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 재편 및 미일동맹 강화에 대한 오해
지난 2006년 5월 1일 주일미군 재편의 최종보고에 관한 미일 공동발표문이 나오면서, 주일미군 재편 및 미일동맹의 변화에 대해 민감한 반응과 과장된 해석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미동맹의 상대적 약화,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역할 등 민감한 문제를 세심한 배려 없이 추측하는 예들도 있어 주일미군 재편 및 미일동맹 강화와 관련해 몇 가지 잘못 이해되고 있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주일미군 재편의 배경
주일미군의 재편도 주한미군의 재조정 작업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다. 미국이 특히 미일동맹의 강화를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한미 양국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주한미군 기지 재조정 작업에 합의한 반면, 일본은 총선 등 국내 정치적인 문제, 기지 재조정 및 비용 분담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모하였다. 미일간에도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점이 많아 그 만큼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미일 양국은 주일미군 재편의 기본원칙을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주일미군 기지로 인한 일본 국민의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 두었다. 따라서 일본은 주일미군 기지의 부담을 줄이는 대가로 자위대가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은 가능한 한 자위대가 맡겠다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으므로, 흔히 언급 되듯이 일본 자위대의 역할 확대가 나타나고 있고, 이 점이 미일동맹의 강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언급되는 오해들
1) 한반도 유사시 미일 통합작전 문제
먼저 미일동맹의 강화로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과 일본이 통합작전을 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언뜻 듣기에는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가 미군과 나란히 한반도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금번의 주일미군 재편에서 한반도 유사시와 관련하여 자위대의 역할 변화는 없었다.
일본 자위대는 주일미군이 원활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군수지원만을 할 수 있을 뿐 작전에는 참여할 수 없다. 이 점은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확대해석하여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과 일본이 통합작전을 할 수도 있다고 추측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만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2) 미일동맹 강화, 한미동맹 약화
주일미군 재편의 주요 내용의 하나는 미 육군 제1군단 사령부가 일본 자마기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제1군단 사령부의 이전을 일부에서는 확대해석하여, 미국의 전략이 기존의 한미동맹 중심에서 미일동맹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즉 한미동맹은 그 중요성이 약화되고 미일동맹에 더 중요성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은 이미 한국보다는 주둔 여건이 보다 양호하고, 방위비 분담을 많이 하는 일본의 기지를 선호해 왔고 이러한 측면에서는 미일동맹을 중요시해 왔던 것이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다만 주한미군은 원래부터 대북 억제력 위주였고, 주일미군은 지역 억제력으로 활용해 왔다는 기능적인 차이점이 존재해 왔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군단보다 상위 개념인 야전군급의 제8군 사령부가 이미 전개되어 있다. 그 하위 개념인 군단급의 사령부가 이전되는 것으로 한미동맹이 소외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자마기지는 일본 도쿄의 수도권에 있는 기지로 광활한 기지면적에 비해 그 기능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일본이 반환을 요구하던 지역이다. 따라서 일본 내에는 제1군단 사령부의 이전에 대해 반대가 많으며, 제1군단 사령부 이전의 이면에는 자마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기지 면적에 걸맞게 기지의 기능을 부여하려고 한다는 비판적인 입장도 없지 않다. 따라서 최근에는 제1군단 사령부의 이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주일 미 육군 사령부의 기능 강화라는 표현을 쓴다.
3) 자마기지의 동북아 거점사령부화
제1군단 사령부의 이전과 관련된 또 다른 주장으로 자마기지가 동북아지역의 거점사령부가 된다는 주장이 있다. 미일 양국은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괌과 하와이가 앞으로 전략적 거점이 될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괌에 전략폭격기가 증강 배치되고, 기지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하와이와 괌이 향후 아태지역의 전략거점이 될 것은 확실하다.
