맛있었다. 메뉴에는 감자전도 있었기에 친구들과 내기해서 주문했으나 화장실 갔다 온 사이 동기들이 다 먹어버려서 나는 한 입도 먹지 못했다. 다음에는 화장실을 나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2023 '제13회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konas.net


 점심 식사 후 버스를 타고 제15사단 수색대대를 방문했다. 부대 안에 들어서니 연병장에 각종 무기와 장비, 장갑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소총을 잡고 견착을 배우니 몹시 재밌었다. 특히 저격총은 처음 견착해봐 어려웠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흥미로웠다. 그러나 저격총은 반동이 엄청 심해 많이 다친다는 말에 조심스러워지기도 했다. 총에 이어 투시경과 군장 체험도 했다. 투시경도 처음 사용해 봐서 매우 신기했다. 하지만 군장은 과거 힘들었던 경험이 생각나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다시 매게 될 군장을 생각하며 군인분께 군장을 가볍게 꾸리는 방법을 배웠다. 

 부대를 나온 우리는 금성지구로 이동했다. 금성지구는 6.25전쟁 당시 중공군에 맞서 마지막으로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었다. 중공군의 대공세에 맞서 7일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우리 군보다 중공군의 피해가 4배 이상 컸다는 점에서 큰 전과를 거둔 전투였다. 하지만 처음 전선보다 4km 뒤로 물러난 상태에서 휴전협정을 맺게 되었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 전투에서 희생하신 분들을 기리기 위해 전적비 앞에서 참배했다. 전적비 아래에 추모비가 있었는데 이는 1996년 집중 호우 속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하신 23명을 추모하는 비였다. 단장님께서는 자신의 군 시절 근방 부대의 일이었다며 울컥한 마음이 드셨던 것 같다. 우리는 단장님을 따라 추모하고 참배했다. 

 전적비와 추모비를 보면서 국가를 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 속에서 국가를 위해 내 몸을 희생할 수 있는가? 또한 국가를 위한 일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참변을 당해도 억울해하지 않고 다시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겠는가? 하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저녁 시간에 맞추어 제15사단 신병교육대대로 이동했다. 

 저녁 식사와 개인 정비를 마치고 부대 식당에 다시 모여 앉았다. 향군에서 준비한 피자를 먹으며 29일에 있을 장기자랑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조마다 장기자랑을 하나씩 준비해야 했던 터라 무엇을 할지 많은 고민이 들었다. 다행히 우리 조에는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 있어 단체 댄스로 정하고 조금씩 연습해 나갔다. 준비시간이 많이 없었기에 생활관으로 돌아와서도 틈틈이 연습해야 했다. 중학교 이후로 처음 춰보는 춤에 자신이 상당한 몸치인 것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4일차 (6월 28일)
 부대를 나와 강원도 화천의 유명지인 붕어섬으로 향했다. 붕어섬은 화천강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이다. 붕어섬 안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주변 곳곳에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영업장을 많이 볼 수 있고 섬 안으로는 푸릇한 휴식 공간들이 조성되어있어 좋았다. 특히, 길을 걷다 하늘 가득한 구름과 맑은 강, 우거진 산들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무척 아름답고 영롱했다. 붕어섬에 이어 파로호 안보전시관에 왔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3개 사단을 섬멸한 파로호 전투의 활약상 및 화천을 홍보하기 위한 곳이었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해설자의 설명을 통해 파로호 전투가 어떤 전투인지 배우고 화천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 해설 후에는 점심으로 전투 식량을 먹었는데 초등학생 때 먹어본 구형 전투 식량과 달리 더욱 간편하고 맛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앞으로 전투 식량이 더 예정되어 있다는 말에 반갑지는 않았다.

 배를 채운 후 다음 일정은 제2땅굴 탐방이었다. 땅굴에 들어가기 전 안전모를 쓰고 차례차례 줄지어 조심히 들어갔다. 땅굴 안은 생각보다 추웠다. 바닥에는 물웅덩이가 많이 고여져 있었고 낮은 천장 탓에 허리를 숙이며 관람해야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숙이고 있으니 허리가 상당히 아팠지만 허리를 잠깐이라도 펴고 걸으면 천장에 부딪혔기 때문에, 게임 속에서 던전을 돌파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길었던 땅굴을 걸으며 이렇게 긴 땅굴을 손수 팠을 북한군을 생각하니 무서운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땅굴 안에 ‘통일 염원 및 성취 우물’이 있었는데 소원을 기원하면서 동전을 넣으면 행운을 가져오고, 미래 조국 통일의 축복이 성취된다는 우물이었다. 동전이 없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하루빨리 통일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랐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철원 평화 전망대로 향했다. 도착하니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를 향해 올라가야 했다. 철원평야 일대와 저수지를 보니 여행을 온 느낌도 나면서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올라가서는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DMZ 및 여러 군사시설을 보았고 전망대 안에서는 망원경을 통해 남북한의 초소를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초소를 지키는 북한군인을 보며 긴장감과 생생한 분단 상황임을 느낄 수 있었다.

