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평에 엄마셋·아기셋… 병원 가는게 유일한 외출

청주 女교도소 ‘여섯천사’ 못다한 얘기
16일, 청주여자교도소로 가는 길엔 아침부터 함박눈이 쏟아졌다. 소재지는 청주시 산남동 19번지이지만, 시내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의 외곽이다. 2년 전 새로 지었다는 교도소 5층 건물은 청결했지만 적막했다.
교도소에서 태어난 7개월 수연이를 비롯해 민철이(12개월), 재현이(호적상 14개월) 등 6명의 아기가 재소자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조선일보 12월 24일자 A1면 보도〉.
‘교도소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어떻게 살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 건 5~6년 전이다. 그해 겨울, 청주예술의전당에선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인 여성 장기수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성가 발표회. 그날 청중들은 두 가지 사실에 놀라워했다. 죄를 지은 사람들도 저렇게 맑은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갓 태어난 아기부터 성인이 된 자녀를 둔 어머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울먹이며 ‘주기도문’을 노래할 때 객석도 함께 눈물바다가 되었다.
교도소 취재는 쉽지 않았다. 12월 초, 취재협조 공문 외에도 예상 질문지를 포함해 10여 차례의 팩스와 전화통화가 오간 뒤 겨우 허락을 받았다. 청주여자교도소는 물론, 대전지방교정청, 법무부 교정국까지 취재 승인을 거쳤다. 삼엄한 경비, 2명의 보안과 직원의 동행하에 마침내 철문을 통과, 담장 안의 ‘그들’을 만났다.
수연이 엄마 박숙경(가명·38세·12년형)씨와 민철이 엄마 이영미(가명·27세·1년형)씨와의 인터뷰는 교도소내 예배당 한편에서 이뤄졌다. 그들은 다른 죄수들과 마찬가지로 이름 대신 숫자로 불렸다. 두 사람 다 ‘온돌마루’와 ‘놀이방’, ‘쌀밥’을 강조하며 교도소의 양육 환경에 감사했다. 엄마 품에 안긴 수연이와 민철이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번도 보채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동행한 교도관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아기들이 사는 방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취재 협조문에 없던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재소자들의 초상권과 보안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약속한 뒤 힘겹게 승낙을 받아냈다.
교도소에서 태어난 아기가 엄마와 함께 18개월까지 살 수 있는 ‘양육유아방’은 ‘ㅁ’자로 이뤄진 교도소 건물 3층에 있다. 일반 재소자들 방과 나란히 붙어 있고, 공간도 6.8평으로 같다. 숙경씨 말대로 방 안엔 겨울철 보온을 위해 온돌마루에 라디에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왼쪽 벽 사물함엔 기저귀와 아기 속옷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뒤쪽엔 간이 싱크대와 화장실이 있다. 일반 가정에 비하면 세 쌍의 엄마·아기가 살기엔 터무니없이 좁은 공간. 세 명의 엄마는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 일을 분담하며 아이를 키운다. 한 엄마가 우유병을 씻으면, 한 엄마는 목욕을 시키고, 또 다른 엄마는 빨래를 하는 식이다.
아기 밥은 엄마에게 제공되는 밥(쌀8:보리2), 국, 반찬 2가지에 쌀밥 한 그릇을 추가한다. 아직 젖먹이 아기에겐 매달 분유와 기저귀가 제공된다. 정부가 아닌, 어느 개인 독지가가 매달 아기 숫자대로 보내주는 것이다.
엄마는 24시간 아기와 함께 지낸다. 양육도 일종의 노동으로 간주해 일반 재소자들에게 부여되는 교도소내 공장 노역(오전 8시~오후 5시)은 하지 않는다. 아기와 떨어질 땐 5일에 한 번 엄마들이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교도소 내 목욕탕으로 목욕을 갈 때뿐이다.
그렇다면 엄마는 하루 종일 아기와 어떻게 지낼까. 숙경씨는 “가족이 보내온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정도”라고 했다. 한 교도관에 따르면, “낮에 1시간 동안 아기들이 좋아할 만한 동요를 양육유아방인 5호와 6호 방에만 스피커를 통해 틀어준다”고 했다. TV는 ‘방귀대장 뿡뿡이’ 같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비디오로 녹화해 일주일에 한 번 보여준다.
‘뿡뿡이 팬’인 수연이와 민철이는 방으로 돌아오자 안심하는 빛이 역력했다. 평화롭게 엄마 젖을 빨았고, 방긋거리며 작은 방 안을 기어다녔다. 명랑한 영미씨가 6호 방 개구쟁이 재현이 얘기를 했다. “원래 20개월인데 호적상 14개월이라 ‘늙은 애기’로 통하는 녀석이죠. 새벽 6시 ‘점검’ 구령 소리만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엄마처럼 정자세를 하고 바로 앉아요. ‘점검-차렷-전체 쉬어’로 이어지는 구령을 그대로 따라해서 교도관이 애를 먹지요.(웃음)”
아쉬운 건,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한창 왕성해질 나이의 아기들에게 놀이공간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엄마를 따라 아침운동을 나가는 오전 시간을 제외하면 아기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양육유아방과 놀이방에서 보낸다. 감기에 걸리거나 예방접종을 하러 외부 병원으로 나가는 날에만 엄마, 교도관과 함께 외출을 한다. 교도소 관계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을 마련했을 정도로 개선된 것만 해도 우리나라 교정 현실에서는 큰 변화”라고 말했다.
취재를 마친 뒤 운동장을 가로지를 무렵, “안녕히 가세요!” 하는 외침이 들렸다. 숙경씨가 아기를 안은 채 손을 흔들었다. 쇠창살 너머로 수연이가 천진하게 웃고 있었다.
여성 재소자 총 3174명 75%가 자녀가진 엄마
국내 29개 교도소와 8개 구치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은 5만여명. 이 중 여성 재소자는 3174명(6월 말 현재)으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가 1680명, 미결수가 1494명이다.
여성 재소자 중 75%가 자녀를 둔 어머니다. 그러나 교도소에서 엄마 재소자와 생활하고 있는 아기는 6명으로 모두 청주여자교도소에 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여성 재소자 교정 시설인 청주여자교도소엔 현재 전체 기결수의 3분의 1인 531명의 여성이 수용돼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여성 수감자의 아기들은 어디서 생활할까. 교도소 관계자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아기를 키울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데다, 안다 해도 꺼리는 분위기라 엄마와 떨어져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돌봐주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여성 재소자들만이 교도소측 권유로 청주여자교도소로 이송돼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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