앞으로 제1군단 사령부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는 불확실한 점도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대체적으로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등지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분쟁, 테러, 대규모 재해 등 새로운 형태의 초국가적 위협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일미군 재편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미국은 당초 주일미군 사령부의 기능을 하던 제5공군 사령부를 괌의 제13공군 사령부에 통합하고 대신 제1군단 사령부를 이전한다는 제안을 했었다. 이후 제5공군 사령부 통합안이 폐기되면서, 제1군단 사령부만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보면 제1군단 사령부는 당초 제5공군 사령부를 대신하여 주일미군의 통합사령부 기능을 담당하기 위한 것이었다.
4) 미일 ‘군사 일체화’ 및 지휘권 통합 문제
미국과 일본은 사령부 기지의 공동이용, 정보공유 등을 통해,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한국은 오히려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로 반대의 길로 나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일본도 자위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평시나 유사시에도 일본이 행사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 점에 있어서는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일본 방위청의 명확한 입장이다.
‘군사 일체화’는 단일 지휘체제를 갖춘 상태에서 한쪽의 군대가 다른 나라의 지휘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비록 일본 언론에서는 ‘일체화’란 용어를 사용하지만 주권국가의 독자적인 군 지휘권이 별도로 존재하는 상황을 두고 ‘군사 일체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지휘권의 통합으로 오해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통합운용조정센터’(joint operation coordination center)을 두기로 합의한 것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조정소는 지휘권 통합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미군과 자위대가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 각각의 작전 상황을 서로에게 알려주고 필요한 사항을 서로 협조하기 위한 것이다. 굳이 한마
디로 표현한다면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능력 제고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한미간에는 한미연합사령부의 경험을 통해 이미 높은 수준의 상호운용성이 확보되어 있으며, 이러한 상호운용성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주일미군 재편의 의미
금번 주일미군의 재편의 특징은 먼저 일본 자위대와 미군의 상호운용성을 제고시킴으로서 동맹을 강화하고 주민 밀집지역과 기지 집중지역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8,000명이 괌으로 2014년까지 이전한다.
또한 주일미군 재편은 라이스 국무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미일동맹을 강화하면서 21세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일미군을 현대화하는 작업”이다. 특히 탈냉전기를 거쳐 대테러전의 시대에서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위협, 즉 21세기의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동맹은 동맹변혁(alliance transformation)의 과정을 겪고 있다. 예를 들면 대테러작전, 초국가적 위협 대응, 평화유지작전 등에 대한 역할 강화 등이다.
주한미군의 재편 과정과 비교해 볼 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미일간의 합의는 한미간의 합의보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여기에는 주일미군 재편에 따른 비용부담 문제도 커다란 원인이 되었다. 현재 일본은 오키나와 해병대의 이전에 필요한 102.7억 달러 중 59%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또한 금번 발표문을 통해 일본은 주일미군의 재편에 필요한 건설비 및 명시되지 않는 모든 비용을 일본이 부담하기로 약속하여, 일본 내의 기지이전에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200억 달러를 100%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미군 재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2사단 이전에 따른 비용분담에 있어서 한국은 미국이 기지 이전을 요구하였다는 점을 들어 한국은 토지만 제공하고, 미국이 건설비용을 포함하여 모든 이전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주일미군 재편을 미국이 의도하는 미군 재편과 효과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해 모든 경비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번 합의를 통해 일본은 아쉽게도 이러한 부담을 하면서도 수도권의 자마기지 반환은 실현시키지 못하고 자마기지의 일부 유휴시설의 반환에 만족해야 했다. 일본이 오키나와 해병대의 괌 이전에 따른 새로운 경비 분담을 하는 등 과도한 경비 부담을 하게 됨에 따라, 한국에 대한 새로운 방위비 분담 요구로 연결될 우려도 없지 않다.
일본은 자국에 대한 전면적 침략이 없을 것이라는 정세 판단 하에 21세기의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변혁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한국은 아직 냉전의 고도에 남아 전통적인 군사위협에 대처하면서 21세기의 위협에 대응하는 동맹변혁 협상에 임하고 있다. 한국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으며, 이러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konas)
한국국방연구원/ 김창수(cskim@kida.re.kr), 송화섭(songws@kida.re.kr)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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