 평화전망대를 나와서는 월정리역을 탐방했다. 월정리역은 서울과 원산을 잇는 간이역으로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폐역이 되었다. 이 안에는 6.25전쟁 당시 탈선했던 열차의 잔해와 4001호 기관차, 유엔군의 폭격으로 부서진 인민군 화물열차 잔해가 전시되어 있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를 보며 전쟁이 나면 저렇게 단단해 보이는 열차도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는구나 싶었다. 오늘 관람을 통해 ‘잿더미만 남은 전쟁터’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관람을 마치고 제5사단 신병교육대대로 이동한 우리는 저녁 식사 후 강당에 모여 앉았다. 이유는 제12회 국토대장정 선배와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토대장정 선배님은 자신이 근무하는 부대에서 국토대장정 후배들을 만나니 너무 반가우셨던 것 같다. 선배님은 우리를 위해 격려의 말씀과 간식거리를 주시고 떠나셨다. 만약 나도 시간이 흘러 내가 근무하는 부대에 향군 국토대장정 후배들이 찾아온다면 너무 반갑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선배님과의 만남을 끝내고 장기자랑 연습 시간을 가졌다. 여전히 춤은 내게 어려웠고 어색했지만 내일 있을 장기자랑에서 창피는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최대한 열심히 연습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5일차 (6월 29일)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우리는 우비와 배낭 커버를 착용하고 부대를 나섰다. 비를 뚫고 철원 문화역사공원에 도착했으나 공사 중이었던 터라 관람을 할 수가 없었다. 이에 바로 주상절리 길로 이동했다. 하지만 여기도 비가 많이 와 들어갈 수 없었다. 두 곳이나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해 아쉽고 속상한 건 모두가 마찬가지였을 것이나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야 했다.

 

 ▲ 2023 '제13회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konas.net


아쉬움이 가득했던 우리는 예정에 없던 길을 걷기로 했다. 목적지는 주상절리길 주창에서 철원 관광정보센터 부근까지 꽤 긴 거리를 걸었다. 모든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으나 나는 이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모두가 비에 젖었음에도 우리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비 때문에 여러 불편함이 있긴 했으나 우리의 국토대장정은 추억 속에서 더욱 짙어졌다고 생각한다. 흐르는 물에 앞이 보이지 않던 것도, 팅팅 불은 발도, 입고 있던 모든 옷이 축축했던 그 느낌도 모든 것이 좋았다. 나는 아직도 국토대장정을 생각하면 이날 비를 맞으며 걸어갔던 생각에 낭만이었다고 느낀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근처 한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비를 맞아 몸이 추워진 상태에서 먹은 김치찌개는 얼어있던 몸을 녹여주는 난로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김치찌개 앞에서 몸 녹이며 좋아하던 우리의 모습이 무척 웃기고 귀엽게 느껴진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버스를 타고 백마고지로 이동했다. 백마고지는 6·25전쟁 당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국군과 중공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이곳은 군사적 요충지로 10일 간의 혈전 끝에 육군 제9사단이 중공군을 격퇴하고 승리하였다. 이 전투에서 국군 약 3천4백 명의 사상자가 나와 이를 기리는 충혼비가 세워졌다. 우리는 충혼비 앞에 서서 숙연한 마음으로 참배하고 내려왔다. 충혼비를 오고 가는 길에는 수많은 태극기가 세워져 있다. 참배 후 숙연한 마음을 가지고 태극기를 보았을 때 다시 한번 국가를 위한 마음에 깊은 뜻을 담았다. 

 저녁에 장기자랑이 예정되어 있어 전보다 빨리 부대로 들어갔다. 이날은 해병 제2사단에서 숙영하고 저녁은 청룡회관에서 먹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여러 테이블에 소불고기 전골이 차려져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저녁을 먹었는데 중간에는 술도 주셔서 더욱 젊은 청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장기자랑을 앞두고 있던 우리는 약간의 취기가 있어야 무대를 장악할 수 있다며 일부러 더 취하기도 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예정되어 있던 장기자랑이 바로 시작되었다.

