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깜짝 뉴스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어머니 체험하기

Written by. 관리자   입력 : 2005-06-02 오후 2:23:55
공유:
소셜댓글 : 0
facebook

아들네 가려고 집을 나섰다. 지하도에서 손수레를 끌고 층계를 올라가는 아주머니 뒤에서 걸어가게 됐다. 얼마 전 내 손수레를 올려다 주던 아저씨가 생각나서 그 고마움을 갚을 기회가 생겼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 힘에는 좀 부치는 일이었지만 아래에서 번쩍 들고 층계를 같이 올라갔더니 계속해서 ‘고맙다! 고맙다’고 하던 그 분은 층계를 다 올라가자마자 음료수를 한 병 사오셨다. 나도 신세지고 다니기도 하니까 절대로 안 받겠다고 하고는 얼마를 걷자니 이번에는 커다란 상자를 끈으로 묶어서 끌고 가는 아주머니를 만나게 됐다.

재미있게 보일 수도 있는 광경이었지만 얼마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저렇게 끌고 갈까 싶어 긴 줄의 중간을 잡고 같이 끌고 가다가 헤어졌다. 그 상자에 농약 상표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늘 그렇게 끌고 다니는 분 같았다.

필요한 것을 사다주고 싶다고 아들에게 전화하니 “엄마가 사오시게요?” 되묻는다. 신이 난 듯 하지만 조심스럽게 “사실은 방석이 없어요”하는 말에 왕골 방석을 샀다. 다섯 개 씩 양손에 들 수 있게 포장을 잘했지만 백화점 문 앞에 나오자 무척 후회가 될 정도로 무게웠다.

평소 무거운 것을 잘 들지 않고 살아온 내가 ‘필요에 의해’ 사고 보니 운반이 문제였던 것이다. 아들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전화를 하려던 생각을 바꾸어 지하도만이라도 건너서 전화하면 아들이 나오기가 좋을 터라 층계를 지나 보도에 올라섰다. 

그런데 아까 만났던 ‘어머니’들의 모습과 함께 무거운 짐을 이고 다니셨기 때문에 정수리 머리가 다 빠지셨던 친정어머니 생각도 났다. 거기다가 신접살이 살림 공개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아들 내외의 분주한 모습까지 떠올라 도저히 전화를 할 수 없었다.

쉬엄쉬엄 가보자! 나도 엄마인데 해보자! 가다가 쉬기를 반복하면서 세상구경도 해 가며 도착하고 나니 역시 요란스레 ‘행차’하지 않은 것이 잘 한 것으로 여겨졌다. 보이지 않게, 당신들께서 꼭 해야 할 일 만하시던 ‘어머니’의 자리에 비로소 내가 있는 것 같았다.  

(노용숙 교수. 숙명여대 의사소통능력개발)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26.9.26 토요일
안보칼럼 더보기
[안보칼럼] 북한의 드론 전력 위협에 대비한  민·관·군 입체적 대응 방안
한반도 안보 지형의 지각변동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첨단 ..
포토뉴스 더보기
핫클릭 뉴스
깜짝뉴스 더보기
6·25 호국영웅 故한길진 하사 유해 신원 확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호국영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