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안보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안보칼럼] 핵 확산과 낮아지는 핵사용 문턱에 대한 우리의 대비방향

Written by. 박춘우   입력 : 2024-10-24 오전 9:43:48
공유:
소셜댓글 : 0
facebook

어느 날 세계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한 미국의 오펜하이머와 국방성 고위 관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원자폭탄보다 더 강한 무기를 연구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오펜하이머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혹시 원자폭탄보다 더 강한 무기는 있습니까? 또 만약 적들이 원자탄으로 공격해 올 경우 그것을 막아낼 방어무기는 없습니까?” 오펜하이머 박사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원자폭탄보다 더 강한 무기는 현대의 기술로는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원자폭탄을 막아낼 수 있는 무기는 있습니다” 그러자 회의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그 신무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것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기, 바로 ‘평화’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세계평화를 논할 때 놓칠 수 없는 주제가 바로 핵무기 관련 문제이다. 그 만큼 핵전쟁의 결과는 인류와 지구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945년 8월 6일에 처음으로 핵무기의 위력과 참혹함을 목격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도 핵무기는 하나뿐인 이 아름다운 지구 위에 버섯구름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고도화•법제화로 당장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는 이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2022년 2월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핵전력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 투명성은 줄고, 사용 문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거기에다가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는데 많은 나라들이 서로 핵무기를 갖겠다고 아우성이다. 인류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들이 핵을 보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체제유지와 생존 때문일 것이다. 즉 그 어떤 무기로도 대신할 수 없는 핵무기만이 갖는 국제적인 영향력과 상대에게 주는 어마무시한 물리적, 심리적인 파괴력, 공포심과 보복공격 능력을 갖기 때문이다.

국제정치학에서는 이를 두고 핵 억지(Nuclear Deterrence)와 핵 확산(Nuclear proliferation)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한다. ‘억지(deterence)’는 상대가 어떤 의도를 포기하게 하는 것을 말하며, 1차 공격(first strike)을 받고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보복공격(second strike)을 할 수 있는 능력(capability)이 있을 때 억지가 작용된다.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핵무기의 특성 때문이다. 냉전시대 이러한 억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전략이며, 제3자에 대한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ence)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일본과 한국, 나토국가들에 대한 핵우산이 확장억제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세계는 핵을 가졌지만 이러한 상대에 대한 두려움과 상호신뢰가 전쟁을 억제하고 핵 안보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신냉전시대 핵 안보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핵은 한 국가의 독립, 주권•국경, 안전을 보장하는가?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과거 어떤 이유에서든지 핵을 보유하고자 했던 리비아, 이라크 등 몇몇 나라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다가 체제와 생존이 무너지는 모습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지금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또한 1991년 소련 붕괴로 인해 핵탄두 1,700여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막강한 핵전력을 갖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2022년 11월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 발언을 주목해보자.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의 핵전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안전보장을 약속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무기가 없습니다. 안전 또한 없습니다." 현재 핵을 개발중인 북한과 이란이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1945년 미국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후 1949년 소련, 1952년 영국, 1960년 프랑스, 1964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했다. NPT(핵확산금지조약)는 제9조 3항에서 1967년 1월 1일 이전 핵실험에 성공한 5개국(Permanent 5)만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도, 파키스탄과 이스라엘, 북한이 비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 남아공,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처럼 핵을 개발했거나 보유하고 있다 포기한 나라도 있다.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과 같이 핵개발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개발하지 않고 있는 나라도 많다. 이렇게 오늘날 세계는 핵보유국 숫자가 늘어난 수평적 핵 확산과 핵무기의 성능이 증가하는 수직적 핵 확산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 유엔 사무총장보였던 라메시 타쿠르는 제11회 제주포럼에서 “우리는 제1핵단계에서 제2핵단계로 이행하고 있다. 냉전기 제1단계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극체제에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대결이 벌어졌다. 이때는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제가 존재했다. 현재의 제2단계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핵무기의 수는 줄어들었으나 핵보유국이 다수로 늘어난 데다 억지 관계가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핵확산을 경고한 바 있다. 우리는 이 경고가 주는 의미를 잘 되새겨 봐야 한다.

