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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세 할머니의 ''아름다운 도전''

Written by. 관리자   입력 : 2006-06-23 오전 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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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가요. 우리 땅에 대한 애착이 너무나 강했었고 낯선 마을, 낯선 사람들을 만나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110일간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남해를 거쳐 서해 임진각까지 9400리(3760㎞) 길을 혼자 도보로 해안 종주를 한 황안나(67·사진·세례명·본명 황경화)씨가 먼길을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칠순을 바라보면서도 ‘아름다운 도전’을 하며 해안종주를 성공리에 마친 황씨는 1998년까지 40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한 후 캄보디아, 베트남, 네팔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온 데 이어 2004년에도 전남 해남 땅끝마을을 출발해 통일전망대까지 2000리(800㎞)를 23일 만에 종단하기도 했다.

그는 “국토 종단이나 해안 종주가 아니더라도 단 며칠 만이라도 낯선 길 위에 자신을 세워 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그렇게 해보면 자신을 가장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고, 자신을 알면 앞으로 어떻게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해안 종주를 하며 매일 30∼40㎞씩 쉬지 않고 걸었다. 아침엔 식당 문을 연 곳이 없어 늘 우유 하나 비스킷 몇 개로 끼니를 때웠다. 날이 저물어 숙소를 찾지 못해 밤 9시가 넘도록 걷기도 하고 바닷길을 걷다 길이 끊겨 되돌아 나오기 일쑤였다. 그는 지친 몸이 되어 오늘밤엔 어디서 자야 할까를 생각하다 보면 남편이 너무 그리워 눈물을 쏟기도 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절감하기도 했다.

그날이 그날인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그는 “그 먼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길과 인생이 너무나 같았다는 점”이라면서 “절망에 빠졌을 때 희망이 없는 것처럼 느껴 흔히들 좌절하는데 찾아가는 길은 반드시 있었다”고 해안 종주를 하며 얻은 인생의 진리를 펼쳐놓았다.

고마운 사람들을 만난 것도 이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전남 구시포해수욕장의 한 식당에서 간암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는 환자가 5만원을 주고 갔던 일과 거칠게 생긴 트럭 운전사가 창밖으로 간식 봉지를 던져 주었던 일, 낯선 나를 데려다 재워준 시골 아저씨 등 아직 이 세상은 그렇게 몰인정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남편의 거듭된 사업 실패로 20여년을 빚에 허덕이기도 했던 그는 50세가 넘어 운전면허를 따고 컴퓨터도 배워 인터넷게임을 즐기며 블로그(kr.blog.yahoo.com/ropa420kr)도 운영하고 있다. 60대에 들어서서는 암벽등반 도전뿐 아니라 ‘우리 땅 걷기모임’ 국토순례단의 땅 기행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4년 전부턴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등산을 해 ‘빨치산’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작년엔 23일간의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와 사연을 빼곡히 담은 도보 여행기 ‘내 나이가 어때서?’(샨티)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황씨는 “배낭을 메고 다시 낯선 길에 나설 나의 꿈은 살아 있는 한 계속 될 것이며, 앞으로 책도 쓰고 우리 땅 구석구석을 더 많이 누비고 싶다”고 계획을 밝히면서 소녀처럼 웃었다.(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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