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평양을 출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9일 만에 북한으로 돌아왔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번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한 결과에 대해 “북-러 친선의 강화 발전사에 길이 빛날 불멸의 대외 혁명 활동”이라고 선전하면서, “우리의 국기는 자연의 바람에 의해 나부끼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국가를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쳐가는 천만인의 충성과 애국의 숨결로 세차게 휘날리게 된다”며 주민들을 독려하고 충성심을 자극했다.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 간 밀착이 우리나라에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에 핵추진잠수함이나 ICBM 관련 핵심기술 및 정찰위성 등의 군사기술을 지원하고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우기 이번 북-러 정상회담 장소가 바로 러시아 우주산업의 핵심 기지가 있는 보스토치니라는 점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 서방 언론들은 이곳을 북-러 정상회담장소로 결정한 것은 북한이 원하는 인공위성이나 미사일 관련 기술을 러시아가 북한에 넘겨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양국 대표단은 확대회담과 일대일 단독회담 및 만찬까지 약 4시간 정도 회담을 진행하였다고 하는데, 논의 내용이나 합의사항은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따라서 북-러 정상회담 간에 논의했을 가능성이 큰 군사 기술과, 대북제재를 고려한 경제협력 및 안보리 제재 극복 협력을 살펴보고 우리의 대응자세에 대해 제안을 하고자 한다.

군사 기술과 경제 협력 강화

 러시아에 지금 당장 시급하고 필요한 것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필요한 포탄을 포함한 전쟁 무기라는 점은 전문가들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러시아 매체의 기사를 인용하여 “북한이 러시아에 1,000만 발 규모의 포탄을 공급할 예정” “사거리 400㎞에 달하는 북한의 KN-25를 수입할 수 있으며, KN-25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와 함께 공급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의 절박함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정황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전쟁 무기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양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중 세 가지로 한정해 보고자 한다.

 첫째, 앞에서 간단히 언급했던 핵추진잠수함과 ICBM 관련 핵심기술 이전이다. 우리의 제일 큰 관심도 여기에 있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핵추진잠수함이나 ICBM 관련 핵심기술을 북한에 이전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나, 설령 러시아가 최첨단 핵심기술을 북한에 이전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낙후된 무기체계와 기술을 고려할 때 양국 간 군사 기술협력은 북한의 군사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둘째, 식량과 석유 등의 지원이다. 북한은 안보리의 각종 대북제재로 인해 석유 부족과 심각한 식량난에 처해 있다. 특히 식량 부족은 올해 초 통일부가 “고난의 행군 시기만큼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발표할 정도로 심각하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의 대러제재로 수출하지 못한 원유와 밀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바탕으로 러시아가 이를 지원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러시아 외무부가 지난 7일 “북한이 요구할 경우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북한이 러시아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이다. 북한은 인력 파견으로 부족한 외화 획득이 가능하고, 러시아 측에서는 북한 인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시킴으로써 양측은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 안보리 제재 극복방안 협력

 러시아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 전부터 북러 정상회담의 의제 가운데 하나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를 꼽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안보리와 관련한 절차적 문제도 북한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 측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를 추진할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중국과 함께 북한의 우방국인 러시아는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한 2006년 이후부터 2017년까지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될 때마다 직접적으로 반대하진 않았으며,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2022년부터는 안보리 차원에서 공동 대응을 논의할 때마다 제동을 걸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 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는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지만 규칙의 틀 안에서 협력할 기회가 있다”고 한 점이다. 이는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제재 위반의 물자와 기술 제공을 묵인하거나 군사적으로 전용 가능한 기술을 민수용으로 가장하여 지원할 수도 있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의 대응과 자세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우리의 안보에 큰 위기감을 주고 있다. 중국이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 간의 일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상황은 언제나 변할 수 있고 중국의 이러한 반응이 영속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철저한 준비와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첫째, 확고한 한미동맹 강화이다. 우리나라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한미동맹은 필수다. 그동안의 한미동맹이 북핵을 억제하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아울러 비핵화를 위한 협상은 계속하여 비핵화를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둘째, 다양하고 활발한 외교활동의 전개이다. 우리나라는 2024∼2025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문제 등 가치동맹을 기치로 한 국제적 연대를 통해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셋째, 국론통일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내부문제는 국론분열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최소한 안보문제 만큼은 진영논리를 떠나 한 목소리로 뭉치고, 자극적 발언이나 법과 제도 그리고 윤리에서 벗어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넷째,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관의 확립이다. 올바른 국가관과 안보관은 국가존립의 기초다. 우리나라 최고 안보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를 축으로 초등학생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국가관 확립과 현장체험 교육 등을 강화해 북-러 정상회담으로 빚어진 안보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영석(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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