이렇게 핵이 확산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 있다. 우선 핵 보유국이 많아지면 공포에 의한 균형(balance of terror)이 깨질 가능성이 커지고, 연쇄적인 핵 도미노(domino) 현상으로 세계 각국은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또한 핵무기의 관리가 어려워지고 테러리즘의 위협이 상존한다. 무엇보다도 핵 무장은 공포의 균형을 통해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오판의 가능성 등으로 오히려 심각한 불안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핵무기 비확산을 위한 핵 강대국 간 추이는 더 우려스럽다. 미국과 러시아는 1972년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체결하여 핵군비통제를 시작했다. 2010년 뉴스타트 조약(New START)으로 실전 배치 핵탄두와 장기 투발 수단의 수를 제한해 오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뉴스타트 조약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2026년 2월 조약 갱신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조약이 파기된다면 핵무기군비통제조약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핵질서 역사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최근의 핵무기 사용 위협은 러시아로 부터 나왔다. 그동안 세계는 핵확산금지조약(1970년)이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1996년) 등으로 핵무기의 확산과 발전을 막아 왔다. 유엔의 원자에너지 규제 노력은 실패한 것인가? 모든 금기가 흔들리고 있다. 전쟁과 확전 위험 속에 핵전쟁의 가능성은 목전에 있고 핵무기 사용 문턱은 낮아지고 있다. 현재 미ㆍ중ㆍ러는 경쟁적인 핵 역량 강화, 핵탄두의 증산 혹은 현대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저위력 핵무기’(20킬로톤 이하 폭발력을 가진 전술용 핵무기) 개발을 강화하고 핵사용 문턱을 낮추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개전이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억지보다는 선제공격에 의한 핵 사용을 자주 언급해 왔다. 

지금까지의 핵 확대이론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은 대체로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칫 핵전쟁이 일어나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본토를 공격당하고, 사실상 나토와의 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푸틴이 핵무기 사용을 위한 교리 개정을 선언함으로써 그만큼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핵무기훈련 그리고 이에 맞대응하기 위한 서방의 전술핵무기훈련이 반복되고 있다. 냉전시기에도 이러한 상황은 목도되지 않았다.

북한은 핵무력 법제화(’22.9), 헌법화(’23.9), 현대화, 고도화•소형화•경량화(’24)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핵 투발수단의 다종화도 김정은의 구상과 결심대로 그리고 김정은의 시간표대로 진행되고 있다. 2022∼2023년 총 56차례, 올해는 18차례나 8종의 다양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함으로써 핵 역량 구축과 함께 전술핵 위주의 작전계획을 표방하고 있다. 최근의 활동들을 종합해보면 전술핵 교전의 확전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확증 보복용인 전략핵 사용 단계를 결합하고, 재래식 무기와 핵사용을 통합하는 등 핵능력 기반 전략적 포위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9월에 발표한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은 러시아 푸틴의 핵정책을 모방한 것으로 오히려 선제타격을 명시화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핵교리를 개정하면 북한도 지금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핵 교리를 수정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은 공고한 지구 핵질서 속에서 명백한 불법이었다. 현재의 상황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느슨해졌다. 핵 사용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핵국가의 위협은 핵 터부의 심리적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전 세계적인 혼란과 전쟁, 미•중간 패권경쟁과 대립, 자국 이익 중심의 국제질서 속에서 신냉전체제를 즐기며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미국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며 훗날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린 오펜하이머가 첫 핵 실험 “트리니티” 테스트에 성공한 후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라고 탄식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기저기서 핵경고가 넘쳐나고 있다. 핵전쟁 서막 해석은 섣부르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다. 그러나 위협에 그치지 않고 핵사용의 문턱이 그만큼 낮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거세진 핵전쟁 위험의 소용돌이, 그 최전선에 한반도가 있다. 러-우전쟁이 3년째, 이스라엘-하마스전쟁은 1년 동안 진행되고 있다. 종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확전과 장기전 양상속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국, 러시아의 경쟁적인 핵 역량 강화와 핵사용 발언들, 그리고 북한, 이란의 불법 핵 개발은 세계 핵질서와 지역 핵 안보에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약 6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핵사용 문턱이 가장 낮은 비공식 ‘핵보유국’이라 할 만하다. 고삐 풀린 핵 경쟁시대가 다시 가속화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첫째,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핵개발을 단념시키는 동시에 대화와 외교를 통해 새로운 접근법으로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국의 북핵 내러티브는 북한 비핵화를 철저히 고수하되 북핵 문제의 지구적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향후 정책은 3중의 노력, 즉 북핵에 대한 강력한 군사억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 그리고 지구적 핵질서 강화를 위한 노력을 포괄해야 한다. 특히, 북핵 문제가 지구적 핵질서가 무너지는 실마리가 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지구적 규범을 공고히 하는 한국의 노력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핵 도미노 현상 초래 불가피성 강조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획득해야 한다. 둘째, 실효성 있는 한•미 확장억제 노력과 더불어 한국군의 3축체계 구축을 가속화해 나가야 한다. 셋째, 북핵 위협을 반영한 작전계획 수립 및 훈련 등의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유사시 북한의 핵문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북핵 위협 양상 즉, 북한의 핵교리와 핵전략, 핵 지휘통제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11월에 예정된 미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동맹공조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한•미 양국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역내 핵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도적 노력과 관리가 중요하며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 주변국 리더십 교체 등 다양한 안보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konas)
 
박춘우 :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26.9.26 토요일
안보칼럼 더보기
[안보칼럼] 북한의 드론 전력 위협에 대비한  민·관·군 입체적 대응 방안
한반도 안보 지형의 지각변동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첨단 ..
포토뉴스 더보기
핫클릭 뉴스
깜짝뉴스 더보기
6·25 호국영웅 故한길진 하사 유해 신원 확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호국영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