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방위비 증액의 대가로 미국 측에 '핵 잠재력 확보'를 요구할 것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18회 한미동맹포럼 강연에서 "우리가 방위비를 증액시켜준다면 받아낼 것은 첫째가 바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위비를 획기적으로 올려줄 것을 각오한다면 우리가 요구할 것도 당당히 '리스트업'해야 한다"며 "갑자기 '핵을 개발하겠다'는 것은 불필요하지만, '우라늄 20% 미만 농축을 허용해 일본 수준을 맞춰달라',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해서도 우리가 하겠다'는 식으로 좀 더 진전된 위치에 우리의 위상을 갖다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2기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 한미 또는 한미일 3국의 핵 협력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고, 그걸 기초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며 지혜로운 일"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또 "우리가 핵을 갖느냐 마느냐는 이야기를 할 때는 북한과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만 머릿속에 둬서는 안 된다"며 북러 관계와 중국의 핵전력 강화 움직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어쨌든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은 굉장할 것이고 국방비가 대폭 절약될 수 있다는 것도 역시 진실"이라며 "그래서 최근에 저는 핵무장론에서 핵잠재력 쪽으로 초점을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도 적어도 일본처럼은 돼야 한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과거 자체 핵무장론을 여러 차례 주장한 오 시장은 최근에는 핵무장 논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황이 오도록 기초를 다지는 차원에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을 전면 허용받았으며 20% 이상 농축도 미국과의 합의로 가능한 상황이다.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재료로 쓰인다.

오 시장은 "최근 한미관계가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안보, 기술안보까지 진화하면서 질적 성장과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며 "대한민국도 경제력과 국제사회 위상이 G10 수준으로 높아진 가운데 미국과도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균형 있고 당당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안보와 기술안보의 측면에서 우리의 경제력과 최첨단 기술로 협상에 임해야 하며, 우리가 도움이 될 때 더욱 존중받고 한미동맹도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전쟁 참전자나 기념사업 등에도 서울시가 함께해 한국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배려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좋은 방안을 마련하고 논의를 이어 나가자"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미동맹포럼은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분기별로 개최하는 행사로, 한미동맹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펼치는 자리다.

이날 포럼에는 연합사·유엔사·주한미군사에 소속된 한국군과 미군 장병, 참전용사 후손들을 비롯해 한국대학생 평화안보연구회(U-SPECK) 소속 학생들이 참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