 전문 MC분께서 진행도 확실히 잘하시고 애교도 많으셔서 행사장 분위기가 뜨거웠다. 행사가 진행될수록 즐기는 한편 조금씩 장기자랑 시간이 다가오는 게 느껴져 불안하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예정대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1조부터 차례대로 공연을 시작했는데 다른 조들의 수준 높은 공연에 더욱 긴장되고 집으로 돌아갈까 싶기도 했다. 괜찮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무대에 올라섰다. 노래가 들리자마자 머리가 새하얘져 바로 안무를 틀렸지만, 생각보다 재밌고 몸이 알아서 움직여줘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장기자랑 후에는 어디서든 뽐낼 장기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긴 행사였다. 마지막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부여한 점수를 바탕으로 시상식이 있었다. 내가 있던 4조는 조원들 덕분에 2등을 했다. 우리 조원들의 끼와 능력에 감탄했고 고마웠다. 부대로 돌아와 아쉬운 마지막 밤을 보내야 했다. 첫날과는 다르게 모두가 잠들지 않고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6일차 (6월 30일)
 국토대장정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해병대를 나와 공군 제10 전투비행단에 방문했다. 처음엔 강연장에서 현재 전투기를 조종하시는 소령님의 강연을 들었다. 전투기 조종사란 어떠한 직업인지?,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과거 파일럿을 희망했기에 전투기 조종사란 직업이 더욱 선망의 직업으로 느껴졌다.

 강연이 끝나고는 비행장으로 이동해 퇴역한 전투기를 보며 해설을 들었다. 해설을 듣던 중 비행기에 부착된 미사일의 가격에 매우 놀랐다. 싸면 1~2억 비싸면 7~8억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해설을 들으며 전투기 조종사란 직업이 단순히 보기에 멋있고 재밌는 직업이라 생각되지만, 고된 훈련을 수료하고 다양한 지식과 건강한 신체를 겸비해야만 될 수 있고, 비행이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기에 절대 쉬운 일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오늘 비행단 탐방을 경험으로 다시 한번 전투기 조종사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고 육군 항공이라는 꿈이 더욱 불탔다.

 제10전투비행단에서 점심을 먹고 해군2함대사령부로 이동했다. 해군2함대사령부에서는 연평해전 당시 북한에 의해 피습된 참수리 357호를 볼 수 있었다. 배의 사방에는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 치열했던 교전 상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좌현에 집중된 총탄 자국은 북한의 계획된 피격이라는 점에서 북한군에 대한 분노가 더욱 쌓였다. 

 서해수호관 안으로 들어가서는 연평해전과 천안함피격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몰입감 있는 해설과 실제 사용되었던 전시품을 통해 더욱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전시관을 둘러보다 보면 피습에 목숨을 잃은 장병들의 정보와 유가족이 남긴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유가족은 모두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의 목숨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남겨진 이들의 마음과 떠나간 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서해수호관을 나와 좀 더 밖으로 가니 천안함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대한 함선이 두 동강 나 걸려있는 모습은 나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북한군의 어뢰 공격에 피습되어 수많은 우리 해군 생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당시 어뢰의 잔해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북한에서 사용하는 어뢰의 설계와 일치했고 어뢰 안에 적혀진 글씨가 한글이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런 증거가 있음에도 발뺌하는 북한군을 보니 혐오스럽고, 증오하는 감정이 생겨났다. 우리는 천안함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했다. 
 
해단식 
 해군2함대사령부 탐방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끝낸 우리는 바로 충무관에서 해단식을 진행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원분들이 참석하시며 우리의 수료를 축하해 주셨다. 수료장을 보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국토대장정이 정말 끝이구나를 느꼈다. 친해진 사람도 많고 친해지지 못한 사람도 많아 더욱 아쉬운 이별이었다. 우리는 충무관 앞에서 마지막 기념사진과 개별 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누고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등을 돌렸다. 이렇게 5박 6일 국토대장정을 마무리 지었다.

 ▲ 2023 '제13회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konas.net


그 후
 국토대장정의 여운은 내게 여전히 남아있다. 역사 현장의 생생함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 지원했던 국토대장정은 대성공이었다. 이번 경험으로 많은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동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외친 ‘we are the one’이라는 구호는 우리에게 끈끈한 무언가를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내 옆에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어떤 역경과 고난이 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바람을 맞으며 멀고도 험한 길을 걸었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던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도 사회에 나가 어떤 힘든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주변에 힘이 되어줄 사람들이 있다면 결코 무너지지 않고 이겨 나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두 번째로, 동부부터 서부 휴전선 일대를 돌며 한국의 역사 현장을 직접 느낀 것은 나에게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다. 내가 어떤 국가관을 지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약해진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 것을 더불어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에 불을 지폈다. 나는 국토대장정을 통해 ‘도전하고 성취한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국군장병과 호국영웅들을 기억하며 다시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처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과거부터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으며 현재도 북한과 전쟁의 위협에 놓인 상태이다. 언제든 전쟁에 대비하고 승리할 수 있어야 하기에 역사를 돌아보며 실수를 없애고 최선의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국가를 위했던 국군장병과 호국영웅의 고결한 헌신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13회 향군 국토대장정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과 경험을 주었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국토대장정은 올해 나에게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국토대장정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상상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기에 머뭇거리지 말고 도전하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향군! 

 정현석(충남대학교 국방안보학과)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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