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공연하려고 다섯달 준비했당께"

맹인 북잡이 할아버지… 섬 민요 할머니…
일산 찾은 전남 신안 섬마을 ‘실버스타’들
전남 신안군의 하의도와 비금도, 도초도. 목포에서도 배로 2~3시간이 걸리는 오지(奧地)다. 이 섬마을 노인들이 30분도 안 되는 공연을 위해, 닷새를 꼬박 왕복했다. 지난 달 18~19일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꽃 전시관에서 열린 ‘실버문화사랑축제’(전국문화원연합회 주최)를 위해서다. 앞 못 보고 한 손을 못 쓰는 고수(鼓手) 할아버지의 열정, 시집살이의 한을 풀어낸 할머니들 무대 앞에 절로 박수가 터졌다.
“따당~땅, 땅땅…” “둥둥, 둥!” 지난 달 18일 오후 4시 꽃 전시관. 하의도에서 온 강은상(78) 할아버지가 흥겹게 장구와 북 장단을 울렸다. 10여 명의 노인들이 사뿐사뿐 손 흔들며 ‘농부가’ ‘흥부가 창극’ 공연을 펼쳤다. 그런데, 갈색 선글라스 낀 강 할아버지의 눈에 초점이 없다. 뭉툭한 왼손엔 새끼손가락뿐. 24살 때 참전한 6·25전쟁이 남긴 상흔(傷痕)들이다.
“앞 못 보고, 한 손 못 써도 괜찮어. 몸 성치 않아도 예술은 할 수 있제.”
강 할아버지는 장애가 생긴 뒤, 3년간 ‘못난’ 왼손을 주머니에서 꺼내기 두려웠단다. 한동안 마늘 농사 지으며 조용히 살던 중, 30여 년 전 국악과 인연 맺었다. “마을에서 ‘도리깨소리’를 하는디, 어쩌다 거기서 북을 치게 됐어.”
처음엔 왼손이 아파 몇 번씩 포기하려 했다. 공연의 흐름을 눈으로 못 본 채 장단 맞추기도 고통이었다. 그래도 매일 녹음기 틀고 연습했다. 그 결과, 북은 삶의 전부가 됐다. 지금은 장구와 꽹과리는 물론, 창(唱)까지 멋들어지게 소화한다. ‘함평호남가대회 노인부문 대상’(2006), ‘광주임방울축제 쑥대머리 최우수상’(2005)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지난 달 축제에선 1500여 명의 참여 노인들 가운데 유일한 ‘남성 실버스타’로도 선정됐다.
같은 날 오후, ‘섬드리 민요’ 공연도 열렸다. 비금도·도초도 할머니 12명이 고생스런 시집생활을 노래한 ‘청춘가’ 등 전래민요를 불렀다. 한복 입고 살며시 좌우로 손 흔드는 모습이 새색시마냥 곱다. 이어, 하의도 할아버지들이 ‘보리타작’ ‘연자방아’ 노래를 동작과 함께 들려줬다.
각각 15분 남짓한 공연을 위해, 이들은 5개월 넘게 연습했다. 비금도에서 온 유전자(75) 할머니는 “시간이 짧아 아쉽지만 그래도 즐겁다”고 했다. 신안문화원의 김강민(70) 원장은 “낮에 농사 짓느라 피곤들 하실 텐데,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등 열정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남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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