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말하는 '우리민족끼리'의 허구성
평양 '만경대' 표지판에는 1866년의 '셔만호 사건'(개항을 요구하던 미국상선 셔만호를 대동강에서 불살라버린 사건)이 '우리 민족 최초의 외세배격운동'으로 소개되어 있다. 미국이 5척의 군함으로 강화도를 공격했던 신미(辛未)양요(1871) 5년 전의 일이다.
북한에서는 그 이후 8·15 해방까지의 우리나라 역사(특히 독립운동사)가 김일성 일가의 가계사(家系史)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 민족이라면 공유해야 할 역사까지도 북한은 엄청난 조작과 훼손을 마다하지 않았다. 남(南)과 북(北)의 최근세사는 이렇듯 다른 길로 달려왔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아리랑'은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민족의 고난을 읊은 노래 가락이다. 바로 이 '아리랑'이 북한에서는 반(反)외세·민족자주의 상징이 되어있다. '아리랑 민족' '선군(先軍)아리랑' '통일 아리랑' '강성부흥 아리랑' 등 낯설기만 한 조어(造語)들이 이른바 '주체사상'의 보조수단으로 스스럼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좀처럼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북한은 어떤 집단인가. 인민공화국 안에 지도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가 '먼저'이고, 그 밑에 나라가 존재하는 형태의 군국주의(軍國主義) 체제이다.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주의국가로 출발하고서도 이를 버리고 이른바 주체사상을 성경(聖經)으로 떠받드는 체제로 바뀐 지 오래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자신들(북측)만이 정통성을 잇는 민족주체이고, 남한은 저들에게 있어서 미제의 강점(强占) 하에 있는 일허버린 땅(失地)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해방되어야 할 민족'이라고 억지 주장을 펴 왔다.
북한당국이 말하는 '민족'이란 표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저들이 민족이란 말에 신성성(神聖性)까지 부여하는 것까지는 납득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우리민족끼리'의 '민족'은 그들에게 있어서 같은 종족(種族)이거나 언어 혈연 풍속 습관 등을 함께 하는 인적(人的) 범위를 뜻하는 용어가 아니다.
북한은 1994년 12월10일 단군제(檀君祭)를 갖고 김일성(金日成)을 사회주의 조선을 창건한 교주(敎主)로, 북한동포를 교주를 맹신하는 이른바 '김일성 민족'으로 선포했다. 이어 1995년 1월18일 평양방송은 사회주의 조선은 김일성수령이 시조이므로 우리는 '김일성민족'이라고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그런 이유로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출생한 1912년이 '주체(主體)년호 원년으로 되어있다. 1990년대 중반에 굶어 죽어간 300만명의 아사자(餓死者)는 '김일성민족'이 아니었기에 '예정된 죽음'을 맞은 것이라는 결론 추정이 가능하다.
'민족'이란 정치체제와 역사를 공유하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인적(人的) 범위를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이데올로기가 다르고 정치체제를 달리하면서 '민족 운운'하는 것은 역사와 현실을 왜곡하는 정치선전일 뿐, '엄청난 왜곡(歪曲)'이고 난센스이다.
남북간의 이런 정서적 차이를 감안한다면 민족(民族)이란 말을 동족(同族)이란 용어로 대체해야 마땅하다. 북한에서야 '민족'이 무슨 뜻으로 쓰이든 우리는 '동족(同族)'이란 용어를 상용하면 된다. '동족'은 다분히 종족을 뜻하는 인류학적 용어이므로 정치체제나 사상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북한은 한때 언어 혈연 풍속의 뿌리를 함께 했던 동족(同族)일 뿐, '한 민족'일 수가 없다. 언제인가 통일이 되어 정치체제와 이념적 정서를 함께 하게 될 때 동족(同族)으로서의 위상이 비로소 역사가 하나되는 한 민족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민족적 차원 운운' 하는 표현 역시 '동족으로서'라는 말로 바뀌는 것이 정확한 용어 사용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장차 통일되어 한 민족이 되기를 지향하는 '남북의 동족(同族)'이 존재할 뿐이다.
그때까지 동족상잔(相殘)의 비극을 피하고 평화공존을 제도화해 나가야할 책무가 주어져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통일의 그 날까지, 정치이념을 함께 하는 그 날까지는 한 '민족'일 수가 없다. '민족'보다는 '국가'가 더 큰 울타리이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도 '우리민족끼리'라는 구호와 명분 아래 '김일성 민족'에 합류할 수는 없다. 이를 수용할 경우 결과적으로 그 순간부터 북한 김정일의 '강성대국'과 '선군정책'을 납득하고 수용하는 것이 된다.
북한이 6·15 선언 5주년을 전후하여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을 부쩍 자주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남한과 북한 사이의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공조(共助)하는 것을 뜻하는 '민족공조'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북한당국자들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가는 자신들의 처지를 탈피하고자 남한을 자기 편(便)으로 묶어두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경제지원도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3·1 독립운동을 가능케 했던 민족 민족의식 민족운동이란 용어가 북한측의 변용으로 전적으로 다른 뜻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우리는 민족이란 이름으로 남북한이 하나되어 외세(外勢)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임을 알아야 한다. (konas)
정 준 (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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